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를 원하면 우선 나를 소중히 여겨라
나의 직장생활 19년을 되돌아 볼 때면, 머리 속에 떠 오르는 건 일 때문에 밤새도록 책 보고,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서를 고치고 한 것밖에는 기억 나는 게 없는 것 같다.
그 당시 누군가 나에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나요?” 라고 물어봤다면 아마도 나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일이 나를 먹여 살려주니까, 그리고 내 미래를 보장해 주고, 나에게 행복한 삶을 약속해 주니까” 라고. 그리고는 “별 웃긴 놈 다 보겠네. 바빠 죽겠는데” 라고 투덜거리면서 다시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더 많은 일을, 더 빠른 시간에, 더 적은 직원들을 데리고, 더 나은 결과 물을 상관에게 갖다 주는 것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 주고, 내 행복을 약속해 주리라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나 역시 그 동안 자신 있게 진행해 왔던 한 사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그로 인해 그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고민과 번민, 불안 속에서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더 하다가 결국엔 이런 삶 자체가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아침 9시까지 정해진 사무실로 출근하여 지정된 책상에 앉아, 내 의사와는 별 상관없이 지시 받은 일을 해야 하는 그 곳을 미련없이 떠났다. 자유로운 삶을 찾아.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직장 그만 둔 첫째 달은 직영주유소 사장한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했고, 그 다음 달은 주유소 때려치고 집에서 뭉기럭거리다 한달이 지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물론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은,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개인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일이다.
며칠 전이었다. 그 날 따라 이상하게 내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노트북 속에 촘촘히 글자가 써 있는 화면을 쳐다보며 다른 사람의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주는 내 모습이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곤 얼마동안 잠잠히 지내던 내 안의 내가 또 다시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1 “내가 왜 아침부터 책상에 앉아서 내 일도 아닌 남의 사업계획서를 써 주고 있는 거지?”
나2 "그거야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그나마 넌 그래도 그런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나1 “하긴…..”
나2 “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빨리 끝내”
나1 “근데 지금 이 일이 내가 직장에서 하던 일하고 뭐가 다른 거지?”
나2 “다를 게 뭐 있어. 직장에서는 정해진 월급 받으며 일한 거고, 지금은 일 시키는 사람과 흥정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거지!”
나1 “그래!”
나1 “그래?" "그럼 내가 무엇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거야? 회사에서 하는 일과 똑 같은 일을 하려면 차라리 직원들에게 일이나 시킬 수 있는 그 자리에 그냥 있는 게 낫지!”
나2 “니가 회사생활이 이젠 지겹다며! 그리고 남의 일 하고 싶지 않다며! 그리고 너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잖아.”
나1 “그랬지. 근데 이 일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사업계획서가 나를 위한 일인가?”
나2 “그거야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과거처럼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그런 일들을 통해 니 나름대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갈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도 돈 받을 거 다 받아 가면서.”
나1 “그래. 최소한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을 맡을 지 말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고. 그리고…. 그리고… ”
나2 “자! 이 일은 니가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너한테 일을 맡긴 것이고. 최소한 과거처럼 니가 쓴 사업계획서대로 사업이 안 됐다고 욕 먹을 일은 없잖아. 안 그래?”
나1 “그건 그래. 과거처럼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 일을 하다보면 내가 가진 전문성을 계속 키워 나갈 수도 있으니까. 또 이젠 내 개인 이름으로 일을 하는 거니까…”
나2 “그래 맞아. 그러니까 이젠 예전보다 더 잘해야지. 좋은 결과 하나하나가 미래의 너를 만들어 주는 발판이 되는 거니까”
나1 “그래!!! 근데 하나만 물어볼게. 지금 나는 왜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거지?”
나2 “…..”
내가 자진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내가 왜 갑자기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알려달라는 내 질문에 열심히 내 곁에서 떠들어 대던 또 '다른 나'는 어디론 가 사라져 버렸다. 나의 미래를 위해 내 자신의 캐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일을 하면서, 그것도 돈을 받아 가며 당당하게 일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지 물어보자 마자 그 목소리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내 곁에서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인가?
이제 혼자 남아있다고 느끼게 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창 밖을 내다보며 불행하다고 느끼는 내 자신을 위해 “지금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고 물어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나의 행동은 스펜서 존슨이 쓴 [행복]에 나와 있는 한 문장이 생각났고, 그가 말한 1분이란 짧은 순간의 의미가 내 머리 속에 떠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문장은
“1분 동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는 거야. 나 자신을 돌보기 위해 지금,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계속된다.
"1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관찰하는 일이 매우 강력한 무언가에 이르도록 하기 때문이란다. 즉 자기 자신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지혜에 이르도록 한다는 말이지. (중략) 나의 행동을 관찰해 보는 것은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정지 신호에 멈춰서는 것과 같단다. 그 정지신호는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대답을 얻을 때까지 걸린 시간이 1분은 더 되었겠지만, 그래도 그 대답은 무척 쉽게 찾아 낼 수 있었다. 과거처럼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찾고, 그 중에서 가장 최선책을 고르는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그저 단지 ‘정말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무얼까?” 라고 내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 보는 순간, 바로 대답이 생각난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조용한 밤에, 저녁을 먹은 후 커피 한잔을 타 놓고, 일 같은 골치 아픈 것들은 모두 다 잊어 버리고 편안하게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 놓은 채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떠 오른 생각은, 집 앞에 있는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뒷짐을 짓고 급할 것 없는 상태에서 천천히 한 걸음씩 도심의 소음을 피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숨이 가빠지게 될 것이고, 그 때 나무 그늘에 앉아 얼음물 한 모금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이 힘차게 내 뿜는 진한 공기를 마시는 것. 그리고 집으로 돌아 와 내 몸에서 땀으로 쏟아 낸 묵은 노폐물을 씻고, 개운한 마음으로 맛있게 밥을 먹는 것. 그것이 다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들을 그 다음 날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오로지 일 생각만 했던 내가 내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자료와 정리하다 버린 낙서장들을 책상 옆으로 밀쳐 놓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2시간을 소비했고, 밤 9시면 일거리를 집어 던지고, 그 일이 오늘 당장 끝내야 할 일일지라도, 커피 한 잔을 타 놓고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 놓은 채, 책장 속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정겨운 책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나에게 사업계획서를 써 주는 일을 해 보라고 권했던 선배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형! 형이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사업계획서 쓰는 일에서 재미를 느낄 거라고 어떻게 알고 그 일을 하라고 재촉한 거예요? 내가 그토록 지겨운 일이라고 말했는데도. 처음엔 일하기 싫어 혼났는데, 그 일을 며칠 하다 보니 저도 슬슬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스펜서 존슨의 행복 속에 나오는 한 문장, 지금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무엇일까?,은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그리고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더욱 서글퍼진 나에게 행복이란 저 멀리 있는 파라다이스가 아닌, 바로 내 어께위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기만을 기다리는 파랑새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스펜서 존슨의 행복 중 잊혀지지 않은 문장 2개가 있다.
“내가 희생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나니 진짜 나를 학대하는 장본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게 되더구나. (중략) 바로 내 자신이었어.”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의 틈을 잘 관찰하는 것이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지. (중략)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은 성취감을 느끼지만 가진 것을 원하는 사람은 행복을 느끼는 법이야.”
스펜서 존슨은 이 책에서 우리가 행복에 다가갈 유일한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행복을 갈망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민하지만, 결과적으로 행복이란 것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누구나 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손쉽게 할 수 있는,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우리 스스로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방법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 같다.
사과가 익으면 자연스럽게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단순하지만, 도리어 너무 단순하고 당연한 것 같기에 잊고 지내왔던 행복 속에 담겨 있는 하나의 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