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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인간형
스티븐 M. 샤피로 지음, 마도경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쓴 저자는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중의 한명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목표라는 것 자체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열망에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보고자 했다. 2003년 여름부터 90일간 1만 2천마일을 달려 150여명을 인터뷰를 했고, 그 결과 이책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도 과거 '목표중독자' 였다고 하면서 목표 없는 삶이야 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는 목표 없는 인생이란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삶이 방법이다.”라고 정의하면서 목표 없는 삶을 살아가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방법 1 : 지도를 버리고 나침반을 사용하라
방법 2 : 절대로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라
방법 3 : 기회의 노크소리에 귀 기울여라
방법 4 : 오늘 내 모습에 감사하라
방법 5 : 모험을 추구하라
방법 6 : 인간 자석이 되어라
방법 7 :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여라
방법 8 :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과연 목표 없는 삶이 가능할까? 그런 유유자적한 삶은 돈 많은 부자들이나 가능한 것 아닌가? 목표 없는 삶이란 본능에 따르는 삶인데, 과연 그런 삶이 인간의 삶인가? 등등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나 역시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거의 다 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 와 저자가 말한 방법 8가지를 종이 위에 써 놓고 다시 잃어 보면서,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자신의 삶 속에서 목표라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라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삶을 제한된 틀에 가두어 놓지 말고 세상에 태어 난 자신의 가치를 기억하면서 열망과 열정을 간직한 삶을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자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저자가 말한 8가지 방법을 사용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을 해 보았다. 그들, 세밀한 지도를 버리고 나침반에 의존하며 걸어가는 사람은 길을 잃어 버릴 이유가 없다.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에 산이 있던, 강이 있던지 간에 그들은 항상 나침반이 가르치는 곳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좀 더 빠른 길이나 쉬운 길이 아닌 어렵고 힘든 길을 가게 될 경우만 존재할 뿐이며, 특정의 목적지가 없는 상황이기에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늘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서 해가 지면 그 곳에서 밥을 해 먹고 잠자리를 만든 후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잠을 자게 될 것이다. 아침에 되면 그들은 어제의 잠자리를 접고, 가벼운 복장과 간단한 물건 몇 가지만 가지고 다시 나침반이 가르치는 길을 가게 된다.
그들에게 어젯밤 잠을 잤던 그 곳, 먹을 곡식이 있었고, 깨끗한 물이 있는, 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땅일 뿐이다. 그들은 그 땅을 내년을 위해 미리 경작해 둔다거나, 나중에 땅 값이 오를 것 같다는 짐작에 그 땅에 말뚝을 박아 놓는 것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가다 보면 보다 더 좋은 땅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길을 가다 물을 만나면 식수를 뜨고 세수를 하게 될 것이고, 맛있는 사과 나무를 발견하게 되면 아마 그 자리에서 맛있는 사과 파티를 열고 흥겹게 놀게 될 것이다. 이들은 오늘 내가 여기 살아 숨쉬고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며 순간 순간을 지내게 된다. 그러기에 곁에 있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며, 그들의 고통이 바로 자신의 고통과 같은 것이 된다.
저자가 말한 8가지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삶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 일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삶은 인간들이 한 곳에 정착해서 농경사회를 이루며 살아 가기 전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Nomad’ 란 단어이다. 대기업의 경영자 한명이 주장한 이 단어가 신조어처럼 널리 퍼져 이젠 여행 노매드, 잡 노매드, 영화 노매드, 그리고 강의 노매드란 단어까지 만들어 졌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뭔가 새롭게 재미있는 것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의 Life Style 를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한 삶, 그리고 내가 생각해 본 농경사회 이전의 삶과 우리가 요즘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매드족의 삶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봤다. 농경사회가 시작되기 전 먹을 식량을 찾아 곡식과 과일, 그리고 동물들이 많이 사는 주변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 다니던 그들의 모습과 보다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그리고 새로움을 얻기 위해 어떤 분명한 목적지 없이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는 노매드족의 삶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만약 이 2개의 삶의 방식에 크게 차이가 없다면, 즉 저자가 말한 목표 없는 삶의 형태와 우리가 열망하는 노매드라는 삶의 형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의 방식이라면, 우리들은 왜 '노매드'란 단어에는 열광하면서, 저자가 말한 '목표 없는 삶'이란 내용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 점이 무척 궁금해 졌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끔 해 본다. 인간이 태어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처음으로 갖게 되는 것이 목표이고, 좀 더 나이가 들면서 목적의식이 생기고, 더 나이가 들면 비전이란 것을 생각해 보다가 나중에 가서는 결국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해야만 하는 사명과 소명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삶의 단계가 있는 건 아닌지.
물론 이런 삶의 단계는 인간의 본성이기 보다는 사회가 규정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삶의 각 단계마다 그 시기에 적합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런 모습을 하나씩 완수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아닌지.
그러기에 누구나 다 성공을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할 시기가 있는가 하면, 지나온 삶의 되새기며 웃음 짓는 시기도 따로 있는 것 같고,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봤다.
결국 목표없는 삶과 목표를 가진 삶 중에 무엇이 옳은 삶인지의 판단은 자신에게 달린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니까.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삶의 방식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목표 없는 삶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성공을 목표로 한 열정적인 삶을 살아봐야만 한다는 것이며,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표 없는 삶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아래 책들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2. 자네, 일은 재미있나?
3. 보물지도 만드는 법
4. 로버트 콜리어 성취의 법칙
5.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6. 신과 나눈 이야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