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이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 최기영씨와 재미교포 사업가 장민호씨의 회사 임원 이진강씨를 구속함에 따라 이들이 소속된 일심회의 국내 활동 전모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심회가 국내 동향 파악 및 정보수집 차원을 넘어 시민단체 등을 앞세워 반미 투쟁을 선동하고, 국내 선거 등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는 등 국내 정치·사회 쟁점에 개입했던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공안당국은 일심회가 장씨를 중심으로 한 ‘점조직 형태’로 활동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인물인 장씨가 주변 인맥을 활용해 지인들을 포섭하는 방법으로 조직의 외연을 넓히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해 북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씨는 고교 2년 후배인 손정목씨와 자신이 운영하던 정보기술(IT) 업체 임원 이진강씨를 조직원으로 끌어들였고, 주변 인맥을 통해 민노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씨를 포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는 이들이 접촉했던 386 운동권 출신과 정·재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심회 조직원들이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장씨에게 넘겨줬고, 정치권 및 시민단체 인사 등을 조직에 추가로 끌어들이려 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안당국은 특히 일심회의 국내 활동 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일심회가 국내 선거에 개입하고, 시민단체 간부들을 포섭해 사회 혼란을 조장하려 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지난 28일 구속된 최 부총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최 부총장은 북측으로부터 2003년 3월 민노당 간부 A씨를 통해 주요 인물 분석자료를 넘겨받아 제출하라는 지령을 받았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에 표를 몰아줘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 달라는 지령을 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심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시민단체 인사들로 조직을 구축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안당국은 2002년 1월부터 10월 사이 이진강씨가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끌어들여 반미투쟁을 벌이겠다는 보고 문건을 확보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현재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일심회의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공안당국은 이와 관련, 검찰이 최근 장씨의 집과 사무실에서 압수한 대북 보고문에 주목하고 있다. 당국은 암호로 작성된 이 문건이 지금까지 파악한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장씨 등이 북한의 지령대로 중요 정보를 확보해 보고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규명될 경우 일심회 조직원으로 지목된 피의자들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물론 수사 범위가 급속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우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