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시집 이미 1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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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시집을 마지막으로 읽은 건 2005년 '돼지들에게'였다. 그 때 시 전반에 깔려 있는 증오와 분노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난감했고, 불편했다. 그 이후 그의 시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14년 만에 용기를 내어 14년 만에 다시 그의 시를 읽었다. 시도 시인 따라 나이를 먹는다. 청춘의 표상과도 같았던 그의 시에 이젠 나이먹어 삐걱거리는 관절의 아픔이, 치매 어머니 간병의 고단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아픔과 고단함에 주저앉지 않는다. 씩씩하게 밥을 앉히고, 아는 똥은 더럽지 않다며 씩씩하게 똥을 치우고, 씩씩하게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여 출판사도 차리고, 치열하게 '은'과의 재판도 이어간다.

 

여전히 삶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사는 시인의 모습은 머리로 쏟아지는 냉수처럼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그리고 적당히 포기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여전히 치열한 그가 무척이나 고맙다.

잊지 못할 과거는 없어.
소독 못할 환부는 없어.

(‘너를 보내며‘ 중에서)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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