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4일의 문장


세상의 선을 자라나게 하는 일은 역사에 남지 않는 보편적인 행위들에 달려 있다. 우리가 그렇게 나쁜 일을 겪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의 절반은 드러나지 않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 낸 사람들 덕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에 묻힌 사람들 덕분이다.


- 조지 엘리엇 - 좋은 생각 5월호 발췌


ㅁ 내가 이 문장을 처음 읽을 그 순간에, 버스를 타고 있었다.


바로 앞에 버스 운전기사님이 있었고, 바로 뒤엔 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그들의 일들이 바로 이 '드러나지 않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 낸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문득 울컥해진다. 나머지 절반은 무덤에 있다는 말에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들,


가령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에서 스쳐간 사람들의 충실한 삶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칼세이건이 말하는 '창백한 푸른 점'처럼 (물론 맥락이 좀 다르지만)


내가 뭔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거대한 세상의 흐름에 나는 단지 지나가는 점이라고


새삼 느끼게 되는 문장.


ㅁ 역사를 배우면 무척 대단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편협에 갇히지만,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서 쌓아둔 결과물이 지금 현재라는 사실.


역사에는 보이지도, 배우지도, 무엇보다도 알 수 없었던 그들에게


잠깐동안만이라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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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일의 문장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코리아) - 김영하


ㅁ 쓸데없는 걸들을 가지고 있는 거라는 말처럼, 조금 생각해보면 짐이라고 생각할 것들이


많긴 많다. 집부터 내가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그런 게 하나쯤 있는 것 같아서...


문장이 하는 말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것들을 위해 살고 있는 건 조금 과한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런 사소한 것 때문에


우린 너무 힘들고 귀찮고 불필요하게 살고 있는건 아닌지...


물론 세상이 모두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면, 너무 재미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은 원래 우연하게 일어나는 것들도 분명히 있는 거니까.


ㅁ 확실히 쓸데없는 것에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런데 정말 뜬금없이 도움이 올 때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우연도 무작정 쓸데없는 것들로 치부하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은 조금 들었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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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1일의 문장


고단함 베고 누워

다시금 만지작거리는 하루가

아쉬움이었다가 후회였다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때


시 [하루의 무게] 中 - 박평화 (2018 시민공모작)


ㅁ 잠들려고 누우면 정말 엄청나게 피곤하지 않는 이상,


갖가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이런 일을 했지. 정말 바빴네... 아 괜히 그런 말을 했나?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뭐 이런 생각들?


대체로 후회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지만, 어느 날은 무척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누운 적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사실 부질없는 하루였다.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정말 피로에 쌓여 누우면 만지작만지작...


하루의 일들을, 내 감정을 쥐고 굴리다보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들인데도, 그날 '하루의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들.


그게 바로 오늘의 문장이 말한 '때'인 것 같다.


오늘 하루 잠자리에 누우면 또 뭘 만지작거리고 있을지...


하루의 무게. 무겁기도 하고 가끔 가볍기도 했던... 수많은 날들의 무게가 있었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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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30일의 문장


가끔은 낯선 풍경이 주는 설렘이 필요할 때가 있다.


- 옥상달빛 박세진 -


ㅁ 진짜 이거 간절하게 느낄 때가 많다. 사람이 갖고 있는 중요한 능력중에서 바로 '적응'은


좋은 순간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가둬버리는 족쇄가 될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말그대로 가끔. 자주가 아니라 가끔은 낯선 풍경에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그렇게 환기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환기를 해야함을 알다가도, 익숙한 게 정말 편하긴 하기에,


고개를 항상 향하던 곳으로 돌리곤 한다. 언제부턴가 거기에 익숙해져서


새로운 것들을 보지도 않는 요즘.


감정이 단조롭고 잔잔해지는 요즘.


설렘이나 약간은 짜릿한 무언가. 낯선 풍경이나 경험이 주는 신선함을


찾아볼 때가 아닐까.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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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9일의 문장


살려내세요.

당신 인생.


시 [사람 소리 하나] 中 - 김상현


ㅁ 살려낼 정도로 인생이 무너졌다면, 과연 살려내라는 말로 쉽게 살아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던 문장이었다. 물론 내가 말하고 있는 이 글은 그런 의도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살려낼 정도라면 이미 너무 많이 무너졌을 것 같은,


뭔지 모를 불안감에서 난 조금 서글펴졌다.


내가 무너졌을 때도 쉽게 '살려내라는 말'을 듣고 살아날 수 있을까.


의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마 난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부분에서 무너졌을지


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요즘 자꾸 무너질려는 기미가 보이는데, 미리 토닥토닥 다듬어 두고,


무너지지 않도록 보수를 해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다듬다 보면, 스스로 살려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테니까.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고 다듬고 다스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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