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작가 이금이가 청소년을 소재로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첫번째 청소년 소설이었던 <유진과 유진>을 워낙 감명깊게 읽은 터라, 이번 작품도 망설임없이 펼쳐들었다. <유진과 유진>처럼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진 못한 듯 하지만, 발랄한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말투를 잘 드러내고 있어 읽는 눈길이 즐겁다. 덕분에 내가 담임하는 학급(중 2)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학급문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발랄한 일상 묘사와 말투만으로 소설 한 권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전작의 아동 성폭력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작가가 다루는 것은 '청소년의 꿈 찾기'이다. 공부에 흥미없는 민기와 현중이, 가난과 어머니의 무책임에 주눅들고 상처받는 연호, 공개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갈등하는 준희... 이 네 청소년이 때로는 상처받고,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짝씩 다가가려 노력하는 과정이 특유의 친근하고 읽기 쉬운 문체에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조연에 불과하지만 민기 누나 민주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범생으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행정고시를 목표로 삼던 민주가(실은 행정고시는 부모의 목표였지만) 자신이 진짜 하고싶은 일은 애견 미용이라며 2년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자기 주장을 펴는 것, 부모의 꿈을 내 꿈으로 알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하고싶은(또는 되고싶은)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책을 읽는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싶은 진짜 삶이 아니었을런지...

"접을 수 있으면 꿈이 아니라"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접을 수 없는 꿈 하나 갖고 있을까? 혹시 내가 접을 수 없는 그 꿈을 접으라고 다그치는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밀려드는 건 걱정과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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