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천구백이 파랑새 사과문고 61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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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의 돈을 허락없이 가져와 친구들에게 선심쓰듯 나눠 준 박마법, 그 돈을 받아 갖고 싶던 장난감을 산 건하(김브라보)... 그러나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장난감 값 7,000원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밌는 동화지만 이 책 속의 인물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빌린 돈을 갚게 하려고 굴욕적인 별명을 지어 부르며 공개적으로 아이를 망신주는 선생님도 이상하고, 아무리 엄마가 바빠도 말 할 기회가 전혀 기회가 없는 게 아닌데 무작정 말 안하고 버티는 건하도 이상하다. 그뿐이랴, 바쁘단 핑계로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방임을 일삼는 엄마도 이상하고, 친구의 별명을 칠판에 적으며 놀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반 친구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아이를 돌보고 학교일을 챙기는 보호자를 엄마로 설정하고 엄마와의 불통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가 막판에 아빠가 등장해 너무나도 쉽게 사건을 해결하는 결말도 맘에 안 든다. 무의식중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

재밌어서 낄낄대며 읽다가 이 책으로 딸과 딸 친구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기를 해 보았다. 아이들도 읽으면서 내심 '이건 아닌데...' 싶었는지 책에서 맘에 안들었거나 잘못된 부분이라고 느낀 부분이 있었냐고 묻자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엔 참 좋은 책이 많다. 내용이 좋아서 좋은 책인 경우도 많지만, 비틀어 보고 삐딱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도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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