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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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안산시 원곡동은 여러 문화, 여러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책 제목인 <국경없는 마을>은 외국인 노동자 집단 거주지역이 된 원곡동을 일컫는 말인데, 책 속에는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삶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상상해 왔던 그들의 일상생활과 생각들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 있어 청소년들이 나와 다른 피부색, 인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손색이 없을 듯 하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히 동정이나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공정한 시각이 마음에 든다. 책은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좋은 사람은 좋고, 나쁜 사람은 나쁜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섞여 있듯이 외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말 속에는 그들을 나와 다른 특별(혹은 이상)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이 담겨있다.

어쩌면 이게 인권의 기본이 아닐까? 나와 다른 무언가를 특별히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바라보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 함께 어울려 놀기도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 얽혀 살아가는 것... 이 책은 이제는 우리의 이웃이 된 외국인 노동자나 그 자녀들과 그렇게 얽혀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물론 어떠어떠한 생각과 행동을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친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듯 마음을 열고 그들을 이해하게 해 준다. 그렇게 마음 속의 담장을 서서히 허물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미덕이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 학생이 몇 명인지 조사를 했다. 외국인 학생이나 혼혈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보는 조사였다. 신도시 아파트촌 한가운데에 위치한 학교여서인지 우리 학교엔 다문화 가정 학생이 한 명도 없었지만, 아이들이 이러한 책을 통해서나마 좁은 '우리'의 울타리를 넘어 진정한 '우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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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푸른도서관 10
손연자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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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아홉 편의 단편으로 엮은 책이다. 우리 말을 사용한 죄로 모진 체벌을 당하는 아이, 관동대지진 후에 이성을 잃은 일본 자경단에 의해 조선인으로 오인받아 희생되는 일본 어린이, 위안부로 끌려가 짐승같은 삶을 살다가 일본 패망으로 고국에 돌아왔으나 몸을 더렵혔다는 자책감에 선뜻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어린 소녀...

각각의 단편은 내용은 다르지만 상통하는 주제를 풀어놓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당한 만행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마사코의 질문>을 통해 작가는 일본인들에게 묻고 있다. 반성없는 평화가 진정 가능하냐고...

감정을 삭이는 듯한 단아한 경어투의 문체는 작가의 이러한 목소리에 오히려 힘을 실어준다. 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용조용 나긋나긋하게 우리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일본의 잘못을 질책하는 작가의 역량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느낌이다. 고운 우리말과 시어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책과는 큰 상관없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는 우리가 일본에게 당한 것만을 기억하지 말고 우리가 다른 나라에 저질렀던 만행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과 더불어(혹은 미국의 앞잡이로) 우리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과 살육에 대한 반성, 수많은 라이따이한과 그 어머니들에 대한 사과... 이런 것들도 이제는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더불어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인종차별과 폭력에 대한 반성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리라.

우리가 당한 만행을 잊지 않는 것,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당했던 것처럼 남에게 또는 타국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피고 단속하는 것이다. 결국 마사코의 질문은 일본과 더불어 우리에게도 똑같이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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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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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비만은 단지 몸무게가 많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뚱뚱한 사람은 미련하고 게으르며,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열등한 인간 취급을 받는다. 영화 '코르셋'에서 뚱뚱한 여주인공이 '날씬하고 예쁜 애들이 공부 잘하면 못하는 게 없다고 칭찬하던 사람들이 뚱뚱한 내가 공부잘해 장학금 받으면 독한 년이라고 하더라.'라고 한탄하던 세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뚱뚱한 사람에 대한 편견은 외국도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소설의 주인공 벵자멩 역시 뚱뚱한 청소년이다. 89kg 남짓으로 시작했던 벵의 몸무게는 소설의 뒷 부분으로 갈수록 무거워진다. 그러나 벵이 처음부터 자기 몸무게에 위기의식을 갖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아니다. 먹는 걸 삶의 희열로 생각하는 사춘기 소년에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건... 바로 소녀 클레르이다.

소설은 처음으로 사랑의 떨림을 경험하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수영장에서 클레르를 만난 벵이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귀엽고 천진하면서도 안타깝다. 사랑을 느끼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가, 거절당한 뒤 자포자기하여 방황하는 벵의 모습은 비만이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문제이고, 식이요법과 운동만이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클레르의 사랑과 더불어 벵의 마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기둥은 가족의 사랑이다. 책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외도는 사춘기 벵의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았을 터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의 애인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게 되고, 어머니 역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꾸려가는 것을 보게 되면서 벵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다만 아쉬운 것은 벵의 경우를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에 꼭 대입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비만 청소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성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이나 취업 문제 아닐까? 우리나라 아이들이 보기에 벵의 고민은 사치스러워보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런 청소년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의 행운이자 행복이다. 시험 때문에, 학원 숙제 때문에 제대로 된 청소년 소설을 읽지 못하고 살아왔던 우리의 아이들이 방학기간이나마 좋은 책을 벗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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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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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 고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 최선생, 자신이 담임하는 학급의 사물함에서 '갉작갉작' 쥐 소리를 듣는다. 아직 아이들의 이름조차 다 외지 못한 최선생은 출석부 명렬표와 사물함 이름표를 대조하며 사물함의 주인을 찾는다. 쥐 소리가 나는 사물함의 주인공은 진주홍...

장면 2 : 미대 조소과 강사인 주홍이 엄마는 결벽증 환자. 끊임없이 집안을 쓸고 닦는 그녀가 손대지 못하는 곳이 딱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냉장고... 어느 날부터 냉장고 안에 쥐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냉장고 문을 열지 못한다.

장면 3 : 사물함 안에 쥐가 있다고 생각하는 담임, 냉장고 안에 쥐가 살고 있다고 믿는 엄마... 그러나 주홍이는 알고 있다. 진짜 쥐는 자신의 몸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쥐가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다 크면 자신의 몸 밖으로 나올 거라는 것, 그 쥐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땐 쥐가 아니라 작은 사람의 모습을 하게 될 거라는 것... 실은 자기 몸 속에 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듯한 선생님과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주홍이는 그러질 못한다. 

시작부터 우울하고 가슴아픈 내용을 펼쳐보이는 소설은 뒤로 갈수록 가슴을 저미게 하고 절망스럽게 한다. 신참 교사는 가슴아파 하면서도 적극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 채 당황하기만 하고, 미혼모였던 주홍이 엄마는 딸 역시 자신과 같은 운명을 겪어야 할 것을 두려워 하여 내심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주홍이를 외면하려 한다.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인 선생님과 엄마의 이런 태도 속에서 주홍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결정은 사실 없는 셈이다.

잡아야 할 쥐는 사실 주홍이 뱃속의 작은 아이가 아니라, 선생님의 대책없는 당황과 소심함, 엄마의 두려움과 무관심이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왜"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아이가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다. 작가는 주홍이가 임신하게 된 경위를 생략하고, 아기 아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이런 주장을 명확히 한다. 처음엔 남성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소설 속의 상황을 따라가며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사귀면 키스나 애무 정도는 당연하고, 성관계 역시 사귀는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놀이 가운데 하나로 가볍게 여기는 많은 청소년들이 임신과 낙태, 자살로 이어지는 어두운 이 소설을 읽으며 이성교제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학교에서도 형식적인 성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실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아이는 그럴 리 없어."라는 무책임한 믿음이 오히려 아이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부모님들도 자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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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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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이금이가 청소년을 소재로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첫번째 청소년 소설이었던 <유진과 유진>을 워낙 감명깊게 읽은 터라, 이번 작품도 망설임없이 펼쳐들었다. <유진과 유진>처럼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진 못한 듯 하지만, 발랄한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말투를 잘 드러내고 있어 읽는 눈길이 즐겁다. 덕분에 내가 담임하는 학급(중 2)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학급문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발랄한 일상 묘사와 말투만으로 소설 한 권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전작의 아동 성폭력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작가가 다루는 것은 '청소년의 꿈 찾기'이다. 공부에 흥미없는 민기와 현중이, 가난과 어머니의 무책임에 주눅들고 상처받는 연호, 공개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갈등하는 준희... 이 네 청소년이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씩 다가가려 노력하는 과정이 특유의 친근하고 읽기 쉬운 문체에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조연에 불과하지만 민기 누나 민주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범생으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행정고시를 목표로 삼던 민주가(실은 행정고시는 부모의 목표였지만) 자신이 진짜 하고싶은 일은 애견 미용이라며 2년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자기 주장을 펴는 것, 부모의 꿈을 내 꿈으로 알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하고싶은(또는 되고싶은)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책을 읽는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싶은 진짜 삶이 아니었을런지...

"접을 수 있으면 꿈이 아니라"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접을 수 없는 꿈 하나 갖고 있을까? 혹시 내가 접을 수 없는 그 꿈을 접으라고 다그치는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밀려드는 건 걱정과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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