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 미카 어른을 위한 동화 13
안도현 글, 최성환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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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13"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느리고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안도현의 짧은 소설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속도에 매달려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겉모습에 현혹되어 마음을 들여다볼 줄 모르며, 군중 속에서 제대로 외로움조차 느낄 줄 모르는 현대인들을 일깨우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뻔한 내용이 조금은 걸리기도 하지만 읽고나면 순수해지고, 내가 걷고있는 삶의 방향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의미있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적어 본다.

"점점 빨리 달리다 보면 사람들은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지도 몰라. 빨리 달리는 데 취해있으면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게 될 거야." (p.69)

"외로움이라는 특혜는 자기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은 외로움을 느껴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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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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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보다 칭찬이 훨씬 교육적 효과가 높다는 것은 대학 시절 교육학 강의를 들을 때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실 일상 생활에서 칭찬을 적절하게 사용하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학교나 직장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는 그만큼 칭찬거리를 만드는 게 어려워 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칭찬거리보다 잔소리거리를 찾아내기가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을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수월하게 찾아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칭찬보다 벌이나 잔소리를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이 사용해왔던 것 같다. 나름대로 교육적 소신을 갖고 벌을 준 적도 있었다. "잘못을 확실하게 지적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을 거야." 라는 잘못된 소신 말이다.

지은이는 사람들이 갖기 쉬운 이런 반응을 "뒤통수치기 반응"이라고 부르고 있다. 원어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나 정말로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우리는 남이 실수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고 있다가 한번 실수를 저지르면 마치 좋은 건수 하나 잡았다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상황을 반복해오지 않았던가...

학교 현장에서도 수업을 즐겁고 재미있게 하기위한 노력보다는 아이들이 지루함에 졸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고개를 떨구기 시작하면 옳다구나 하면서 야단을 치기 일쑤였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내가 한 해에 만나는 아이들은 대개 400명 내외.. 그 아이들의 장점을 하나씩이라도 찾아내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작업은 사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내일부터라도 작은 일을 칭찬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참 스승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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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대화의 기술
스와 고이치 외 편저, 오근영 옮김 / 양철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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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면 누구나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불쑥 튀어나와서..." "그런 말은 하지 말 걸..." 하는 생각을 한두 번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교사도 분명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감정적이 되기도 하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심코 내뱉는 말, 혹은 잘 되라는 마음으로 건넨 말 가운데에는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말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은 교사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말 중에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거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는 말들을 골라내고, 왜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는지 이유를 설명한 뒤, 바람직한 문구를 실어놓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저자가 실어놓은 이른바 금구(금지해야 할 말)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차이도 곳곳에 보인다. 예를 들면 일본에선 등교거부가 심각한 사회문제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의 양상과 원인 또한 일본과 사뭇 다르다. 따라서 그 부분을 다루는 데에는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이 책의 내용을 우리나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내가 듣고싶지 않은 말은 상대에게도 하지 않는 것... 이것은 교사와 학생 사이가 아니라 해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지켜져야 할 대화의 원칙일 것이다.

교직에 들어선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처음 교무실에서 3년차 옆자리 선생님의 노련함에 감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제법 후배 교사들이 나에게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면서 처음의 결심은 흐려지고, 형식적이고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소스라치기도 한다.

이 책은 점점 타성에 젖어가고 있는 나를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이다. 지식이 풍부한 교사보다는 정서가 풍부한 교사, 무조건 엄하거나 무조건 친구같은 교사보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지니고 엄하지만 부드러운 자세로 아이들을 대하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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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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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으며 이 책을 보았다. 급성 신우신염... 큰 병은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겪는 통증과 오한, 고열로 나는 삶의 의욕마저 잃을 지경이었다. 그 때 남편이 심심할 때 보라며 가져다 준 책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였다.

 

한비야의 글솜씨는 이전의 몇 작품으로 이미 알고있는 터... 얼추 열이 내리고 몸이 나아갈 무렵 이 책을 펼쳐들었다. 첫 장부터 사람 마음을 끄는 글솜씨... 여전하다. 어렵지 않게 정말 쉽게, 그러나 자기가 하고싶은 말은 또박또박 해나가는 한비야의 책은 읽는 사람의 기분까지 업~시키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고싶은 맘을 그야말로 굴뚝처럼 느꼈다. 아! 나도 어서 빨리 세상으로 다시 나가야지... 다시 나가 이 사람처럼 치열하게 살아야지... 

 

긴급구호가 아무리 귀하고 좋은 일이라 해도 누구나 한비야와 같은 일을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치열하게 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도 의미있지만 "치열하게 사는 삶" 역시 매력적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또 하나, 세상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고, 힘든 노동이나 많은 돈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나는 인터넷으로 월드비전 후원을 신청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계기는 이렇게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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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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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박한 지식과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꽁트집이다. 단편이라 하기에도 짧은 여러 개의 작품들이 보기 좋은 삽화들과 함께 실려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황혼의 반란>은 늙어가는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하찮게 여기고 단지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부양할 노인들이 실은 몇십년 간 자신들을 부양하며 희생해왔던 사람들이고, 젊은 자신들 역시 언젠간 노인이 된다는 걸 언젠간 깨달을 수 있겠지...

 

인간을 먼 발치에서 마치 외계의 생물이 관찰하듯 써내려간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역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어릴 때 우리가 사는 세상에 거인이 나타나 인간을 애완동물 취급하고 잡아먹기까지 하면 어쩌나.. 철없는 고민에 시달린 적이 잠깐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작품이었다. 동시에 우리가 동물이라는 이유로 식용으로, 또는 애완용으로 함부로 다루는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기도 했다.

 

각 작품의 양이 워낙 짧아 이런 주제들이 깊이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긴 아지만, 언젠간 이 작가가 이러한 주제를 깊이있게 천착해 재미와 의식을 함께 담은 새로운 작품을 또다시 세상에 내어놓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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