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해박한 지식과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꽁트집이다. 단편이라 하기에도 짧은 여러 개의 작품들이 보기 좋은 삽화들과 함께 실려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황혼의 반란>은 늙어가는 부모님을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하찮게 여기고 단지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부양할 노인들이 실은 몇십년 간 자신들을 부양하며 희생해왔던 사람들이고, 젊은 자신들 역시 언젠간 노인이 된다는 걸 언젠간 깨달을 수 있겠지...

 

인간을 먼 발치에서 마치 외계의 생물이 관찰하듯 써내려간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역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어릴 때 우리가 사는 세상에 거인이 나타나 인간을 애완동물 취급하고 잡아먹기까지 하면 어쩌나.. 철없는 고민에 시달린 적이 잠깐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작품이었다. 동시에 우리가 동물이라는 이유로 식용으로, 또는 애완용으로 함부로 다루는 수많은 생명체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기도 했다.

 

각 작품의 양이 워낙 짧아 이런 주제들이 깊이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긴 아지만, 언젠간 이 작가가 이러한 주제를 깊이있게 천착해 재미와 의식을 함께 담은 새로운 작품을 또다시 세상에 내어놓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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