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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오후 -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최영미의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읽고 그녀의 최근작을 찾아 읽었다.
주로 영미권의 시를 영문과 번역본으로 실어놓고 작품과 그 배경, 작가의 삶, 이 영어 시구를 왜 이넣게 번역했는지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번역투의 문체가 낯설어 잘 읽지 않았던 외국시를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이런 시를 원어로 감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부럽기도 했다.
물론 시도 좋았지만 의외로 내 마음에 와서 콕 박힌 구절은 바로 이거였다.
'새로운 시인을 연구할 때, 나는 제일 먼저 생몰 연대와 탄생, 사망 장소, 그리고 배우자의 숫자와함께 산 기간을 확인한다.'(107쪽)
이 구절을 읽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특히 '배우자의 숫자와 함께 산 기간을 확인'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결국 거장을 움직여 불후의 시를 쓰게 만드는 건 사랑과 질투, 시기와 배신, 사랑을 잃은 슬픔과 절망, 분노인 거구나... 싶어서였다.
시는 오후에 읽어도 좋지만 한밤중에 소리내어 읽으면 더더 좋다. 소리내어 읽다가 목이 메어도, 큭큭 웃음이 나도 읽는내내 마냥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