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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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실업계) 고등학교 아이들은 보통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나간다. 학교 교육과정 중의 하나로 실제 직장생활을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현장실습생들의 현실과 비참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직장내 폭력과 협박, 장시간의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끓은 김동준 군의 얘기를 중심으로 비슷한 사건들, 죽음을 당한 학생들의 부모, 특성화고교 학생과 교사, 현장실습생 사건을 담당했던 노무사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역사이래 청소년노동이 없었던 시대는 없으며 그들의 노동을 불쌍하게 여기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당당하게 일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또한 이게 부당한 건지 아닌지조차 제대로 알지못하는 아이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갔다.

특성화고교에 오래 근무했던 교사 지인에게 물어보니 최근 몇년 사이에 노동인권교육이 많이 강화되어 정규교과나 자율, 창체시간을 활용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먼 세상 일이다, 내 자식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도 '어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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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천구백이 파랑새 사과문고 61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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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의 돈을 허락없이 가져와 친구들에게 선심쓰듯 나눠 준 박마법, 그 돈을 받아 갖고 싶던 장난감을 산 건하(김브라보)... 그러나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장난감 값 7,000원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밌는 동화지만 이 책 속의 인물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빌린 돈을 갚게 하려고 굴욕적인 별명을 지어 부르며 공개적으로 아이를 망신주는 선생님도 이상하고, 아무리 엄마가 바빠도 말 할 기회가 전혀 기회가 없는 게 아닌데 무작정 말 안하고 버티는 건하도 이상하다. 그뿐이랴, 바쁘단 핑계로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방임을 일삼는 엄마도 이상하고, 친구의 별명을 칠판에 적으며 놀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반 친구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아이를 돌보고 학교일을 챙기는 보호자를 엄마로 설정하고 엄마와의 불통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가 막판에 아빠가 등장해 너무나도 쉽게 사건을 해결하는 결말도 맘에 안 든다. 무의식중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

재밌어서 낄낄대며 읽다가 이 책으로 딸과 딸 친구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기를 해 보았다. 아이들도 읽으면서 내심 '이건 아닌데...' 싶었는지 책에서 맘에 안들었거나 잘못된 부분이라고 느낀 부분이 있었냐고 묻자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엔 참 좋은 책이 많다. 내용이 좋아서 좋은 책인 경우도 많지만, 비틀어 보고 삐딱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도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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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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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최영미의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읽고 그녀의 최근작을 찾아 읽었다.

주로 영미권의 시를 영문과 번역본으로 실어놓고 작품과 그 배경, 작가의 삶, 이 영어 시구를 왜 이넣게 번역했는지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번역투의 문체가 낯설어 잘 읽지 않았던 외국시를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런 시를 원어로 감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부럽기도 했다.

물론 시도 좋았지만 의외로 내 마음에 와서 콕 박힌 구절은 바로 이거였다.

'새로운 시인을 연구할 때, 나는 제일 먼저 생몰 연대와 탄생, 사망 장소, 그리고 배우자의 숫자와함께 산 기간을 확인한다.'(107쪽)

이 구절을 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특히 '배우자의 숫자와 함께 산 기간을 확인'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결국 거장을 움직여 불후의 시를 쓰게 만드는 건 사랑과 질투, 시기와 배신, 사랑을 잃은 슬픔과 절망, 분노인 거구나... 싶어서였다.

시는 오후에 읽어도 좋지만 한밤중에 소리내어 읽으면 더더 좋다. 소리내어 읽다가 목이 메어도, 큭큭 웃음이 나도 읽는내내 마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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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초등용) 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최수연 그림, 박동원 옮김 / 동녘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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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80년대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지, 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펑펑 울다가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던 건 분명히 기억난다. 그 때 엄마는 "부모가 죽었냐? 왜 이렇게 펑펑 울어!"라고 하셨었다.

 

그리고 30여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딸아이 학교 방학 권장도서라 아이와 함께 읽었다. 어려서 이 책을 읽을 땐 제제가 맞는 장면보다는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우정과 사랑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엄마한테 야단맞을 정도로 크게 울었던 장면도 뿌르뚜가 아저씨가 죽고 제제가 슬퍼하는 장면이었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 다시 읽으니 제제가 가족들로부터 험악한 매질을 당하는 장면에 더 눈물이 났다.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칭찬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아이를 때리고 보는 제제의 식구들은 요즘의 시각에서 보면 명백한 아동학대범들이다. 게다가 이가 부러지고, 실신할 정도로 때리는 장면에선 치가 떨려서 참고 있기가 힘들었다.

 

이런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에게 이 책을 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하다. 한 아이가 갈등과 아픔을 겪으면서 성숙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 수작이고,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도 다르긴 하겠으나 유명한 책, 권장도서라는 이유로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세태는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나와 같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훌쩍이던 아이는 이 책이 꽤나 감동적이었던지 방학숙제인 독서록을 세 페이지나 적어놓았다. 나의 인생책이 내 딸의 인생책이 되는 순간... 참 기쁘고 고마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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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시집 이미 1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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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시집을 마지막으로 읽은 건 2005년 '돼지들에게'였다. 그 때 시 전반에 깔려 있는 증오와 분노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난감했고, 불편했다. 그 이후 그의 시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14년 만에 용기를 내어 14년 만에 다시 그의 시를 읽었다. 시도 시인 따라 나이를 먹는다. 청춘의 표상과도 같았던 그의 시에 이젠 나이먹어 삐걱거리는 관절의 아픔이, 치매 어머니 간병의 고단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아픔과 고단함에 주저앉지 않는다. 씩씩하게 밥을 앉히고, 아는 똥은 더럽지 않다며 씩씩하게 똥을 치우고, 씩씩하게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여 출판사도 차리고, 치열하게 '은'과의 재판도 이어간다.

 

여전히 삶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사는 시인의 모습은 머리로 쏟아지는 냉수처럼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그리고 적당히 포기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여전히 치열한 그가 무척이나 고맙다.

잊지 못할 과거는 없어.
소독 못할 환부는 없어.

(‘너를 보내며‘ 중에서)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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