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초등용) 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최수연 그림, 박동원 옮김 / 동녘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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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80년대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지, 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펑펑 울다가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던 건 분명히 기억난다. 그 때 엄마는 "부모가 죽었냐? 왜 이렇게 펑펑 울어!"라고 하셨었다.

 

그리고 30여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딸아이 학교 방학 권장도서라 아이와 함께 읽었다. 어려서 이 책을 읽을 땐 제제가 맞는 장면보다는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우정과 사랑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엄마한테 야단맞을 정도로 크게 울었던 장면도 뿌르뚜가 아저씨가 죽고 제제가 슬퍼하는 장면이었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 다시 읽으니 제제가 가족들로부터 험악한 매질을 당하는 장면에 더 눈물이 났다.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칭찬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아이를 때리고 보는 제제의 식구들은 요즘의 시각에서 보면 명백한 아동학대범들이다. 게다가 이가 부러지고, 실신할 정도로 때리는 장면에선 치가 떨려서 참고 있기가 힘들었다.

 

이런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에게 이 책을 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하다. 한 아이가 갈등과 아픔을 겪으면서 성숙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 수작이고,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도 다르긴 하겠으나 유명한 책, 권장도서라는 이유로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세태는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나와 같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훌쩍이던 아이는 이 책이 꽤나 감동적이었던지 방학숙제인 독서록을 세 페이지나 적어놓았다. 나의 인생책이 내 딸의 인생책이 되는 순간... 참 기쁘고 고마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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