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다녀온 외가는 단풍이 제법 들어서 이래저래 사진을 조금 찍어왔다. 아직은 절정이 아니라 사람이 적어서 적당히 든 단풍을 잘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근 2년 넘게 소원한 - 지금도 여전히 소원하다 - 카메라를 꽤 오래도록 만지작 거릴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와서 '오랜만에 한번 사진을 편집해볼까나'라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는데 아뿔싸. 집에 포토샵을 비롯해서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얼마전에 - 사실 근 한달은 된 것 같은데.. - 컴퓨터 포멧을 해서 깨끗하게 컴퓨터를 정리했는데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언제 프로그램 깔고 언제 사진을 정리할까 싶어서 그냥 모른척 하고 있는데, 사실 사진이 꽤 잘 나와줘서 - 항상 생각하지만 이런 시즌에는 그냥 사진기만 대면 된다고 생각한다 - 조금 아까운데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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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여행이란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기다림과 약간의 고됨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이들이 어떤 비율로 만났을 때 가장 최상의 여행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내게 여행은 그랬다. 학교 다닐 때 다니던 수학여행은 고됨이 가장 압도적이었고 - 지금도 단체 여행은 고됨이 가장 크다 - 불안정하던 시절 동생과 일본에 다녀온 여행은 설렘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명절이면 다니는 시골길은 역시아 고됨이 가장 크고, 이번처럼 큰 께획이나 의도 없이 떠나게 되는 여행은 기다림이 가장 크지 싶다.


2.
난 지금까지 벛꽃여행이나 단풍여행처럼 그런 계절에 따라 다니는 나들이를 제대로 해본 적이 별반 없다. 사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아주머니들 - 왜 아주머니라고만 생각한걸까 - 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뒷산에 산책도 자주 다니지 않으시면서 왜 그리 멀리들 나들이를 떠나시는지.
이번에 외가에 다녀왔다. 외가에 들리는 김에 이리저리 단풍도 보자는걸 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목적이었는데, 왠걸 서울에서 벗어나서 이런저런 풍경들을 보니 왜 그리 아주머니 들이 가을 여행을 떠나시는지 알겠더라. 그저 단풍만이 아니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서울에서 벗어나고, 익숙한 것들에게서 벗어나 마냥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나와 다시 만나고 싶은 그런게 있는가보다 싶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는건 역시 조심해야한다.


2.
지금까지 나이를 먹도로 해보지 못한 것 한가지는 혼자 기차여해을 떠나보는 것이었다. 아니면 혼자 차를 끌고 서해부터 시작해서 남해와 동해로 이어지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해보기 말이다. 항상 입에 붙은 말이지만 대학 시절에는 시간이 없었고, 돈이 없었고, 혼자서 그 여행을 하기에 난 지나치게 소심했다 - 지금도 소심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 막상 직장에 들어오니 이제는 정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여름 휴가를 미루거나 당겨서 쓰지 않으면 그런 식의 긴 시간이 필요한 여행은 조금 힘들어졌다. 아마도 기차여행이나 혼자 떠나는 여행은 서른이 되는 해에나 해봐야 되려나 싶다.


3.
사진을 찍을 때 혹은 보여줄 때 말이 많은 사람치고 울림을 주는 사진 찍는 사람 없더라.
요컨데 얼마나 적확한 시간에 적확한 자리에서 좋은 카메라와 완벽한 렌즈를 가지고 구도를 잡아서 셔터를 눌렀느냐는 강조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 아 지겨워. 그런 사진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도저도 아닐 바에다 테크닉적인 면이라도 좋은게 좋은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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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인 6색 인터뷰 특강 인터뷰 특강 시리즈 6
금태섭 외 지음, 오지혜 사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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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겨례에서 내놓은  '6인 6색 시리즈'도 어느덧 제법 쌓였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생각에 자극을 받는다. 한때는 상상력, 거짓말,자존심, 배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그들이 올해는 조금 색다른 주제 '화'로 이야기를 풀었다. 사실 이번 주제는 조금 생경한 것이 주제 차제가 다분이 시대를 읽는 코드 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 지배층과 국민 사이에, 국민들 사이에, 사회 속에서 화라는 단어가 없이는 어쩌면 설명이 되지 않는 이 시대에 주제가 '화'라니. 그동안 시의성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다분이 에누른 주제와 그 에누른 주제를 시대와 엮어서 설명하는 연사들에게 감탄을 냈는데 올해는 그런 맛은 좀 적었다. 가림의 미학이 2%정도 부족했다고 해야하나.

 

일단 연사로 보자면  사회 속에서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진중권, 많이 얼굴을 내미는 정재승씨는 화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이야기를 풀었고, 인간이 만들어낸 음식과 자연이 답하는 화에 대한 이야기를 안병수씨가 풀어냈다. 기막힘의 미학이라고 해야하나 김어준씨는 웃으면서 제대로 화내는 법에 대해서, 검사 출신 변호사 금태섭씨는 사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나름 제목만 보아도 시의성이 딱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폭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연사들이 강연내용을 들을 수 있어서 고민을 하기에는 - 항상 이 시리즈가 그렇지만 - 딱 적당한 내용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간이 만들어 내는 음식과 그 음식이 품고 있는 '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웰빙 바람과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음식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들어본 적 없는 아토피라는 질환이 아이를 가진 엄마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된지 오래이고, 사람들은 먹거리를 찾아 다시 시골에서 땅에서 나는 먹거리를 찾고 있다. 왜 우리가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은 먹으면 안되는지, 먹거리가 얼마나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중요한건지 이토록 생생한 강연은 들어본 적이 없다. 강연자 자체가 과자회사에서 오래도록 연구를 하다가 퇴사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울림이 더욱 큰 것이다. TV에서 단순히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보다 간단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더 깊은 생각거리를 주는건 그의 경험과 체험과 지식이 함께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화를 내면서도 진정으로 무엇에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항상 한겨례의 '6인 6색 인터뷰'의 연사들은 말한다. 나에게 내 옆 사람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조금만 더 고민을 하고 조금만 더 걱정을 하자고. 세상은 지금 너무나 걱정스럽지만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며, 그 바탕은 바로 지금 이 강연을 듣고 있는 당신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그걸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그들은 이야기 주제는 항상 변하지만 그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한다. '6인 6색 시리즈' 가 제안하는 2009년 우리 시대의 화두는 '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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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작은 놀이터가 있다는걸 알게 된건 얼마 안된 일이다. 여름이 한창인 시절이었는데, 걷기를 시작하신 어머니가 집에서 뒤쪽으로 돌아가면 놀이터가 있다는걸 아신거다. 제법 놀이터 치고 새단장을 했는지, 놀이터 주변으로 우레탄 -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놀이터에 아이들 다치지 말라고 까는 자재던데 - 을 깔아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해 놓았더라. 덕분에 근처 마을 아주머니들이 여름철에는 밤이면 밤마다 해만 떨어지면 걷는 운동을 하시는 통에 그곳에서 생각보다 많이 걸어다닐 수는 없었다. 재미있는건 그 때는 제법 날이 더워서인지 11시까지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비가 한두번 내리면서 날이 많이 추워졌다. 덕분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현격하게 줄어든게 눈에 보일 정도. 여름에는 언제 나가도 사람이 트랙 위에 6명 이상은 있어서 좀 붐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언제 나가도 많아야 4~5명 정도이다. 때로는 1명 정도 밖에 없는 때도 있어서 걷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사실 걷는다고 하지만 많이 걷지는 못한다. 많이 걸어야 40분 정도이고, 나머지 10분 정도는 기구를 이용해서 허리 운동을 한다. 주로 시간은 평일에는 8~9시 사이에 운동을 시작하려고 집에서 나가고 휴일에는 그마저도 대중이 없다. 이것도 꾸준한건 아니어서 평균 한 주에 3~4번 정도일 뿐이다. 이때 주로 하는건 심심할까봐 라디오 듣기. 공유 - 왜 커피프린스에 나왔던 그 배우- 가 국군방송에서 DJ를 하는 줄 몰랐다. 참고로 시간은 8-9시 사이에는 확실히 들을 수 있다. 제법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기억하는데, 공유가 라디오로는 그런 목소리라는걸 몰라서 꽤 재미있었다. 사실 국군 방송의 특성상 국군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거 참 -_-. 대략 저런 표정이다.

아무튼 하루에 30~40분 정도 가볍게 - 사실은 난 더 격하게 운동해야 하지만 - 걷는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우스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놀이터 주변을 걷고 있노라면 여름이 가을이 되고, 이젠 슬슬 늦가을이 되어 간다는걸 실감하게 되고, 이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 가는구나, 들어가서 일기써야겠다.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냥 오늘 걷다가 생각이 나서 써본 글이다.

아, 그리고보니 일기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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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동네에 사는 친구들, 혹은 아버지 친구분, 혹은 시골 친척 집에 놀러가면 했던 일은 그 집 전집 앞에 앉아있기였다. 내가 어릴 적에는 책 읽는게 유행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나를 제외한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 집에는 전집이 하나씩 있었다. 제법 종류도 다양해서 누구는 과학시리즈, 누구는 위인전 시리즈, 누구는 곰 이야기 시리즈, 머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보니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 시리즈는 없었네. 아무튼 책을 빌려주지도 않을 듯 하여 그들 집에 방문하면 책장 앞에 앉아서 오늘은 이 책을 봐볼까 하며 책을 읽고 했었다. 그리고보면 참 재미있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저렇게 책 읽기가 시작된지라 난 책을 거의 닥치는 대로 읽었다. 고등학교 때는 삼국지와 판타지 소설이  - 드래곤라자를 시작으로 대학시절까지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었다 - 살포시 수학정석 수2와 공존하던 그런 시기였다. 대학에 오니 등록금이 수업료라기 보다는 도서관 대여료라고 생각할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일본소설은 아예 일본소설 칸을 한칸씩 비워가며 읽었고 판타지는 날이 갈 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이 시절부터 난 한겨례와 논객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보니 지금도 난 소설부터 인문사회, 예술서를 거쳐 심지어 과학서까지 읽는다.(난 보았다.회사에서 배송된 수학책을 보고 경악하던 그 얼굴을) 이런 잡탕이다보니 내 취향과 일반적으로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의 취향이 상당히 다르더라는걸 난 몰랐다. 내가 재미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며 현실감이 없다는걸 난 한 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책 추천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

책 추천이라는건 심봉사가 냇가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책을 과거에 읽었고,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분야를 읽고 싶은지, 그리고 이 정도의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여러가지로 이리저리 재가면서 골라야 하는 것이다. 가끔 회사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주곤 하는데, 일요일 저녁이면 책장앞에 서서 가끔은 머리를 취어 뜯곤한다. 사실 난 내 책 취향도 몰라서 아직까지도 선택과 집중은 절대 못하고 닥치는대로 읽는 편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책을 추천한다는건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게 되는 그런 일이라 이말이다.

아 정말 책 추천은 어렵다.
하지만 참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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