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가 놀러와서 집사람과 함께 집주변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사람이 돌솥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가는 도중에 고깃집 골목에서 풍겨나오는 향기(?)를 참지 못하고 삼겹살로 메뉴를 바꾸게 되었다.
강남역에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지오다노 골목에서 들어가다가 두번째로 우회전을 하면 고깃집 골목이 시작된다. 50여미터의 거리에 좌우 양쪽이 모두 고깃집이다. 골목 전체에 진동하는 각종 고기냄새는 식전에는 식욕을 자극하면서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런데 고깃집 골목을 지날 때마다 항상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서둘러 지나곤 한다. 지나는 행인들을 붙잡는 '삐끼'들 때문이다. 평소에 그 골목에 '삐끼'들의 악명높은 행태를 알기에 그냥 무시하면서 빨리 지나가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토요일 저녁 대목인지라 삐끼들의 호객행위는 훨씬 더 강렬했다. 나는 비교적 익숙해져 있는 편이었지만, 나와 이곳에 온 외국인 친구 한명과 군인 친구 한명은 그 골목을 지나고 나서 나에게 뭐 이런 곳이 다 있냐며 폭행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늘은 그 골목을 지나가다가 평소 집사람이 다른 지점에서 맛있게 먹었다던 '떡삼시대'라는 삼겹살 집에 갔다. 삐끼가 3명도 넘었던 것 같은데 음식점 안은 손님들로 빽빽히 들어차 있었다. 고기는 두껍고 꽤 맛있었다. 그런데, 손님 수에 비해서 종업원이 너무 부족했다. 종업원들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분주하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지만, 처음 음식이 나온 다음에 추가 주문을 하거나 모자란 밑반찬을 채워 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아줄 정도의 여유가 없는 듯했다.
처음 고기맛이 괜찮다고 만족한 것도 잠시, 종업원 부르기 위해서 4-5번을 불러야 했고, 불러서 요청을 해도 결국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요청한 김치와 된장찌게는 나오지 않았다. 너무 마음이 상해서 계산하면서 싫은 소리를 할 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계산대에 있는 아가씨도 아르바이트생이어서 말을 해 보았자 소용도 없었고 말을 하기도 미안해서 그냥 계산만 하고 나왔다.
강남역에 산 지 3달 정도 되었으나 아직까지 마음에 쏙 드는 음식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길에서도 줄을 지어 이동해야 할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뜨내기 손님만으로도 충분히 장사가 잘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강남역에선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