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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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정세랑
https://youtu.be/boRjCTVL32U?list=PLs9TdVk4vRjoXUpwm25gp3AG0D0F722IS
브컴가사교실. 이번에 정세랑 작가 책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브로콜리너마저한테 영업 당한?듯. 3집 이야기 주고 받는 것 보다가 음 정세랑, 결국 읽어야 겠군 하고 읽었다. 
밝은 에너지,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느껴졌다. 내 분야가 아니지만 좋았다. 잘 읽혔다 뚝딱. 

-웨딩드레스 44 
드레스를 거쳐간 44+a명의 사연. 스마트폰 독자를 겨냥한 연재라 매체 특성을 고려한 듯 짧은 이야기 모음 형식인데 이런 식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싶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짧은 서사들이지만 여성의 삶, 결혼, 가부장제, 인간관계, 인습과 관습 등 관통하는 주제로 묶여 있다. 
-효진
스스로 도망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자조하는 친구와 영상통화하는 이야기. 아르바이트 세 개하며 과자를 배우는 건 도망친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냥 그동안은 길을 찾아 헤맨게 아닐까. 다정한 친구와 대화를 나눈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이후 다른 소설에도 과자나 외국인 친구들, 대학원생이 종종 나온다. 
-알다시피, 은열
역사교육 전공을 살려 가상의 사료를 헤매며 현실의 다국적 환태평양 밴드 친구들과의 교류를 오버랩한다. 잘되면 논문, 안 되면 노래라니 지나치게 긍정적인 대학원생이 아니냐. 그런 지나친 긍정도 밝고 경쾌함도 약간 부럽구나. 
-옥상에서 만나요
주술로 만난 절망을 먹어주는 인간이 아닌 남편. 그걸로 카운셀러가 되다니. 리스펙트
추락 욕구 덜어주는 데는 참고로 남궁인이 날 것으로 쓴 책이 확실히 도움되었다. 바로 안 죽고 으스러진 채 응급실 실려갈 생각하면...힘내서 그냥 살아야지. 
-보늬
밤 속껍질처럼 젊어 떠난 언니. 특별한 애도 돌연사.net 비슷한 노래로 브로콜리너마저의 ‘분향’
https://youtu.be/JlRHZsEkMtk
이런 애도도 있어. 
-영원히 77 사이즈 
박쥐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흡혈귀 이야기인데 명도는 약간 더 밝고 덜 심각한 이야기였다. 죽어서도 오지 않은(않을) 사랑을 기다리는 건 약간 슬픔. 
-해피 쿠키 이어 
화자 선정과 설정이 특이하다. 읽어본 외국인 주인공 이야기 중에 제일 유쾌했다. 읽어본 사랑 이야기 중에 제일 쿨하고. 
-이혼 세일 
웨딩드레스 44랑 비슷한 전개인데 결혼 시작에서 결혼 마무리를 다룬 대칭적?소설이랄까. 여자애들 패거리에 끼어 본 적 없고 우리 우정 영원히~써니~이런 거에 알레르기 수준이라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이혼에 대한 응원의 의도라면 뜻은 좋은데. (정작 이혼 당사자들은 이런 걸로 위로 받을 수 있나?)
-이마와 모래 
작가가 원래 장르 문학에서 시작했고 경계를 딱히 따지지 않는다는 걸 검색으로 알았다. 가상의 두 지역의 분쟁과 문화적 차이를 다룬 점이 버드 스트라이크와 유사한데 이쪽이 우화적으로도 좀 더 선명하고 깔끔하다. 본 이야기에서 애정 관계로 얽지 않고 에필로그에 양념치듯 나온 건 단편 수준에선 영리한 선택. 심각한 갈등이 생각보다 싱겁게 마무리되는 점이 (시작에서 최정상 찍고 계속 내리막 아주 잠깐 굴곡 또 내리막) 고전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썩 잘 구성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읽기는 나쁘지 않았다. 적과 적이라도 알고 보면 썩 나쁜 놈년이란 없다, 우리는 다를 뿐, 위아더월드, 흠...밝은 세계관이로세.
피프티 피플도 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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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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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0 김영하
오랜만에 김영하를 읽었다. 아랑 전설을 소재로 민담 또는 고소설과 현대소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메타적인 관점으로 소개하듯 이야기를 끌어간다. 챕터를 잘게 잘라놔서 쉬이 읽힌다. 되감기-다시 반복-이런 방식도 가능하지만 별론데-다시-하고 편집하는 구성이 약간 흥미로웠다. 투쟁하는 이야기들, 결국 진실을 밝히는데 관심도 의무도 없는 이야기들, 소설이란 뭘까 고민한 흔적을 살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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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6-1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랑 전설‘이라는 것이 게임 이름인줄만 알았는데, 와 나 참 무식하다......

syo가 자의반타의반 잠수해 있는 동안 열반인님 꾸준열심 읽으셨군요!

반유행열반인 2019-06-17 11:06   좋아요 1 | URL
아이코 밀린 좋아요 안 눌러주셔도 됩니다ㅎㅎ syo님 수면 위로 나오신 것만도 기쁨인데...누추한 독서 목록 보실 동안 짧은 여유나마 푹 즐기심이 ㅜㅜ 제가 꾸준열심 읽은 수준은 syo님이 시험 끝나고 하루 나절 읽은 만큼이 아닐까요...

반유행열반인 2019-06-17 11:13   좋아요 0 | URL
근데 아랑전설 정말 게임 맞네요 듣고 보니 어 진짜 게임인 거 같은데 했더니...무식함이 아니라 박식함ㅋㅋ

syo 2019-06-17 11:22   좋아요 1 | URL
생각해보면, 그 게임을 ‘아랑 전설‘이라고 번역한 사람의 인문학적 소양을 칭송해야 되는 거군요.....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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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김상욱
F=ma
https://youtu.be/7bHYTenCwQY
가속은 곧 힘, 힘은 곧 가속도 되니 F=ma 다 Mass 와 acceleration~
슈퍼밴드에 과학선생님 출신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곡 ‘대리암’과 ‘F=ma’에 꽂혔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입에서 저절로 흥얼흥얼.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몇 년 전에 보고 주기율표 담요를 사니 김상욱의 양자공부를 받았?는데 차마 못 펼치고 있다 이 책을 먼저 보았다. 김상욱의 물리공부 쯤 될 내용이다. 그런 이름으로 신문 연재 했다는 듯.
진동과 파동이 아닌 떨림과 울림이다. 한글어, 울림 소리로 바꾸니 훨씬 시적이다. 물리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읽는 이가 쫄만한 수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직관적인 설명, 참신한 비유, 문학적인 문장들로 이야기를 꾸렸다. 과학을 잘 모르니 정확한 설명인지는 모르지만 어렵고 벽처럼 느껴지는 물리에 대해 뭔가 아름답네 하고 관심을 갖게 해 준 점이 좋았다. 
4년 전쯤 물리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비천한 문돌이의 짧은 식견에 고교 수학 이과 과정도 해야 할 거 같고, 그 전에 중학 수학도 복습해야 할 것 같고...그러다 잊고 지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다시 도전해 봐야지. 수학과 물리의 아름다움이 뭔지 죽기 전에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다. (될까?) 그전까지는 이런 착한 교양서들이나 청소년 과학 도서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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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9-05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ㅋㅋㅋㅋ 아앜ㅋㅋㅋㅋㅋ 저 대리암 알아요!!!! 그편 보고 자지러졌는 뎈ㅋㅋㅋ 그쌤 탈락 했죠?

반유행열반인 2020-09-05 09:49   좋아요 1 | URL
제법 오래 갔죠 ㅋㅋ대리암보다 난 F=ma가 더 좋았어요 ㅋㅋ그런데 그 분 수업은 음청 재미없을 거 같음 ㅋㅋㅋㅋ

공쟝쟝 2020-09-05 09:52   좋아요 1 | URL
막상 과학보다는 음악에 열정있으실 분임ㅋㅋㅋㅋ 여튼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좋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05 09:55   좋아요 1 | URL
네 저 슈퍼밴드 음청 열심히 봐서 그 분 유튜브도 구경가고 했어요 ㅋㅋㅋ저의 젊은 시절 캐릭터랑도 일부 겹침 ㅋㅋㅋ(인디밴드 가수 겸 교사 ㅋㅋㅋㅋ)다 지난 일 ㅋㅋㅋㅋ

공쟝쟝 2020-09-05 10:09   좋아요 1 | URL
가수반반 티쳐반반 진짜 무한매력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05 10:13   좋아요 1 | URL
이젠 그냥 티쳐반반 찌그래기반반 쟝쟝이웃반반 ㅋㅋㅋㅋ

공쟝쟝 2020-09-05 10:24   좋아요 1 | URL
그 티쳐 이웃 참 좋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9-05 10:30   좋아요 1 | URL
쟝쟝님 줄댓글 달아주는 거 보니까 막 털뭉치 친구들에 둘러 싸여 침대 위 뒹굴대며 주말이잖아 늘어질테다 하는 쟝쟝님 상상했다 ㅋㅋㅋㅋ그런 거 왜 좋지... ㅋㅋㅋ마음껏 늘어져랏

공쟝쟝 2020-09-05 10:42   좋아요 1 | URL
털뭉치 무한쓰다듬기 시전중. 사과하나 먹고 계속 누워있다. 이젠 내가 장판인제 장판이 난지!!!
 
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개정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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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올리버 색스

이 책을 몇 달 전에 읽으려다 세 쪽만에 덮고 그 탓을 번역에 돌렸다. 가독성 없다고 번역가 때리고 싶다고. 벼르고 벼르다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나 술술 넘어갔다. 책에도 문장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는 문장이고 번역이고 작가고 탓하기 전에 그 책을 읽을 때 내 상태가 정상인가, 제 정신인가 먼저 돌아봐야겠다. (다시 한 번 미안해요. 분이 풀린다면 나를 때려요 엉엉)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환각, 의식의 강을 읽고 네 번째 읽게 된 색스 박사 책이다. (그러고도 아직 사 둔 뮤지코필리아가 남아 있지. 후후)
이 책의 제목은 시인 톰 건이 이 십대에 쓴 시의 제목과 같다.

아무리 나빠도 우리는 움직인다. 아무리 좋아도
절대에 가닿지 못하는, 안식할 곳 없는 우리,
언제나 멈춰 있지 않아, 더 가까워진다.

신경과 의사이면서, 해양 생물, 식물, 시지각과 뇌(색맹, 시각언어로써의 수화) 등 다방면의 과학 분야, 문학, 음악 등까지 두루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글로 남긴 색스 박사의 인생을 그의 목소리로 듣는 즐거운 기회였다.
조현병을 앓는 가족(색스의 경우 형), 약물 중독, 우울증, 내향적인 성격 등 공통된 경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그러나 색스 박사는 의사로서,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가진 탐구자로서 열심히 신경과 뇌와 감각에 대해 파고들었지만 나는 그냥 멍청한 문돌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환각을 읽을 때는 마약쟁이가 뭔 의학적 호기심 운운하면서 되게 정당화하려고 애쓰네,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이 명백히 중독이었음을 인정하고 그 기저에 사랑의 상실, 외로움 같은 이유를 덧붙이니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그의 곁에는 그를 지지하고 찾아주는 가족들, 친구들이 있었기에 최악의 상황에서 망가지지 않고 평생 (다시 올 수 있는 유혹을) 견디며 살아간 것 같다.
일생에서 만난 네 번의 사랑 또는 연애, 그 중 하나는 70대에 시작되어 삶의 끝까지 이어졌다는 점도 놀라웠다. 성적 지향이 달라도 연애에 아파하는 건 비슷하다. 그 다름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아픔과 긴 연애 공백은 안타깝기도 했다.
모터 사이클에 매달려 넓은 미국 땅을 여행하고, 고화석이 편편히 깔린 수백만년 된 지층 사이를 거닐고, 잔잔한 연못이나 파도 치는 바다에서 수영하거나 스노클링을 즐기는 젊은 박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다 깔리거나 등반 중에 황소를 만나 다리 근육이 절단나거나 피오르에서 노 하나를 잃고 남은 하나로 죽어라 저으며 돌아오는 모습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런 경험들이 인생을 얼마나 즐겁게, 또는 긴장감 넘치게 만들었을까.
가족, 친구, 동료 작가, 동료 학자들과 주고 받은 서신도 좋았다. 같은 관심 분야를 가진 사람들과 긴 편지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또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을지. 톰이 보낸 편지에서 색스의 글에서 ‘인간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칭찬한 부분이 좋았다. 글에서 필요한 게 뭘까 돌아볼 기회가 되었다.
지각 작용에 대해 리처드 그레고리가 ‘지각 작용은 감각 정보가 단순히 눈이나 귀를 통해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 의해 ‘구성되는 것... 기억과 개연성과 맥락에 따른 예상이 부단히 입력되면서 뇌 안의 만은 하부조직이 작동함으로써 그 정보가 구성된다’고 보았던 것, ‘뇌가 생각을 가지고 논다’라고 한 주장은 환각이나 감각, 환각, 착각에서 접했던 것이라 여기서 다시 보니 좋았다.
다른 챕터들은 쉬이 즐기며 읽을 수 있었는데 뇌와 의식의 재발견 부분은 조금 어려웠다. 에덜먼의 신경다윈주의 자체가 엄청 어려운 주장(아니면 내가 멍청해서 못 알아 듣는 것) 같은데 여러 세대에 걸쳐 자연선택이 일어나듯 한 개체가 살면서 신경세포단위에서 끊임 없이 변화하며 범주화하고 이를 통해 각자의 지각 능력을 형성하며 뇌의 지도를 그려간다고 주장한 것 같다. 색스 박사 덕에 어렴풋하게나마 독특한 이론을 소개 받았다. 박사가 이 이론을 통해 시사받은 것을 말하는 이 부분도 좋았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신경다윈주의는, 우리 스스로 원하건 원하지 않건, 저마다 독자적으로 자기를 계발하며 평생에 걸쳐 각자의 특성에 맞는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운명임을 암시한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는 것을 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 꼬질거리고 글자도 너무 빽빽한 중고책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어렵더라도 올해 내에 천천히 다 읽어 보아야겠다.
포트노이의 불평부터 자기 앞의 생, 그리고 이 책까지 우연히도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비슷한 시기에 여럿 접하게 되었다. 그들의 민족적 자부심과 유대감, 거기에 그들이 당한 고난, 뭔가 복잡다단한 특색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세 책에 나타난 유대인의 모습과 자기 인식이 이렇게나 다른 걸 보면 어떤 사람들을 민족, 인종, 국민으로 뭉뚱그려 파악하는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당장 한국인으로 뭉뚱그려지는 우리 주변 사람을 봐도 너무 다르고 다양하잖아. 왜 남들을 볼 때는 그걸 쉽게 잊고 다르게 보는 걸까.)
인간에 대한 애정. 환자와 가족과 동료와 수많은 동식물체까지 아우르는 관심과 사랑. 그의 글이 과학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도 두루 읽히는 이유 같다. 나는 사실 아직까지도 수많은 의심을 내려 놓지 못하고 읽거나 보고 듣는다. 정말 그런 기분이었어? 그런 의도였어? 그런 생각이었어? (이 책 보면서도 가끔 그랬다. 몹쓸 병.) 심지어 나자신의 어제 오늘 내일도 믿지 못한다. 아님 어때. 하고 그냥 들어주고 받아들이는 날이 오면 좀 달라질까. 나도 남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면 글도 삶도 나아질까. 내 신경세포들은 왜 이런 쪽으로 강화된 걸까요. 자꾸 한 방향으로만 갈까요. 반대로 계속 자극하고 강화하면 재구성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나빠도 우리는 움직인다. 아무리 좋아도
절대에 가닿지 못하는, 안식할 곳 없는 우리,
언제나 멈춰 있지 않아, 더 가까워진다.

작은 희망이나마 주는 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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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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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1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해 본 적이 없다. 궁금해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릴 수 있을까. 최저임금8350원*8시간*5일*4주=1336000원. 혼자 몸은 겨우 건사하겠지만 저축을 하거나 가족을 부양하기엔 무리같다.
소설은 그리 길지 않아 금방 읽었다.
주인공 게이코 후루쿠라는 남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18년 간 일한 편의점에서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모방하며 걸맞는 말과 태도를 하고, 편의점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일한다.
그녀에게 편의점은 일터이자 학교, 식당, 사회, 종교, 삶 그 자체이다.
주인공 생겨 먹은 것도 특이한데, 작가가 오랜 기간 편의점에서 일했다고 한다. 책 말미에 작가가 편의점에게 쓴 러브레터를 보면 참 특이하다 싶다.
후루쿠라와 달리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을 무시하고, 조몬시대 타령하며 여자들에게 피해망상을 가지고, 스토킹하고, 그러면서도 후루쿠라를 착취하고 빌붙어 살려 하는 시라하라는 발암 캐릭터도 나온다. 남들이 결혼 안 하냐고 귀찮게 하는 것을 피하려고 그런 인간 말종을 집에 들어 먹이까지 줘가며 부양하는 후루쿠라가 딱했다.
다시 편의점 인간이 되기 위해 구직활동도 시라하도 내치고 각성하는 결말은 복잡한 심경으로 보게 되었다. 만족감을 가지고 발붙이며 자신의 존재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겠다, 싶다가도, 결국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화자의 입장에서는 무난한 곳이지만 온갖 편의점 알바 경험담에서 등장하는 존중 받지 못하는 상황-최저임금, 손님의 횡포, 주인의 횡포, 도난, 폐기 음식 둘러싸고 치사한 꼴 겪는 것 등등-을 생각하면 마냥 편한 마음은 아니다.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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