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여행이란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기다림과 약간의 고됨이라고 항상 생각한다. 이들이 어떤 비율로 만났을 때 가장 최상의 여행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내게 여행은 그랬다. 학교 다닐 때 다니던 수학여행은 고됨이 가장 압도적이었고 - 지금도 단체 여행은 고됨이 가장 크다 - 불안정하던 시절 동생과 일본에 다녀온 여행은 설렘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명절이면 다니는 시골길은 역시아 고됨이 가장 크고, 이번처럼 큰 께획이나 의도 없이 떠나게 되는 여행은 기다림이 가장 크지 싶다.


2.
난 지금까지 벛꽃여행이나 단풍여행처럼 그런 계절에 따라 다니는 나들이를 제대로 해본 적이 별반 없다. 사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아주머니들 - 왜 아주머니라고만 생각한걸까 - 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뒷산에 산책도 자주 다니지 않으시면서 왜 그리 멀리들 나들이를 떠나시는지.
이번에 외가에 다녀왔다. 외가에 들리는 김에 이리저리 단풍도 보자는걸 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목적이었는데, 왠걸 서울에서 벗어나서 이런저런 풍경들을 보니 왜 그리 아주머니 들이 가을 여행을 떠나시는지 알겠더라. 그저 단풍만이 아니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서울에서 벗어나고, 익숙한 것들에게서 벗어나 마냥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나와 다시 만나고 싶은 그런게 있는가보다 싶었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는건 역시 조심해야한다.


2.
지금까지 나이를 먹도로 해보지 못한 것 한가지는 혼자 기차여해을 떠나보는 것이었다. 아니면 혼자 차를 끌고 서해부터 시작해서 남해와 동해로 이어지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해보기 말이다. 항상 입에 붙은 말이지만 대학 시절에는 시간이 없었고, 돈이 없었고, 혼자서 그 여행을 하기에 난 지나치게 소심했다 - 지금도 소심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 막상 직장에 들어오니 이제는 정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여름 휴가를 미루거나 당겨서 쓰지 않으면 그런 식의 긴 시간이 필요한 여행은 조금 힘들어졌다. 아마도 기차여행이나 혼자 떠나는 여행은 서른이 되는 해에나 해봐야 되려나 싶다.


3.
사진을 찍을 때 혹은 보여줄 때 말이 많은 사람치고 울림을 주는 사진 찍는 사람 없더라.
요컨데 얼마나 적확한 시간에 적확한 자리에서 좋은 카메라와 완벽한 렌즈를 가지고 구도를 잡아서 셔터를 눌렀느냐는 강조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 아 지겨워. 그런 사진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도저도 아닐 바에다 테크닉적인 면이라도 좋은게 좋은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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