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자전거 여행'의 일부분이다. 책을 읽다가 보너스로 건진 생활 상식이라고 해야 하나

 

 장기곳, 대보, 감포 마을 어부들과 술을 마시면서 무릇 생선회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배웠다. 회를 먹을 때는 피해야 할 것이 두 가지이다. 첫째는 양식된 생선이고 둘째는 냉동된 고기이다. 광어와 우럭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이다. 값도 가장 비싸다. 지금 동해안 어촌에도 자연산으로 냉동 안 된 광어나 우럭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중략)

 어부들은 비싼 값을 치르며 양식되고 냉동된 광어나 우럭을 먹지 말고 도다리를 먹으라고 권한다. 도다리는 양식으로 키울 수가 없다. 도다리는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지 않는다. 생선도 성질에 따라서 팔자가 제각기이다. 광어와 도다리는 비슷하게 생겨서 구별하기 어렵다. 광어는 이빨이 있고 도다리는 이빨이 없다.

 오징어는 동해안에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생선이다. 반쯤 말린 오징어를 동해안에서는 '피데기'라고 부른다. 오징어는 배에서 잡자마자 널어서 말린 것을 으뜸으로 친다. 어창에서 며칠씩 묵혀두거나 냉동했다가 꺼내서 말린 오징어는 하품이다. 이걸 구별하는 방법은 오징어의 몸통 가운데 세로로 나 있는 검붉은 줄이다. 이 줄은 오징어가 죽은 지 2~3일이 지나면 없어진다. 말린 상태에서, 이 줄이 굵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오징어가 좋은 오징어다. (중략) 살이 두껍고 폭신폭신한 오징어가 좋은 오징어다. 또 다리 10개가 모두 벌어져 있는 오징어가 좋은 오징어다. 다리끼리 들러붙어 있는 오징어는 잘 마르지 않는 것이다. 들러붙은 부분이 변질해서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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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읽은 시집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시집이다. 처음엔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이미 많은 분들께서 좋은 리뷰를 올려놓으셨다. 그래서 페이퍼로 쓴다.

 물론 추천하고 싶은 다른 시집들도 많다. 그러나 내가 굳이 이 시집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시인의 삶에 대한 경외감에서 기인하는 듯 싶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시인으로부터 이 시집을 건네받았다. 술자리에서. 그리고 이면우 시인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를 들었었다. 물론 많은 음주량으로 적확한 기억은 없고 인상적이라는 느낌만 남았다.  시인이 권하는 시집인데다가 시인이 선물한 다른 시인의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나에게는 의미있는 시집인 셈이다.

 시를 한편 한편씩 읽어가면서 아름다운 삶에서 아름다운 생각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의 길을 걷기위해서라도 절실하면서도 아름답게(땀이 가진 아름다움) 삶을 가꾸어야겠다.

  이 시집이 주는 감동을 다른 모든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밤새 거미줄을 뿜어낸 거미의 수고에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그 마음의 깊이에 감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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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4-1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얼맙니까? 영혼의 깊이를 수치로 나타내는 어리석음을 한 번 해보고자..ㅎㅎ.장바구니에 골인~

메시지 2004-04-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약직 보일러공이라는 직업으로 살아오신 시인의 작품들이 파란여우님의 마움까지 데폈으면 좋겠네요.
 

요즘 들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책들을 많이 접했다. 세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신문도 전에 비해 꼼꼼히 보고 시사잡지에 실린 글과 인터넷의 토론방에도 자주 들렸다.

문득 한참 전에 사두었던 이외수의 사색상자가 노란 개나리처럼 책꽃이 한켠에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친구의 소개로 구입했던 책이다.

이외수의 책을 읽은 지가 꽤 오래전이다. 아주 오래전에 이외수의 감성사전을 친구의 책꽂이에서 뽑아읽으면서 대상에 대한 새롭고 신선한 시선과 감상에 반했던 적이 있었다. 이 책 역시 그 것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감성이 풍부한 책들은 대체로 구체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짧으면서도 깊은 단상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류의 책들은 손이 잘 잡히는 곳에 두고 조금씩 읽게 된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방법으로 독서를 했다. 이성적 사고로 가득찼던  정신에게 따뜻한 감성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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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4-1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외수님의 이런 책이 있었네요. 전 사실 이외수님 책 안 읽어 봤거든요. 그랬더니 후배 하나가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외수꺼 한권도 안 읽어 봤냐고 면박을 주더군요. 이 책 저도 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메시지 2004-04-1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주변의 권유로 접한 경우죠. 의외로 주변에 이외수 골수 팬들이 많아요. 후배 중에는 이외수를 찾아 강원도로 떠난 녀석도 있었어요.
 

오전 일찍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농촌기술센타. 

도시 외곽으로 접어든 버스는 황토빛 짙은 논과 밭, 군데군데 그을린 논두렁과 솔밭 사이를  경쾌하게 달렸다. 짐보따리를 들고 버스에 오르내리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에서 모처럼 시골의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생활정보지에서 주말가족농장 회원을 모집한다는 안내 기사를 보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11평의 텃밭에 대한 정보와 채소재배에 대한 교육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옛날 약봉지처럼 포장된 씨앗 봉투와 재배법이 적힌 자료집을 받아들고 돌아오는 길은 씨앗 속에 감추어진 푸른 생명들처럼 기대감이 가득했다.

무엇을 키울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잘 워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상상도 해보았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이 일을 꼭 실현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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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3-2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부자가 되신 기분이시겠습니다. 무엇을 심으실 계획이신가요? 저는 기회가 없겠죠. ㅋㅋ! 그래도 열심히 잘 가꾸셔서 메시지님뿐만 아니라 주변에 계신분도 함께 풍요로워지시길 기대해 봅니다. 글 올려 주시면 저도 먹은 것으로 해드리겠습니다. ^^

메시지 2004-03-3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의 서재에는 거의 매일 간답니다. 글을 남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꼭 글을 올리도록 할께요. 감기때문에 한참을 고생했는데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stella.K 2004-04-0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 발표났던데 올려놨는데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메시지님이 잘 아실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그동안 몇번인가 감기들을 뻔했는데 그럭저럭 넘어가 주네요. 메시지님도 건강하세요.^a^*
 

어제, 근처의 조그만 식물원에 다녀온데 이어 오늘은 김제 금산사에 다녀왔다. 모처럼 멀리 나서는 나들이길을  화창한 봄볕과 상쾌한 바람이 맞아주었다.

어제 나무와 새들을 보고온 감격이 남아있는지 아들녀석은 또 나무와 새를 보러간다는 말에 마냥 즐겁기만 하다. 금산사로 오르는 길에 계곡의 깨끗한 물을 보며 발걸음을 멈추는 아들녀석을 보면, 인간은 천성으로 자연에 친근감과 경외감을 느끼나보다.

후백제의 마지막 왕이라 할 수 있는 견훤에 대한 이야기와 곳곳에 놓여진 오래된 건물들은 금산사라는 절 자체가 주는 거대함과 더불어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거대한 미륵전과 긴 세월을 서있었을 고목들의 모습은 불자가 아닌 나에게도 시간에 대한 무기력함을 일깨워주는 법어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인간의 허욕은 쉽게 발견된다. 웅장한 미륵전을 끼고 돌다가  미륵전의 옆과 뒷벽에 새겨진 낙서들을 보았다. 그곳을 다녀갔다는 그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그곳에 깊은 상처로 자신의 이름을 남겨 놓았을까?  그들이 만든 상처가 그것으로 끝나기를 바랄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그 곳에서 시원한 약수 한잔 마시지 못하고 내려온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속세에서 삶을 사는 나에게 오래간만에 마음 속 때를 쓸어낼 기회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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