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休
반지인 지음 / 마음길(도서출판마음길,마음길어린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그리고 休는 온갖 힘듬, 짜증, 일상, 무료, 권태 등의 달갑지 않지만, 버릴 수도 떨칠 수도 없는 것들이 누구에게나 종종 찾아오니까, 그걸 겪고 또 반복할 지라도 그 뒤엔 반드시 휴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휴식을 찾아주고 싶기도 했고, 제 자신이 먼저 찾아 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리고 休가 나오게 된거구요.” 책 맨 앞 장에 나오는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는, 그리고 저자의 친절한 마음 씀씀이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의 休 를 찾아가는 여행이었기에 그녀의 카메라 앵글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새 한 인간의 추억 속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땅 바닥에 흐트러진 벚꽃 사진이 나오고, 그 뒤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저자의 추억이 담긴 아름다운 풍경사진들이 간단한 문장들과 함께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트북과 연결시킨 헤드폰에서는 책과 함께 온 CD, 힐링 뮤직 그룹인 노튼의 연주곡이 어둠을 달래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감미롭게 내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이 것이 [그리고 休]에서 느껴 볼 수 있는, 이 책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몇 장의 사진을 보는 동안, 책 내용보다는 귀가에서 들릴 듯 말 듯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녁이 지난 늦은 밤이라 그런가? 눈이 침침해서 저자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사진들이 잘 보이지 않아 그런가? 왜 그럴까?

 

아마도 이러한 느낌은 내가 가진 休의 개념과 저자가 보여주고자 했던 休의 정서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책에 들어 있는 사진과 글이 나를 저자가 말하는 休로 데려가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생겼다. 우리들 개개인들이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도 모두 다를텐데, 이들을 하나로 묶어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休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자연과 낙엽, 장독대, 가로수, 푸른 잔디가 깔린 초원, 논 덮인 산과 같은 것들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休를 선사할 수 있는 것인가?

 

산이란 단어 하나에서 어떤 사람은 울창한 숲을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폭포를 연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하늘을 생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가 올 듯이 찌푸린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뜨거운 여름 한 철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기만 한 하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서산에 해가 걸려 하늘을 불태우듯 붉디 붉은 저녁 노을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그리워 하는 산과 바다, 그리고 초원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언제부터인지는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쌓여 지기 시작한 자신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보여 준 다양한 사진들은, 그것이 가진 사실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보다는 도리어 독자들의 休를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다. 사진은 글보다 강한 전달 수단이지만, 그런 만큼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 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나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리고 休 를 통해 이 책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休의 한 부분을 성공적으로 보여 준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休를 주고자 한다면, 사람들마다 다른, 그들만이 간직한 休의 개념을 좀 더 세분화 시킨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둘째, 책 크기를 좀 더 키워 사진을 통한 시각적인 효과가 더욱 강하게 독자에게 다가 갈 수 있도록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셋째, 음악과 사진과 글을 함께 사용한다는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진과 글에 음악이라는 색깔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아마 이 세 가지가 하나가 되어 독자에게 다가간다면 저자가 생각한, 그리고 편집 기획 담당자가 의도한 독자에게 사진과 글과 음악을 통해 휴를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그 목적을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을 사진과 글, 그리고 음악을 조화시킴으로써 시청각 효과를 극대화 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중을 정확히 집어 낸 성공적인 기획 물로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그리고 休는 우리들이 갈망하는 아이템이며, 저자의 소중한 추억과 마음의 고향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군가는 저자가 그려 놓은 추억 속에서 평소 그리워 했던 일상의 休를 만끽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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