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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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8 구병모
예약 구매해 놓고 이제사 봤다.
이번 책은 전작들에 비해 쉽게 썼겠다 싶었다. 물론 쉽게 쓴 게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읽히도록 쓰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직전 단편집에서는 나름 개성일 수도 있다고 좋게 봐 줬던 만연체!! 문장이 길고 지루했다. -듯, -처럼, -같이 진부한 비유로 꾸미는 길고 긴 문장. 굽이굽이 이어져 읽기 힘들었다. 참고 읽어야 할 수준이었다.
 이 소설의 위치는 애매하다. 대놓고 청소년 소설은 아니다(영 ‘어덜트’소설이라잖아). 그런데 판타지 장르에 십 대 후반 주인공이 등장한다. 타겟은 어린 친구들에 가깝다. 굳이 청소년 타겟이면 조금 더 읽기 좋게 문장을 다듬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렇게 써 놓고(문학상 노리진 않을 거고 소비층도 분명한데도) 파는 것 솔직히 성의가 없다. 장편을 기대하고 봤다가 연속으로 실망했다. 계속 이런 식이면 믿고 거를 생각이다. (거의 다 읽은 작가인데 점점 식고 있다.)

다름에 대한 혐오 극복, 사랑, 공동체, 자유 의지... 좋은 가치들을 익인이라는 판타지 소재와 함께 다루는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작가가 전작에서 최근의 흐름(여성주의 소수자 문제 등등)에 대해 고민하고 다뤄온 데 비해 이 소설 안에서는 의도했나 싶을 정도로 그런 부분이 희석되어 있다. 전통적 가치(이성애, 남녀 역할 고정)에 대한 긍정적 시선, 나쁜 남자를 감싸고 가는 모습 등은 비판하고 논란거리로 삼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일부러 그랬나 싶은 수준이다.)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도 그렇다. 도시인들이 행하는 익인 착취와 편견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결국 익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소설 내내 신비주의적이고 오리엔탈리즘에 가까워서 마뜩치 않았다. 그런데 판타지가 원래 그렇지, 다른 것이 신기한 건 신기한 건데 그걸 뭐라 표현하나. 비유의 함정이다. 현실이 아닌 것으로 현실의 것을 빗대다 보면 망할 수도 있다. 

배운 점. 문장 길게 쓰지 말자. 배워 놓고 리뷰는 또 불만이던 부분 답습하는 바보. 잘 읽히게 쓰자. 친절하게. 쓸데 없는 수식어와 군더더기는 멋이 아니다. 평소에도 문장 깔끔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자. 

아가미, 날개, 인공지능, 그 외에도 사람 닮은 존재에 뭘 달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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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4-09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구병모 문장 진짜 별로라고 생각하거든요? 도대체 왜 이렇게 별론지 하루는 깊게 생각해보았는데, 알고보니 나랑 비슷해서......

반유행열반인 2019-04-09 21:19   좋아요 0 | URL
syo님은 황정은 문체 아니었어?! ㅋㅋㅋㅋ 이상하게 못된 건 잘 배워지고 고치지도 못해요.

syo 2019-04-09 21:21   좋아요 2 | URL
부디 황정은느님이 이 댓글 모르게 하소서.....

반유행열반인 2019-04-09 21:27   좋아요 0 | URL
정은 언니 여기에요 여기!!

syo 2019-04-09 21:30   좋아요 1 | URL
불러서 만날 분 같았으면 제가 얼매나 목놓아 불렀겠습니까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04-09 21:34   좋아요 0 | URL
syo님은 깊은 빠심과 애정어린 감상으로 어떤 작가님을 뵈도 면목이 있지만 저는 마주칠까 피하고 도망다녀야 해요. (너냐? 그 구리고 더러운 문장으로 내 책 씹던 게?!이러고 때릴 작가님이 한 트럭...)

syo 2019-04-09 21:37   좋아요 1 | URL
구리고 더러운 문장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요, 그렇다고 해도 밀란 쿤데라만큼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열반인님께 맹렬히 지팡이를 휘두르겠지요??

반유행열반인 2019-04-09 22:03   좋아요 0 | URL
그 지팡이라면 기꺼이 맞을 준비가...(다 맞고 나서 싸 들고 간 영감님 책에 하나씩 싸인 다 받을 거에요...깽값으로...)
 
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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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5 황정은

장기하와 얼굴들-아무도 필요 없다
https://youtu.be/j6imC4GVxtA

나는 너를 놓아버렸어
우산이 돼 주질 못했어
비에 흠뻑 젖은 널 두고
돌아서 걸어와 버렸어

나는 혼자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서
내겐 이젠 아무도
필요 없다 되뇌이네

소설을 읽다가 궁금했던게 장기하가 황정은 소설을 읽었나 싶었다. 아무도 필요 없다,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뭐 읽었거나 안 읽었거나 뭔 상관이야.

야호 나도 드디어 읽었다. 디디의 우산. 

웃는 남자를 뿌셔서 디디의 우산을 썼다고 했다. 이미 죽여버린 dd를 살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방에 혼자 남은 d를 방 밖으로 나오게 하고, LP와 진공관 앰프로 음악을 듣게 하고, 광장을 바라보게 해 준 건 마음에 들었다. 앞쪽 소설이 나는 더 좋았다.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는. 음. 말을 못 하게 하는 글이었다. 굳이 말을 하자면 황정은의 욕심이 과했고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싶다. 기록은 중요하고 모든 순간과 감정과 그런 생각들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황정은이, 굳이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소설이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나 싶다.  
상식-생각하지 않음에 대한 말은 좋았다. 

내가 읽었거나 읽지 않고 꽂아만 뒀거나 한 책들 내가 겪거나 목격하거나 잘 몰랐던 사건들 내가 썼던 어휘나 비슷한 상황들을 마주하는 게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었다.

아무도 아닌, 명실이 수경과 화자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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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4-06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지금 책등만 바라보며 몇달째인지..... 책등만 바라보며.....

반유행열반인 2019-04-06 08:51   좋아요 0 | URL
아끼고 아끼는 마음 느껴지네요. 황정은은 좋겠다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토토의 그림책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이토 아사 자문 / 토토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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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모두 원래 조금씩 달라. 저마다 보는 법과 느끼는 법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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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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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황정은
디디의 우산을 보는 중이었다. 다른 소설가의 단편에서 초코맨이 나오고 무도씨와 기조씨가 나오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봐야지 하고 빌렸다. 십 년 전 쯤 나온 황정은 첫 소설집이다. 읽고난 소감은 최근에 나온 단편집이 좀 더 내 취향에 맞았다. 

문- 내 등 뒤에서 열린 문에서 죽은 할머니가 나와 커피를 갈고 두리안이 나와 나와 버스도 타고 얘기도 나눈다. 눈 내리는 곳, 혹은 하얀 상자 같은 곳
모자-아버지가 자꾸 모자가 된다. 삼 남매가 가엾다. 뭘 그거 가지고 자꾸 이사가냐.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뷰티풀 마인드인 줄. 던져지지 않은 다트. 수도권 인근 사는 이들에게는 마음의 고향 수준인 보편성을 획득한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와 동물원. (서울대공원이라 한 적은 없긴 한데. 진주 진양호 동물원은 꼭대기라 열차 같은 거 없던데. )
무지개풀-풀은 아닌데 둥둥 떠 다니는 보트 형태 튜브를 샀는데 집에서 바람 넣어만 보고 어디 못 가지고 갔다. 나보다 한 수 위다. 
모기씨-차라리 모기라도, 할 만한 절박함. 외로움. 거품과 사고와 모기 같이 안 생긴 모기와 미오와 체셔. 이름은 좀 그냥 그런데. 
초코맨의 사회-쿠팡맨이 없던 시절이네. 짧은 은유. 압축팩 성능이 엄청나네요. 
곡도와 살고 있다- 고양이 안 좋아해서 뭐 고양이 자꾸 나와도 그냥 그런데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은 아니다. 
오뚝이와 지빠귀-좋게 봐야 카프카. 오뚝이가 되거나 되어가는 기조씨와 무도씨. 지빠귀는 훨씬 낫지 날아다니고 열매 쪼아 먹고 똥도 싸고 기울어지지도 않는다. 
마더- 이거 되게 슬픈 이야기인데 정용준 소설이나 김기덕 영화같은 데 나올 법한 인물이 나온다. 오. 티파니. 마더. 모성 부재. 
소년-이거도 되게 슬픈 이야기다. 어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아이들. 나쁜 부모와 병든 아이.  
G- 어제 발톱 깎았다. 옛날 옛적에에 손발톱 막 버렸다 옹고집 마냥 복제당한 아이 에피소드가 있었다. 

디디까지 보고 황정은은 좀 쉬어야지. 삼 월 첫 책도 황정은 사월 첫 책도 황정은 
빠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나는 누구를 숭배하지 못한다. 아이돌 좋아하는 게 그렇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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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스페셜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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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닐 게이먼
언젠가 읽고 싶다 생각한 책이지만 좀 이상한 방식으로 읽게 되었다. 전자 도서관에서 빌린 적도 예약한 적도 없는데 제 멋대로 대출이 되어 있었다. 헐. 버그인 듯. 
책이 읽어달라고 제 발로 걸어오는 것도 흔한 경우가 아니라 읽고 반납하기로 했는데 재미있었다. 
신들의 왕 오딘, 그의 아들 토르와 로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고 특히나 로키라는 캐릭터가 끌렸다. 인싸인 듯 아싸인 로키는 사고치고 수습하고 계략을 꾸미고 제 꾀에 넘어가 골탕을 먹거나 벌을 받다가 결국은 아스가르드의 신들과 완전히 갈라선 채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를 불러왔다. 신들의 죽음, 세계의 멸망, 그런데 그 뒤에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생각은 빙하기나 화산 폭발 같은 고인류 최대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것을 비유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스로마신화만 줄창 보다 새로운 세계관 신화을 보니 색달랐다. 집에 비슷한 이야기일 듯한 켈트 북구의 신들 이라는 책도 있는데 이것도 읽어봐야겠다.  

토르는 약간 덜 지혜롭지만 힘이 센 천하무적, 제우스도 그렇고 옛날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제일 세고 무서웠나보다. 
아스크와 엠블라는 아담과 이브 같은 태초의 남녀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두 내후 얘기는 수메르 신화에 이어 북유럽 신화, 노아의 방주 등등에 자주 등장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생각나는 프레이야
발드르의 죽음은 뭔가 아킬레우스의 죽음 같이 (단 한명을 제외한)모두가 슬퍼하는 일(저승 가서 데려오려 하는 건 페르세포네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도 생각나고)
괴물 뱀, 늑대, 독수리, 고래, 연어, 염소, 소, 돼지 등 당시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도움 받았던 동물들
산과 바다와 지진과 조수 간만 등 자연현상, 지형에 대한 나름의 재미있는 해석들
거인, 난쟁이들와 신들의 불화,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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