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맨 바퀴
크레이그 하비 지음, 조행복 옮김, 이우일 그림 / 황금나침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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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름은 그레고리. 나이 오개월. 바퀴의 평균 수명이 6개월이라 치면 거의 멘사의 수준에 오른 노장의 바퀴벌레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회사에서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샐러리맨 조지프와 그레고리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아침, 보고서 때문에 회사에 일찍 출근한 조지프. 그 덕분에 그레고리 라는 바퀴벌레를 만나게 되었다. 그 후 조지프는 그에게서 인생과 직장생활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바퀴벌레의 10가지 생존법칙을 배운다. 그 법칙은 이렇다

 

세상에서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다.

마음의 목소리를 항상 따르지는 마라.

언제나 최후까지 살아 남아라.

아주 작은 기회라도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들이 버린 곳에서 잔치를 벌여라.

뒤통수에도 눈을 달아라.

적이 생각에 잠겼을 때 움직여라.

충분히 휴식한 다음 사정없이 공격하라.

빛이 비치는 곳에 가지 마라.

나룰 죽이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박태일은 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성공을 바라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잠시 골똘한 표정을 짓다가 부자라는 막연한 대답을 하거나 제 마음의 목소리가 아니라 신문에서 텔레비전에서 혹은 어디에선가 주워 섬긴 성공에 관한 철학을 앵무새처럼 되뇌기 일쑤다. 그 성공의 패러다임은 대개 세계의 1%의 성공을 누린 사람들의 삶의 시늉하는 것이거나. 하루하루 버티기에도 힘든 우리에게 맨손으로 파랑새만 좆으라고 등 떠미는 이상적인 이야기이기 일쑤이다. (중략) 생존력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존재인 바퀴는 무지개 너머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발 딛고 선 곳을, 그리고 그곳의 진실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이야기한다.

 

무척 공감이 가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의 열 가지 법칙을 읽으면서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직장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느꼈다. 저 멀리 있는 파랑새가 아닌,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직장인의 삶과 조직의 생리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특히 최후까지 살아 남아라(진정 성공하려면 자신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항상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과 빛이 비치는 곳에 가지 마라(길이 막혔단 사실을 알았다면 방향을 바꿔 목표를 수정하고, 수정된 새 목표를 향해 재빨리 움직이라. 실패한 계획 때문에 실의에 빠지지 말고)는 내용은 구지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느꼈다.

 

이 책의 내용은 해설자 말대로, 세계에서 이름 난 유명한 명 강사나 그룹회장의 성공사례, 그들이 만든 추상적인 개념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자신의 삶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행동 지라고 본다. 바로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이 내용을 바퀴벌레라는 혐오스러운 곤충의 행동과 연결시킬 경우이다. 이럴 경우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 반대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남들이 버린 곳에서 잔치를 벌여라 의 의미는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맡더라도, 그 일을 즐겁게 하다 보면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를 바퀴벌레의 생태와 연결시켜 해석할 경우,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더럽고 지저분한 내용으로 독자에게 와 닿을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의 핵심주제는 우리가 자기계발서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들이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다. 이것을 제거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분명히 파악하라.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그것을 키우는 일에 매진하라. 주위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 지 항상 신경을 쓰면서, 자신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항상 생각하라. 단 움직임과 휴식을 잘 조화시켜 스스로가 지치지 않도록 하라.

 

바퀴벌레는 단지 이 주제를 보다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한 한 소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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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 - 반양장
짐 로허.토니 슈워츠 지음, 유영만.송경근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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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에게 일상의 시간관리보다 더 중요한 삶의 에너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의 에너지라는 것이 무엇이며, 이러한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들을 잘못 사용하면 어떤 상황에 도달하게 되는지도 많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한 직장인은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무서운 일은 이제 아예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겁니다. 주말에 완전히 업무를 잊기 위해서 메인 주로 여행을 떠났죠. 곧 일하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느껴지더군요. 항상 뭔가 일거리를 찾게 되죠. (중략) 갈수록 강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어떤 순간에도 내가 하는 일에 완전하게 몰입하지 못하고 다음 일을 위해 서둘러 끝내려고만 합니다. 삶의 표면 위를 그저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사람들은 삶에는 4가지의 중요한 에너지가 있다. 그것은 신체, 감정, 정신, 영혼 에너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잘못 관리하여 혼자의 힘으로는 헤쳐 나오기 어려운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다. 파동을 갖고 있는 생명체가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드는  단선적인 삶으로 자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급급한 나머지 멈추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4가지 에너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신체 에너지에 대한 무관심, 이로 인한 인내심, 집중력, 긍정적인 사고와 같은 감정에너지의 소멸, 충전 없이 사용만 하고 있는 정신 에너지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 자신의 가치와 존재 이유 등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한 영혼 에너지 상실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의 방식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한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여 시간이 아니라, 투여하는 에너지의 정도이다. 단순히 어떤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했는지 보다는 그 일에 얼마나 몰입하여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투여했는지가 그 일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둘째, 에너지는 직선적이 아니라 파동을 가지고 있다. 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보충하는 몰입과 이완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집중적인 몰입과 완전한 이완 상태는 사람의 모든 에너지를 점점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셋째, 인간의 에너지는 신체, 감정, 정신, 영혼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어느 한쪽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사람은 금방 피곤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때 사용하지 않은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를 더욱 약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 가장 기본이 되는 신체에너지를 인터벌 트레이닝의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감정과 정신 에너지는 항상 맑고 긍정적인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적 의식인 영혼 에너지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넷째,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가 필요하다. 이 목표는 외적이 아닌 내적인 목표,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목표, 자기중심이 아닌 타인 중심의 목표일수록 강한 힘을 갖는다. 특히 영혼 에너지는 다른 3가지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목표를 주는 에너지이다. 따라서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하면서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단순히 해야 한다는 의지와 규율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긍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일상 행동의 많은 부분을 긍정적인 의식, 즉 습관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의식화하겠다고 한 행동이나 태도가 자신의 가장 깊은 목표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편을 느끼게 되고 오래 가지 못한다.  모든 의식은 항상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란 질문과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이 책에는 나와 있는 많은 사례들은 내 자신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내용들은 우리들이 이미 열심히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른 채, 급한 마음으로 지금 하는 일보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 결국 지금 이순간을 영원히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과거 내가 겪었던 많은 문제들, 일에 대한 회의, 육체의 피곤함, 삶에 대한 의미 상실, 내 앞에 놓여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가진 에너지의 한계를 의식하지 못한 채, 충전 없이 사용만 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나는 누구이며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에 대한 답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는 길은 눈 앞에 보이는 산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등반대의 길이 아니다. 그것은 밤하늘에 빛나는 북극성만을 바라보며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사막을 걸어가는 것과 같은 삶이다. 멀고 먼 그 길을 도중에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만 한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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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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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서가 3개 분량의 책과 참고자료를 읽는 사람. 한 달에 2~3편의 정기 기고문을 써 내는 사람.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것보다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 그리고 독서에 대한 자기 주장이 분명한 사람. 저자는 항상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고 정리하고 또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낸다.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왜 공부를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가진 세상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받아 들이겠다는 그의 집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이 책 내용 중에서 독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가장 표현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들이 현재로서는 수익성도 보장되지 않는 우주여행에 왜 돈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원숭이는 초식동물로서 특히 과일을 주로 먹고 살아가기 때문에 정글이야말로 생존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사바나를 보고 비록 그곳의 환경이 열악한 듯 하지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어쨌든 가 보자고 생각한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있었습니다. 이 원숭이 무리가 사바나로 진출하면서 비로소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정글에 남아있던 원숭이들은 여전히 원숭이로서 살아가게 되었고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지적 욕구라고 한다. 그래서 우주여행를 현재의 가치와 수익성을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 스스로의 발전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는 책을 종이에 문자를 인쇄한 정보, 지식전달 지의 수준을 넘어, 인간이 가진 지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이를 후세에 계승하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책을 쓰는 자, 책을 만드는 자, 그리고 책을 사서 읽은 자들은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작은 우주이다. 이러한 소우주가 확대됨으로써 인간의 지적, 문화적 다양성을 점점 확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이끄는 것이 바로 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그리고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목적형 독서가 전부이다. 물론 그가 지식을 얻지 위한 독서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필요로 하는 독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가 제시한 독서 법은, 저자가 자신의 독서 법에 대해 평가한 것처럼,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으로서의 독서 법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마라

5.       읽다가 그만 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 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 하라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나도 논문을 쓰거나, 어떤 이슈에 대한 내 의견을 정리할 때에는 이와 같은 독서 법을 사용한다. 일에 필요한 책이나 자료들을 모아 놓고, 이들 중 필요한 부분을 찾아 발췌한 다음, 이 내용들을 다시 짜 맞춰 내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저자가 말한 독서 법과는 달리 책 속에서 나를 찾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가 아닌, 나를 알고 우리를 이해하고자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말한 독서 법 중에 한두 가지는 도리어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것은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는 부분과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는 부분이다. 물론 이 2가지 역시 지식을 습득하여 이를 새롭게 재 생산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는 책을 본 후 서평을 쓰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쓴 서평도 관심 있게 본다. 가끔 서평 중에서 이 책은 상식적인 내용이.. 이 책의 내용은 과거 진부한…’ 이란 표현을 보게 되면 나도 그 책을 구해 읽어본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대부분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기서 무엇인가 얻었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그 차이가 궁금했다. 왜 똑 같은 책을 보는데 어떤 사람은 진부한 내용이라고 하고, 나는 그 책 속에서 무엇인가 느끼는 게 있었다고 하는지.나는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려면, 제 3자 입장에서 책 내용의 진위를 따지지 말고,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 그 내용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았다. 그것은 어떤 독서 법이 더 나은가 하는 판단을 떠나, 책을 읽을 때 가지는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즉 책을 읽을 때 내가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그 책을 보느냐, 아니면 지식을 얻기 위해 제 3자의 입장에서 책 내용을 평가하며 보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독자의 입장이 아닌, 저자의 입장에서, 책 속에 나온 주인공의 입장에서 책을 보면, 상식적인 것 같은 내용이라도, 그것 자체를 실행하지 못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예전에는 머리 속에만 있던 단편적인 지식들이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에서 자주 보는 경영우화, 문제가 있는 사람과 멘토 간의 대화체 이야기일 때는 자신이 바로 그 책의 주인공이거나 멘토가 되어 그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일 경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책 속에 투영시켜 그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나는 지식을 얻고자 책을 보는 것은 독서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 법이 과거 선인들의 지식을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점이 바로 독서를 공부와 연관시켜 우리로 하여금 독서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 봤다.

 

  독서와 공부는 동일한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을 버리고,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붙이는 방법은 책에 내 자신을 몰입하여, 그 속에서 잊어버렸던 내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이를 위해 책 내용을 비판하고 평가하기 이전에 내가 책의 주인공이 되어, 책과 함께 나만의 인생 시나리오를 펼쳐 보는 것도 독서가 주는 큰 기쁨 중의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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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꿔줄 선택
할 어반 지음, 박정길 옮김 / 웅진윙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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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질을 결정할 15가지의 선택지

 

 

이 책은 할  어반이 쓴 책 중 두 번째로 읽은 책이고, 세번째 책인 [긍정적인 말의 힘]이 서가에  꽂혀 내가 읽어주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가 쓴 책을 읽다보면 그는 항상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듯한 문체로 글을 쓰고 있고, 책의 많은 부분을 좋은 문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한 가지 전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 그것은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고,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고통이지만, 그 대신 자기 앞에 놓여 진 고통을 헤쳐나가며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유의지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에 우리는 이 자유의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값진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 즉 자유의지라는 단어를 대학교 때 봉사활동을 하던 종교단체에서 처음 들었다. 신이 인간에게만 허락한 최대의 선물로 영혼 상태로는 느껴볼 수 없고 육체를 가진 인간만이 느껴 볼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하기 위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해 준 최고의 능력이라고.

 

그러나 이러한 자유의지가 지금까지 내 삶을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나를 이끌어 갈 것이며, 신 앞에 섰을 때 나에 대한 평가 역시 이러한 자유의지를 사용해 내가 선택한 것들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나이 40이 넘었을 때였다. 

 

나는 지나 온 삶을 되돌아 보며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한가지 선택을 생각해 봤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선택이 있었다면, 그것은 17년 전 어느 날, 귀가 안 들리게 된 내 상태를 진찰한 의사의 결론,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할 수 없다, 을 거부하고 나도 남들처럼 살아 갈 수 있다는 의지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살아 왔다.

 

그리고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삶 속에서 나의 신체적인 한계와 어려움, 그리고 불편함만을 의식하여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가겠다고 결정한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그 당시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나의 신체적인 상황으로는 나 혼자만을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가기에도 너무 힘든 상황이야. 그래서 난 너를 생각해 줄 여지가 없어. 너는 나처럼 신체에 한계가 없잖아!

 

그러나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보면서 내 가슴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 것은, 그리고 지나 온 삶을 되돌아 보며 나를 가장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내가 내린 선택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나도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겠다는 그 결정 자체를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그 당시 그 결정을 바라보며 그것은 내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그리고 하루하루 먼 산만 바라보며 신을 원망하는 내 모습이 보기 싫어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던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 나 만을 위한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곳을 찾기 위해, 그 당시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결국 내 인생에서 오직 단 한번 밖에는 지나갈 수 없는 그 길을 걸어 오면서 내 곁을 스쳐 지난 간 수많은 기회들을 놓쳤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기쁨과 행복들을 외면한 채, 오로지 그 곳에서 벗어나는 방법만을 고민하며 살아 왔던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 자체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 채, 그 곳에서 도망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고, 뛰고, 또 뛰었다.

 

나는 나이 40후반이 넘어서야 비로소 중요한 한가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것과 남이 강제로 시킨 길을 간다고 생각하는 것과의 차이점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의식은 설사 그 길이 어렵고 고생스럽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 속에서 길가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고, 가끔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길을 가다 지치면 나무 밑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그러나 내가 걸어가는 길이 내가 선택할 길이 아닌 남에게 강제로 떠밀려 나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그 길은 어떻게든지 벗어나야만 하는, 그리고 탈출해야만 하는 삶의 감옥이 되고 만다. 

 

나는 그 당시 그 길이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길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떠 밀려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곳만이 간직한 삶의 비밀과 의미를, 내가 살아가는 동안 오직 단 한번밖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삶의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 지나온 삶 자체가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나는 그것을 되돌아 보며 내가 지나 온 길 속에 숨어 있던, 그 곳만이 간직한 삶의 의미를 다시 느껴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어떤 때는 눈물짓고, 어떤 때는 미소 짓기도 하면서 그 곳에서 자라고 있던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을 만나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되돌아 보면 볼수록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는 지나가 버린 삶이기에 좀더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는 지나간 삶이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애절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알게 된 선택의 중요성과 그것을 통해 알게 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누구에겐가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이런 애절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자는 삶의 선택지로 15개를 제시하고 있다. 나는 그가 제시한 하나하나의 선택지들을 보면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인생의 방향 지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을 묶어 주는 공감, 그리고 그들에 대한 베풂과 용서, 나와 너를 이해하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내, 보다 바른 길을 선택해 낼 수 있는 생각의 힘, 그 속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신에 대한 의지, 용기, 지혜 등

 

아마 우리나라에도 할 어반과 같은 좋은 스승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이 올바른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공감과 겸손, 그리고 고통을 인내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나 역시 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유의지, 인생의 모든 길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할 어반의 말이다. 특히 의무교육이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책가방을 매고 지옥과 같은 학교 문을 들어서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명문대학이라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밤을 새워 교과서를 외우는 그들에게. 그리고 점점 더 개인화 되고 물질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삶의 방향타를 상실해 가는 젊은이들에게.

 

할 어반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15가지의 선택지를 정리해 봤다.

 

1장. 삶이 가르쳐준 위대한 교훈인 겸손.

2장. 화를 잠재우는 거인인 인내.

3장. 신뢰와 소통의 열쇠인 공감.

4장. 천국으로 가는 디딤돌인 베풂.

5장. 내 마음의 자유를 위한 선물인 용서.

6장. 숭고함으로 이끄는 정신의 힘인 생각.

7장. 좋은 미래를 끌어당기는 주문인 가능성.

8장. 매일 새로워지는 일상의 기적인 일신.

9장. 열정과 꿈의 방아쇠인 용기.

10장. 인생을 멋지게 전력 질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탁월함.

11장. 인생의 의미와 목적인 사명.

12장. 영혼은 채워주는 양식인 경전.

13장. 변화를 위한 통로인 기도.

14장. 삶의 주는 최고의 상인 지혜.

15장. 하루하루를 축제로 만드는 레시피로서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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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hot21 2006-09-2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글 잘 쓰시네요. 인생을 잘 살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지난 날을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것을 '선택'하지 마시지요.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그렇게 깨닫고 아쉬워하게 되는 것도 그 당시의 그런 겪음이 있었기 때문 아닐지요.

일열 2007-11-1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고맙습니다 yeshot21님 ^^

웅이 2008-02-0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라, 먼댓글 글자가 깨졌네요. 언듯 보니 스팸같네요. 지워 주세요. 수동으로 트랙백합니다.

http://woongyee.egloos.com/1707174
행복 찾기(3)- 삶을 삶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렸을 때 맛있는 과자가 있으면 감추어 놓고 야금야금 먹곤 했다. 지금 웅이의 한rss(www.hanrss.com)에 들어 있는 일열님의 글이 그러하다. 오늘은 일열님의 삶의 질을 결정할 15가지란 글을 읽고 목메어 울었다...

일열 2008-02-0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웅이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 101인의 가상유언장
도종환.황금찬 외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오늘의 유언장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목표이다

 

 

  나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이모님이 한 분계셨다. 이모님은 결혼한 지 2년 만에 이모부를 전쟁터에서 잃고 오랜 세월 동안 하나뿐인 딸을 키우며 살아 오시l면서, 장사 때문에 새벽에 나가 밤중에 들어오시는 어머니 대신 우리 형제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 곁에서 어머니가 되어 주신 분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형제는 이모님을 엄마라고 부르며 자랐다. 어떻게 보면 우리 형제는 어머니가 두 분이나 계셨던 복 받은 형제이었다. 우리는 두 어머니를 구분하기 위해 친어머니는 시장에 나가기에 시장엄마, 이모님은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기에 성당엄마라고 부르면서 함께 살았었다.

 

  이모님을 생각할 때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모님의 치마끈을 잡아야만 잠이 들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다. 그 당시 내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모님의 치마끈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졌고, 치마끈 밑으로 느껴지는 이모님의 숨결이 나에게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이모님이 10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져 움직일 수 있는 건 눈과 입술, 그리고 약간의 손놀림 정도, 그러다 보니 움직이는 건 당연히 못하고, 자신의 감정 표현도 소리치는 것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힘들게 살아 오시다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이모님을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뛰어가 반가워 어쩔줄 모르던 내가 그 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은 바로 그 때부터였다. 이상하게 이모님 곁에 가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했고, 누구보다도 그 분 곁에서 돌봐주어야 할 내가 항상 이모님 주변만을 빙빙 맴돌면서 지낸 것이다. 나를 그토록 사랑해 주시고, 나에게는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분이었는데 왜 그토록 이모님을 피하게 되었는지?

 

  나는 그 이유를 [사후 생]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나와 같은 상태를 보고 죽음을 두려워 하기에 죽음 곁에 가고자 하지 않는 인간의 근본 심리라고 한다. 어쩌면 이모님은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사신의 그림자 때문에 내가 당신 곁에 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하시곤, 그런 내 그 모습이 안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내가 당신의 손을 잡아 주면 그 분은 희미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우시기만 했으니까. 

 

  나는 올해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이모님을 찾아 뵙고 그 분 곁에서 오랫동안 그 분의 눈물을 닦아 드리며 함께 지내겠노라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과 몸이 불편한 이모님을 돌보는 것과는 다르지 않냐고 나를 설득하면서. 그러나 이모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나는 영안실에 앉아 이모님의 사진을 보며 흘러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난 간 세월에 대한 후회와 마지막 가시는 그 순간만이라도 곁에 있어 주지 못한 안타까움때문에. 그러나 내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바로 이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후회를 가슴에 끌어 안은 채 앞으로 남은 몇 십년을 살아 가야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었다.

 

  나에게 단 한시간만이라도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모님이 돌아가신 후, 영안실로 많은 신도들이 찾아 와 오랜 시간 기도를 해 주었다. 한 팀이 가면 또 다른 팀이, 그 팀이 가면 또 어디 선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와 기도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기도 내용 중에 빠지지 하는 기도 (망자는) 이 세상에 남은 아들, 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이 책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 날]을 읽어보면, 세상에 무엇인가 남기고자 열심히 살아 온 문인들이 자신의 마지막 날에 세상에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마지막 그 순간에 주로 어떤 말을 하게 되는지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다.

 

  그들은 죽음을 앞에 둔 자기 자신보다도 아직 이생에 남아 있을 아내와 자식,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남은 삶을 제대로 살아 갈 수 있을 지 걱정하고 있다. 그들은 남은 자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죽을 것을 슬퍼하지 마라., 돈이나 재물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남아 있는 아내, 남편을 위해 줘라.,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라.

 

  나는 문인들의 유언 내용을 보면서 만약 이모님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그 분은 뭐라고 말씀하셨을 지 궁금했다. 오랜 세월, 자신보다는 딸과 우리 두 형제를 위해 살아 오신 당신. 인간사의 고통보다는 하느님을 바라보며 그 분 곁에 가고자 기원했던 이모님이라면 세상에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무슨 말을 하셨을까?

 

  입관하기 전, 이모님은 수녀 복을 입으셨다. 자신이 태어 난 그 곳으로 가기 바로 직전, 천사의 날개와 같은 옷을 입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생의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찬란한 빛을 발하시며 하느님 곁으로 날아가신 것이다. 아마 그 분은 그 때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다. “너희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너희들을 기억할 것이다. 내 아들, 딸들아.

 

  나는 나와 함께 살아 온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뭐라고 이야기 할까 생각해 봤다. 특히 가족들에게. 별로 길게 할 말은 없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은 있다. 아내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라고. 그리고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져 줄 것 같다. 다시는 느껴 볼 수 없는 그녀만이 간직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녀의 체온을 느껴 보기 위해.

 

  아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너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어. 사랑한다. 내 아들아라고 말하며 뜨겁게, 내 몸에 남아 있는 모든 애정과 사랑을 다해 꼭 끌어 안아 주고 싶다.

 

  그러나 지금,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엔 나의 마지막 날에 지나 온 삶을 되돌아 보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오직 한 번뿐인 이 삶을 더욱 값지게 살기위해, 그리고 나의 유언이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의 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이 순간부터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동안 내 가족과 내 이웃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가고자 한다.

 

  모리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진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고 죽을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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