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법칙 - 함께 승리하는
존 맥스웰 지음, ㈜웨슬리퀘스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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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 초년 시절. 그 당시 직장상관은 무척 능력 있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호인형의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부서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 난다. 날 믿어. 내가 너를 뽑았는데 니가 잘 되야 나도 잘될 것 아니겠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해! 그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관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고, 그런 상관을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부서 직원과 퇴근 후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그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과장님, 부장님에게 찍힌 것 있어요? 나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아니 라고 대답했다. 나와 그 부장 사이에서 안 좋을 일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내가 내가 그 사람에게 찍힐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동안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해 왔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일은 미리 가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조정하면서 결정한 것으로 기억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보니 궁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 직원 왈 ! 얼마 전에 부서장 회의가 있었는데 그 때 그 곳을 지나면서 부장님이 사람들 앞에서 과장님을 씹고 있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씹어? 나를 씹어!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그 날 아침만 해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양반이!!!

 

  그 후, 몇 년이 지나 내가 부서장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부서원들에게, 특히 신입사원에게 반드시 해 주는 말이 하나 생겼다.

 

  내가 자네에게 약속할 것이 하나 있어. 그리고 자네도 나에게 약속해 줘야 할 것이 있고. 그건 바로 나는 자네 없는 데서 자네 욕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 절대로. 그리고 만약 자네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자네 앞에서 이야기를 해 주겠네. 그렇지 않다면 아무 일도 없는 거야. 자네도 그걸 약속해 줄 수 있겠나?. 상대가 없는 데서는 절대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욕은 하지 않기로.

 

  이와 같은 나의 의식은 내 앞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줄 것처럼 행동했던 한 상관이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비난했다는 말을 듣게 된 순간, 내가 받은 충격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직장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었다.

 

  나는 어느 날 이중적일수밖에 없는 한 상관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변해버린 내 자신을 바라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일에서, 그리고 한 인간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상관, 능력 있는 상관, 말을 잘하는 상관, 정치를 잘하는 상관. 이러한 모든 모습은 상관으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모습인 것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모습, 바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관이라면 이 모든 것은 하나의 로만 느껴 지는 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일은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 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관계를 그저 떡에 묻히는 떡고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우리의 삶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 기술과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원칙을 단 한마디로 인간과 인간간의 '신뢰의 법칙'이라고 말하며, 저자 자신이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즉 문화와 인종이 다를지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항상 적용 가능한 원칙들이라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모아 이 책에 정리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내 머리 속에서 하나하나 떠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없이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절,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의견만을 주장했던 직장 다닐 때의 모습, 세상의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살아 왔던 수 많은 세월들.

 

  이 책의 내용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저자의 표현을 빌려 말해 보면, 상황의 법칙101%의 법칙'이었다.

 

  ‘상황의 법칙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종종 상황을 관계보다 더 우선으로 여길 때가 있는데, 그 이유는 오직 하나다. 관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관계에서의 실수했을 때도 그랬고, 리더로서 실수했을 때도 그랬다. (중략) 상황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재산, 지위, 권력, 관심 등은 순간적인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보면서 내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씩 눈 앞에 떠 올랐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여 하나의 가정을 이룬 후, 나는 그 가정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 왔던가? 말로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내 자신이 만든 수 많은 상황 속에서 말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며 살아 온 나날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위해 일을 하고, 그리고 일을 해야 했기에 가정의 문제는 그 다음으로 접어 버려야 했던 나의 모습들.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항상 그 당시의 상황을 가지고 나를 합리화했다. 바로 가정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된다는 것. 그러나 가족들이 나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상황은 순간적인 것이다. 내 앞에 놓여진 모든 일들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오늘은 내 발을 간지럽게 하지만, 내일이면 언제 내 앞에 있었는지 찾아 볼 수도 없을 만큼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것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위해 영원히 함께 해야 할 내 가정의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가장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101%의 법칙은 특히 내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무의식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이는 인간과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공감되는 1%를 찾아 100%의 노력을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차이점을 찾느라 바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경쟁의식 때문일수도 있다. (중략)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와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중략) 그것(1%의 일치점)을 찾았다면 거기에 100% 노력을 기울여라. 차이점이 크면 클수록, 일치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쏟아야 할 노력도 그만큼 더 커진다.

 

  지나간 나날들을 되돌아 보면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서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찾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 차이점이 바로 그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주었다. 왜 그랬을까?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많은 공통점에는 눈을 가린 채 나와는 다른 차이점을 찾기에 만 몰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질투심과 두려움, 그리고 경쟁의식이었다고.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하나, 사람과 사람간에 신뢰를 쌓고 말고를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이다. 내가 먼저 남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나를 신뢰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 내 것을 버리거나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주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실천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단순한 이치이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는 이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기에 누군가와 함께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살아가는 안정된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가장 근본적인 주춧돌은 바로 신뢰라는 것, 이것이었다. 

 

  이 책은,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그 동안 저술한 책들 중에서 가장 솔직하게 자기 스스로를 거울 앞에 세워 놓고 써 내려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론도, 학술적인 논리도 사용하지 않은 책.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경험과 지난 세월 동안 거쳐온 삶의 파편들을 모아 놓은 책. 그리고 사람들간의 수 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이 실수했던 일, 잘했던 일, 그리고 아쉬움과 아픔의 기억들을 통해 만든 참회록 같은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내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통해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러한 관계를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들이 느껴 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 바람을 이 책이 내 아들에게 충분히 전달해 주리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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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 전 세계 인생 고수들에게 배운다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1
막시무스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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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현명한 답을 알면 인생이 유쾌해진다고 믿는, 그래서 어려운 삶의 문제에 대해 전 세계의 인생 고수들이 알아 낸 현명한 답을 찾고자 노력해 온 막시무스(필명)가 쓴 책으로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해 좋은 평을 받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

   막시무스, 이름 자체가 조금 철학적인 듯하면서도 고전적인 맛이 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평소 맛 보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생의 어려움들을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지혜를 전해 주고 있다.

 

  부당한 비난에 웃으며 대처하는 법, 불만을 잠재우는 기막힌 방법, 감옥에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죽는 날까지 장담하면 안 되는 것, 아는 체 하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것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접하게 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화처럼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 많은 예들을 찾았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예화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들을 통해 어떤 때는 미소를 짓게 되고, 또 어떤 때는 아! 하고 머리를 치게 된다. 때려봐야 내 머리만 아프지만.

 

  저자는 성격 자체가 대담하고, 항상 새로움을 찾아 다니는 사람인지라,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 테러범이 나오는 책을 본다고 한다, 그가 쓴 이 책은 일단 읽기가 쉽고 보기가 편하다. 읽기 쉽고 보기가 편하다 보니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가운데에서 책 속에 담긴 깊은 삶의 의미들이 부담 없이 내 마음에 들어와 조용히 쌓여 나가는 것 같다.

 

  자! 이 책의 맛을 한번 봐 보자. 저자는 커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커피는 천천히 사람을 죽이는 독약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술과 담배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커피와 술과 담배를 즐긴다. 나도 빨리 죽기는 남들만큼이나 싫기 때문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죽이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 천천히 죽이는 이란 문장을 그대로 사용해서 자신은 빨리 죽지 않고 오래오래 (천천히 죽는다) 살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농담 속에는 뼈가 들어 있다. 악마에 대한 그의 말

 

  나는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약 인간을 지금보다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악마가 존재한다면, 그는 지능이 아주 낮은 존재일 것이며, 내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생과 삶에 대해서는 무척 진지하다. 어느 판사가 가족들이 굶고 있어 빵을 훔친 죄로 재판을 받게 된 한 노인에게 10달러 벌금형을 내리곤 자신의 돈으로 그 벌금을 갚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까지는 그저 그런 내용이다. 그 다음 내용을 보자. 

 

  (판사는) 그날 법정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그 노인이 살기 위해 빵을 훔칠 수 밖에 없는 도시에 사는 죄로 50센트씩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사는 벌금을 모아 노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한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해도 막시무스는 재미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담배 끊고 술을 마시지 마라, 채식하고(중략). 그리하면 실제로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중략) 그렇게 (오래) 산다면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한가지는 분명할 것이다. 너무 지루해서 무척 오래 사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난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가진 폭 넓은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 그리고 그것들을 여유 있게 전달해 내는 그의 표현력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여기서 끝나지 말고 계속해서 2편, 3편의 형식으로 나와 주었으면 한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이지만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책, 얼마 안 되는 간단한 글이지만, 인생의 참 의미를 담고 있는 간결한 문장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원하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리고 저자에게 한가지 부탁하고 싶다. 그 동안 세계를 움직여 온 수많은 학자들과 위인, 영웅, 그리고 인생의 탐험가와 오랜 시간 만남을 통해 이런 좋은 내용을 만들어 냈으니, 이제는 고향에 돌아 온 기념으로 우리가 태어난 한 반도, 백두 대간과 함께 살아 온 우리 조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민족이 간직한 '오래된 미래' 속에서 이와 같은 삶의 의미를 전해 주는 것은 어떤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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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休
반지인 지음 / 마음길(도서출판마음길,마음길어린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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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休는 온갖 힘듬, 짜증, 일상, 무료, 권태 등의 달갑지 않지만, 버릴 수도 떨칠 수도 없는 것들이 누구에게나 종종 찾아오니까, 그걸 겪고 또 반복할 지라도 그 뒤엔 반드시 휴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휴식을 찾아주고 싶기도 했고, 제 자신이 먼저 찾아 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休가 나오게 된거구요.” 책 맨 앞 장에 나오는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는, 그리고 저자의 친절한 마음 씀씀이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의 休 를 찾아가는 여행이었기에 그녀의 카메라 앵글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 한 인간의 추억 속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땅 바닥에 흐트러진 벚꽃 사진이 나오고, 그 뒤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저자의 추억이 담긴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이 간단한 문장들과 함께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트북과 연결시킨 헤드폰에서는 책과 함께 온 CD, 힐링 뮤직 그룹인 노튼의 연주곡이 어둠을 달래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감미롭게 내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이 것이 [그리고 休]에서 느껴 볼 수 있는, 이 책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몇 장의 사진을 보는 동안, 책 내용보다는 귀가에서 들릴 듯 말 듯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녁이 지난 늦은 밤이라 그런가? 눈이 침침해서 저자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사진들이 잘 보이지 않아 그런가? 왜 그럴까?

 

아마도 이러한 느낌은 내가 가진 休의 개념과 저자가 보여주고자 했던 休의 정서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책에 들어 있는 사진과 글이 나를 저자가 말하는 休로 데려가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생겼다. 우리들 개개인들이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도 모두 다를텐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休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자연과 낙엽, 장독대, 가로수, 푸른 잔디가 깔린 초원, 논 덮인 산과 같은 것들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休를 선사할 수 있는 것인가?

 

산이란 단어 하나에서 어떤 사람은 울창한 숲을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폭포를 연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하늘을 생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가 올 듯이 찌푸린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뜨거운 여름 한 철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기만 한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서산에 해가 걸려 하늘을 불태우듯 붉디 붉은 저녁 노을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그리워 하는 산과 바다, 그리고 초원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언제부터인지는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쌓여 지기 시작한 자신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보여 준 다양한 사진들은, 그것이 가진 사실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도리어 독자들의 休를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다. 사진은 글보다 강한 전달 수단이지만, 그런 만큼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 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나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리고 休 를 통해 이 책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休의 한 부분을 성공적으로 보여 준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休를 주고자 한다면, 사람들마다 다른, 그들만이 간직한 休의 개념을 좀 더 세분화 시킨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둘째, 책 크기를 좀 더 키워 사진을 통한 시각적인 효과가 더욱 강하게 독자에게 다가 갈 수 있도록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셋째, 음악과 사진과 글을 함께 사용한다는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진과 글에 음악이라는 색깔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아마 이 세 가지가 하나가 되어 독자에게 다가간다면 저자가 생각한, 그리고 편집 기획 담당자가 의도한 독자에게 사진과 글과 음악을 통해 휴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그 목적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을 사진과 글, 그리고 음악을 조화시킴으로써 시청각 효과를 극대화 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중을 정확히 집어 낸 성공적인 기획 물로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그리고 休는 우리들이 갈망하는 아이템이며, 저자의 소중한 추억과 마음의 고향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군가는 저자가 그려 놓은 추억 속에서 평소 그리워 했던 일상의 休를 만끽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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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인간형
스티븐 M. 샤피로 지음, 마도경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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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쓴 저자는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중의 한명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목표라는 것 자체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열망에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보고자 했다. 2003년 여름부터 90일간 1만 2천마일을 달려 150여명을 인터뷰를 했고, 그 결과 이책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도 과거 '목표중독자' 였다고 하면서 목표 없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는 목표 없는 인생이란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삶이 방법이다.라고 정의하면서 목표 없는 삶을 살아가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방법 1 : 지도를 버리고 나침반을 사용하라

 

방법 2 : 절대로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라

 

방법 3 : 기회의 노크소리에 귀 기울여라

 

방법 4 : 오늘 내 모습에 감사하라

 

방법 5 : 모험을 추구하라

 

방법 6 : 인간 자석이 되어라

 

방법 7 :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여라

 

방법 8 :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과연 목표 없는 삶이 가능할까? 그런 유유자적한 삶은 돈 많은 부자들이나 가능한 것 아닌가? 목표 없는 삶이란 본능에 따르는 삶인데, 과연 그런 삶이 인간의 삶인가? 등등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나 역시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거의 다 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 와 저자가 말한 방법 8가지를 종이 위에 써 놓고 다시 잃어 보면서,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자신의 삶 속에서 목표라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삶을 제한된 틀에 가두어 놓지 말고 세상에 태어 난 자신의 가치를 기억하면서 열망과 열정을 간직한 삶을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자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저자가 말한 8가지 방법을 사용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을 해 보았다. 그들, 세밀한 지도를 버리고 나침반에 의존하며 걸어가는 사람은 길을 잃어 버릴 이유가 없다.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에 산이 있던, 강이 있던지 간에 그들은 항상 나침반이 가르치는 곳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좀 더 빠른 길이나 쉬운 길이 아닌 어렵고 힘든 길을 가게 될 경우만 존재할 뿐이며, 특정의 목적지가 없는 상황이기에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늘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서 해가 지면 그 곳에서 밥을 해 먹고 잠자리를 만든 후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잠을 자게 될 것이다. 아침에 되면 그들은 어제의 잠자리를 접고, 가벼운 복장과 간단한 물건 몇 가지만 가지고 다시 나침반이 가르치는 길을 가게 된다.

 

그들에게 어젯밤 잠을 잤던 그 곳, 먹을 곡식이 있었고, 깨끗한 물이 있는, 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땅일 뿐이다. 그들은 그 땅을 내년을 위해 미리 경작해 둔다거나, 나중에 땅 값이 오를 것 같다는 짐작에 그 땅에 말뚝을 박아 놓는 것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가다 보면 보다 더 좋은 땅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길을 가다 물을 만나면 식수를 뜨고 세수를 하게 될 것이고, 맛있는 사과 나무를 발견하게 되면 아마 그 자리에서 맛있는 사과 파티를 열고 흥겹게 놀게 될 것이다. 이들은 오늘 내가 여기 살아 숨쉬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며 순간 순간을 지내게 된다. 그러기에 곁에 있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며, 그들의 고통이 바로 자신의 고통과 같은 것이 된다.

 

저자가 말한 8가지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삶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 일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삶은 인간들이 한 곳에 정착해서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아 가기 전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Nomad 란 단어이다. 대기업의 경영자 한명이 주장한 이 단어가 신조어처럼 널리 퍼져 이젠 여행 노매드, 잡 노매드, 영화 노매드, 그리고 강의 노매드란 단어까지 만들어 졌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뭔가 새롭게 재미있는 것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의 Life Style 를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한 삶, 그리고 내가 생각해 본 농경사회 이전의 삶과 우리가 요즘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매드족의 삶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봤다. 농경사회가 시작되기 전 먹을 식량을 찾아 곡식과 과일, 그리고 동물들이 많이 사는 주변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다니던 그들의 모습과 보다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그리고 새로움을 얻기 위해 어떤 분명한 목적지 없이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는 노매드족의 삶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만약 이 2개의 삶의 방식에 크게 차이가 없다면, 즉 저자가 말한 목표 없는 삶의 형태와 우리가 열망하는 노매드라는 삶의 형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의 방식이라면, 우리들은 왜 '노매드'란 단어에는 열광하면서, 저자가 말한 '목표 없는 삶'이란 내용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 점이 무척 궁금해 졌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끔 해 본다. 인간이 태어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처음으로 갖게 되는 것이 목표이고, 좀 더 나이가 들면서 목적의식이 생기고, 더 나이가 들면 비전이란 것을 생각해 보다가 나중에 가서는 결국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해야만 하는 사명과 소명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삶의 단계가 있는 건 아닌지.

 

물론 이런 삶의 단계는 인간의 본성이기 보다는 사회가 규정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삶의 각 단계마다 그 시기에 적합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런 모습을 하나씩 완수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아닌지.

 

그러기에 누구나 다 성공을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할 시기가 있는가 하면, 지나온 삶의 되새기며 웃음 짓는 시기도 따로 있는 것 같고,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봤다.

 

결국 목표없는 삶과 목표를 가진 삶 중에 무엇이 옳은 삶인지의 판단은 자신에게 달린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니까.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삶의 방식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목표 없는 삶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성공을 목표로 한 열정적인 삶을 살아봐야만 한다는 것이며,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표 없는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아래 책들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2. 자네, 일은 재미있나?

3. 보물지도 만드는 법

4. 로버트 콜리어 성취의 법칙

5.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6. 신과 나눈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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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행복하기를 원하면 우선 나를 소중히 여겨라

 

 

  나의 직장생활 19년을 되돌아 볼 때면, 머리 속에 떠 오르는 건 일 때문에 밤새도록 책 보고,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서를 고치고 한 것밖에는 기억 나는 게 없는 것 같다.

 

  그 당시 누군가 나에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나요? 라고 물어봤다면 아마도 나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일이 나를 먹여 살려주니까, 그리고 내 미래를 보장해 주고, 나에게 행복한 삶을 약속해 주니까 라고. 그리고는 별 웃긴 놈 다 보겠네. 바빠 죽겠는데 라고 투덜거리면서 다시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더 많은 일을, 더 빠른 시간에, 더 적은 직원들을 데리고, 더 나은 결과 물을 상관에게 갖다 주는 것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 주고, 내 행복을 약속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나 역시 그 동안 자신 있게 진행해 왔던 한 사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그로 인해 그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고민과 번민, 불안 속에서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더 하다가 결국엔 이런 삶 자체가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아침 9시까지 정해진 사무실로 출근하여 지정된 책상에 앉아, 내 의사와는 별 상관없이 지시 받은 일을 해야 하는 그 곳을 미련없이 떠났다. 자유로운 삶을 찾아.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직장 그만 둔 첫째 달은 직영주유소 사장한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했고, 그 다음 달은 주유소 때려치고 집에서 뭉기럭거리다 한달이 지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물론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은,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개인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일이다.  

 

  며칠 전이었다. 그 날 따라 이상하게 내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노트북 속에 촘촘히 글자가 써 있는 화면을 쳐다보며 다른 사람의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주는 내 모습이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곤 얼마동안 잠잠히 지내던 내 안의 내가 또 다시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1 내가 왜 아침부터 책상에 앉아서 내 일도 아닌 남의 사업계획서를 써 주고 있는 거지?

2 "그거야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그나마 넌 그래도 그런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1 하긴..

2 !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빨리 끝내

1 근데 지금 이 일이 내가 직장에서 하던 일하고 뭐가 다른 거지?

2 다를 게 뭐 있어. 직장에서는 정해진 월급 받으며 일한 거고, 지금은 일 시키는 사람과 흥정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거지!

1 그래!

1 그래?" "그럼 내가 무엇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거야? 회사에서 하는 일과 똑 같은 일을 하려면 차라리 직원들에게 일이나 시킬 수 있는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게 낫지!

2 니가 회사생활이 이젠 지겹다며! 그리고 남의 일 하고 싶지 않다며! 그리고 너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잖아.

1 그랬지. 근데 이 일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사업계획서가 나를 위한 일인가?

2 그거야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과거처럼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그런 일들을 통해 니 나름대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갈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도 돈 받을 거 다 받아 가면서.

1 그래.  최소한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을 맡을 지 말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고. 그리고. 그리고

2 ! 이 일은 니가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너한테 일을 맡긴 것이고. 최소한 과거처럼 니가 쓴 사업계획서대로 사업이 안 됐다고 욕 먹을 일은 없잖아. 안 그래?

1 그건 그래. 과거처럼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일을 하다보면 내가 가진 전문성을 계속 키워 나갈 수도 있으니까. 또 이젠 내 개인 이름으로 일을 하는 거니까…”

2 그래 맞아. 그러니까 이젠 예전보다 더 잘해야지. 좋은 결과 하나하나가 미래의 너를 만들어 주는 발판이 되는 거니까

1 그래!!! 근데 하나만 물어볼게. 지금 나는 왜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거지?

2 “…..

 

  내가 자진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내가 왜 갑자기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알려달라는 내 질문에 열심히 내 곁에서 떠들어 대던 또 '다른 나'는 어디론 가 사라져 버렸다. 나의 미래를 위해 내 자신의 캐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일을 하면서, 그것도 돈을 받아 가며 당당하게 일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지 물어보자 마자 그 목소리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내 곁에서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인가?

 

  이제 혼자 남아있다고 느끼게 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창 밖을 내다보며 불행하다고 느끼는 내 자신을 위해 지금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고 물어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나의 행동은 스펜서 존슨이 쓴 [행복]에 나와 있는 한 문장이 생각났고, 그가 말한 1분이란 짧은 순간의 의미가 내 머리 속에 떠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문장은

 

  “1분 동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는 거야. 나 자신을 돌보기 위해 지금,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계속된다.

 

  "1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관찰하는 일이 매우 강력한 무언가에 이르도록 하기 때문이란다. 즉 자기 자신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지혜에 이르도록 한다는 말이지. (중략) 나의 행동을 관찰해 보는 것은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정지 신호에 멈춰서는 것과 같단다. 그 정지신호는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대답을 얻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1분은 더 되었겠지만, 그래도 그 대답은 무척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다. 과거처럼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찾고, 그 중에서 가장 최선책을 고르는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그저 단지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무얼까? 라고 내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 보는 순간, 바로 대답이 생각난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조용한 밤에, 저녁을 먹은 후 커피 한잔을 타 놓고, 일 같은 골치 아픈 것들은 모두 다 잊어 버리고 편안하게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 놓은 채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떠 오른 생각은, 집 앞에 있는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뒷짐을 짓고 급할 것 없는 상태에서 천천히 한 걸음씩 도심의 소음을 피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숨이 가빠지게 될 것이고, 그 때 나무 그늘에 앉아 얼음물 한 모금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이 힘차게 내 뿜는 진한 공기를 마시는 것. 그리고 집으로 돌아 와 내 몸에서 땀으로 쏟아 낸 묵은 노폐물을 씻고, 개운한 마음으로 맛있게 밥을 먹는 것. 그것이 다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들을 그 다음 날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오로지 일 생각만 했던 내가 내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자료와 정리하다 버린 낙서장들을 책상 옆으로 밀쳐 놓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2시간을 소비했고, 밤 9시면 일거리를 집어 던지고, 그 일이 오늘 당장 끝내야 할 일일지라도, 커피 한 잔을 타 놓고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 놓은 채, 책장 속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정겨운 책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나에게 사업계획서를 써 주는 일을 해 보라고 권했던 선배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 형이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사업계획서 쓰는 일에서 재미를 느낄 거라고 어떻게 알고 그 일을 하라고 재촉한 거예요? 내가 그토록 지겨운 일이라고 말했는데도. 처음엔 일하기 싫어 혼났는데, 그 일을 며칠 하다 보니 저도 슬슬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스펜서 존슨의 행복 속에 나오는 한 문장, 지금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무엇일까?,은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그리고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더욱 서글퍼진 나에게 행복이란 저 멀리 있는 파라다이스가 아닌, 바로 내 어께위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기만을 기다리는 파랑새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스펜서 존슨의 행복 중 잊혀지지 않은 문장 2개가 있다.

 

  “내가 희생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나니 진짜 나를 학대하는 장본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게 되더구나. (중략) 바로 내 자신이었어.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의 틈을 잘 관찰하는 것이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지. (중략)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성취감을 느끼지만 가진 것을 원하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는 법이야.

 

  스펜서 존슨은 이 책에서 우리가 행복에 다가갈 유일한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행복을 갈망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민하지만, 결과적으로 행복이란 것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누구나 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손쉽게 할 수 있는,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우리 스스로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 같다. 

  사과가 익으면 자연스럽게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단순하지만, 도리어 너무 단순하고 당연한 것 같기에 잊고 지내왔던 행복 속에 담겨 있는 하나의 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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