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힌 일은 금방 잊혀지지만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을 걸쳐 잊혀지지 않고

심지어 나의 가족과 자녀에게 대물림되어 죽은 후에도 흔적을 남긴다.

더구나 내가 받은 상처는 대를 이어 내려가면서 더욱 크고 깊은 흉터를 남길 수도 있다.

 

이 책은 내가 현재 가족과 겪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결혼 전의 원 가족에게서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방법이라 해서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인문학 또는 심리학 서적이라기엔 너무 말랑하고,

수필이라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좀 어중간하긴 하지만

나와 나의 원 가족, 지금의 내 가족을 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최근에 읽은 심리학 관련 책들 중에서는 가장 흥미로웠다.

독일의 아동심리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부모와 아이의 진실한 만남을 이어주는 `붙들어주기 요법`을 창시한 이리나 프레스코는 아이들과 사이가 좋은 아빠는 단순히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다정한 아빠가 아니란다. 무엇보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 아빠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영역은 엄마의 영역에 속한다. 아빠가 아이들과 사이가 좋으려면 이것을 암묵적으로 지지해 주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 가족 안에서 늘 외롭고 자기 자신이 단지 돈만 벌어다 주는 존재라고 느끼는 아빠들은 빨리 아내와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아내로부터 허용받아야 할 것이다. (p.129)

`문제아`의 역할을 맡은 자녀는 억울하게도 여러 가족 문제의 원인 제공자로 비난받는다. 한번 문제아로 지목된 자녀는 가족 안에 야기되는 긴장과 불안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식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비난받을 짓을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역설적이지만 문제아는 나쁜 짓을 함으로써 가족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게 만들어 가족의 결속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은 희생양의 역할을 통해 일시적인 평화와 안정을 갖지만 가족 희생양이 된 자녀는 죄책감과 열등감 그리고 높은 불안감을 피할 길이 없다. (p.139)

모든 자녀가 희생양의 역할을 골고루 떠맡는 것은 아니다. 희생양이 되도록 `선택`된 자녀가 있기 마련이다. ---중략--- 희생양이 된 자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의 고통스런 상태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만큼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 (p.139~p.140)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풂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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