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여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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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요즘 가끔 책 한권의 가치가 택배 아저씨의 노고와 맞바꿔서 생각하곤 한다.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가끔 달랑 한권의 책이 택배 아저씨의 손에 달려서 오곤 한다. 특히 요즘같은 연말이면 물량은 폭주하고 밤 10시 넘어서까지 배달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과연 이 책 한권이 택태 아버씨의 노고와 비할 수 있는가, 난 과연 그런 책을 읽고 있는건가.
사실 난 고종석이라는 사람의 책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그의 글을 항상 짧막하게 신문이나 잡지에서 읽었을 뿐, 책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간간히 읽었던 그의 글은 날카로웠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그와 처음으로 책으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책 이름이 흥비롭다. 고종석의 여자들. 제목이 '고종석의 여자들'인지 '여자들'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꽤나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을 뒤로하고 책에 대한 작가의 변을 읽어보면 일단 의도는 흥미롭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자를 지극히 애호하는 입장에서 실제 인물과 허구의 인물, 시대를 가리지 않고 그가 애호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인물을 더듬어보면 꽤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실존인물은 로자 룩셈부르크, 아룬다티 로이, 오네하라 마리, 측천무후, 죠피 솔, 최진실, 오프라 윈프리, 강금실이 눈에 띈다. 허구인물이어서 그런지도 모르나 그가 특별히 사랑하는 여자에 제인 마플, 셰 레라자데은 특히 눈에 띈다. 인물의 선택의 폭은 굉장히 넓어서 생각보다 그의 평소 사고의 틀이라고 해야하나 그 넓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인물에 대한 꽤 독특한 시각들도 많이 있는데, '국민 누나'였던 최진실의 죽음을 그가 각별하게 느끼는 이유나, 흑인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로자 파크스 같은 인물이 그러하다. 사실 가장 재미있는건 애호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에 현실속 여자들이 아닌, 제인 마플이나 세 헤라자데 같은 여자들은 넣은게 가장 이 책의 톡특한 점이다. 어떻게 소설 속 여자들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들 목록에 넣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책이 로자 룩셈부르크로 시작해서 강금실로 끝나는 구성이 재미나다.
하지만 이 책은 지나치게 많은 여자들은 한정된 책 안에 담고 있어서 수박 겉핥기만도 못하다는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애초 기획 의도 자체가 그녀들에 대한 깊은 이야기보다는 '고종석의' 여자들이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차라리 인물을 조금 추려서 지금의 반 정도 되는 인물에 대해서 분량을 적어도 배로 늘려서 쓰는 편이 어떻겠나 싶다. 마치 이 책은 신문에 주간으로 연재되는 칼럼의 성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 훑는 식으로 그녀들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만을 늘어 놓아서 아쉬움이 많지만, 로자 파크스나 조피 숄, 마리 블롱도와 같은 여자들을 알게 된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녀들에 대한 입문서 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정도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