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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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51층에 자리잡고 있다. 집에서 지하철을 하고, 지하도 이동해, 건물에 드어와 근무를 한다. 땅 한번 제대로 밟기 힘든 날이 많다. 일하는 사무실은 층고는 높고 인구밀도도 높지 않아 시원시원한 편이다. 아주 가끔씩 일하다 말고, 건물 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곤 한다. 이것에서 일하면서 창 밖을 보고 천장을 많이 보게 됐는데 이 책을 읽고 세삼 모든게 다르게 보인다.

유현준 교수의 신잔 [공간이 만든 공간]은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많다. 그동안 책을 통해서, 강연과 tv를 통해서, 심지어 팟케스트를 통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대중에게 전달한 그의 생각들이 집대성된 이야기 같다. 이 책에서는 기후가 문명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그 기후가 밀농사와 쌀농사로 투박하게 정주생활을 구분지었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양쪽 문화가 다르게 발달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그를 좀 더 확장해서, 벽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서양과 기둥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동양 사이의 차이를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19세기까지 각자 발달해온 두 공간은 지리가 발달하고 통신이 발달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는다. 근대 이후, 서양은 동양의 공간 구성에서 해법을 찾아나갔으며 이제는 서로 다른 학문에서 건축의 해법을 찾아 나가가는 중이다. 급기야 21세기 신세기에 건축은 공간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중이다.

나는 이 책을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물론 저자의 전작품들과 다른 강연들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각 매체들에서 단편적으로 다루어졌던 이야기들이었다. '알쓸신잡'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건축에 대한 하나의 사건 혹은 이벤트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이야기나, 기후와 소위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인간이 극복해왔는지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이번 책이 가장 추천할 만 한건, 그 모든 이야기들을 가장 체계적으로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다소 이분법 적인 시선이지만 적어도 19세기, 20세기의 건축까지 어떻게 공간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날줄과 씨줄을 촘촘히 엮어낸 책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이야기를 다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몫이지다. 그러나 적어도 건축을 혹은 공간이라는 대상을 흐름을 가지고 조망할 수 있도록 나온 책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사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후 혹은 자연적 제약이 어떻게 인간의 건축에 혹은 생각에 영향을 미쳤느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이 하나이고 , 거기에서 부터 그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그 부분을 극복하고자 방법을 찾았는지를 추적해서 보여준다는 점이 둘이다. 한 분야의 소위 '전문가'라고 하면 이렇게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이 전공/전문으로 하는 분야를 관통할 수 있는 이런 식견을 가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과 생각을 글로 써서 출판하는건 또 다르다는 것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이런 글을 만나면 얼마나 귀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대로 지금까지 나온 그의 책 중에 단연 최고작이다.


+ 하단은 유현준 교수가 녹음했던 오디오클립이다.

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는 - 방송에서는 교수 유형준에 가까운 것 같다 - 건축가 유현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굉장히 격한 방송도 있고, 본인의 생각을 명쾌하게 이야기하고, 약간 시니컬한(?) 면까지 있어서 깜짝깜작 놀라면서 들을 수 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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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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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제를 통사로 훑어나가는 일은 해당 분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추천할만 하다. 사실 난 독자의 입장보다는 저자의 입장에서 이런 류의 책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머리 속에서 안다고 믿고 있는 것과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건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는데, 해당 소재를 꽤 깊게 연구한 사람이 그 연구과정에서 생성된 식견을 가지고 통사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분야의 발달사를 집필한 책들은 이 부분이 더 극대화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정밀함의 발달사를 다룬 책이다. 정확히 부품간에 아귀가 맞아야만 작동했던 증기기관에서 책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증기기관을 시작으로 대량 생산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산업화 시대의 필수조건이 정확함이라는 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다. 대량 샌산을 위해 정확하게 부품간에는 호환이 필요하고 정확하게 아귀가 맞아야 했다. 비로소 등장한 '완벽한' 수평의 개념을 등장하면서 정확한 부품이 생산되고 비로소 제조업의 발전이 가능했음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대량 생산의 필요조건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이 책이 재미난건 이 다음장 부터이다. 대량 생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하늘을 하는 비행기에 탑제된 제트엔진, 우주를 들여다 보기 위한 만원경 렌즈, 21세기 모든 운전자와 보행자의 필수품 GPS, 21세기 과학의 정점 반도체를 하나하나 꼽아가며,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현재 어느 정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사실 초반은 다소 지루한 편이다. 아마 19세기 과거의 이야기로 지금은 '정밀'함에도 들 수 없는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자 등장하면서부터는 책장이 날개를 단듯 넘어간다. 고진감래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의 정밀함에 대한 집착사라고 해도 좋다. 이 정밀함이 발달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를 띄우고,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측정하며 우주의 역사를 탐험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고집이 있고, 집착에 가까울만큼 완벽함을 추구한다. 한없이 작은 부분에 대한 집착이 인간은 더 거대하고 넓은 부분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걸 아이러니라고 해야할까. 18세기 이후, 티끌만한 오차로 용납할 수 없었던 이들이 있었고, 때로 아무 쓸모도 없을 것 같은 부분에 집착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우리는 2020년 현대의 과학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부분을 이 책은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 서평단으로 참여해 읽게 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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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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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의 문제풀이 식 강의와 활용법을 이해할 수 없던 수업 방식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나조차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1,2를 배우던 이과생이었지만, 정말 수학이 재미있다는걸 이해한건 대학에 가서였다. 교양 수학서라는 책을 찾아 읽으면서 정수론이 암호를 가능하게 하고, 인터넷 뱅킹을 가능하게 하고,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95% 신뢰수준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보면 조금만 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교수법을 선생님들이 택하셨다면 그렇게 문제만 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지금도 들곤 한다. 그래서 꽤 괜찮은 수학책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수학의 쓸모]는 미국 통계학 수업을 하는 2명의 저자가 쓴 교양 수학서이다. 이런 류의 책은 기획에서 큰 차이점을 둘 수 없기 때문에 저자의 글을 쓰는 능력과 소재가 아주 중요하다. 적절하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와 수학은 우리는 해치지 않는다는걸 납득시킬 수 있을만큼의 유머러스함이 필수적이다. [수학의 쓸모]는 그 두 부분에서 딱 균형을 잘 잡은 책이다. 특히 이 책은 통계학을 가르치는 교수들 답게 확률에 대해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넷플릭스가 영상을 추천하는 규칙이 조건부 확률이고, AI가 어떻게 사진을 보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지를 설명한다. 통게를 활용해서 어떻게 로봇을 진단에 활용할지, 카드회사에서 도난 가능성을 탐지하는 방법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통계와 데이터 과학이 우리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분야는 어디일지를 소개한다.

대부분의 교양 수학서는 사실 비슷한 구조이다. 수학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응용되고 있는지를 가능한 실례를 찾아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 혹은 유튜브가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확률과 연결해서 소개하는 방식말이다. 대부분이 책들이 그런데,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거기에 더해서 그 개념을 소개한 혹은 그 역사의 중간에 있었던 인물을 함께 소개한다는 것이다. 확률을 가지고, 태평양 바다에서 잠수함을 찾았던 학자를 소개하고, 나이팅게일이 통계를 분석해서 공공의료를 발전시켰는지 등 흥미로운 역사가 각 장마다 수록되어 있다.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들답게, 역사 안에서 발전하는 모습과 그 실제 내용에 대해서, 그리고 어떻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고 있는지까지 수식 한 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넘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모든 장을 이해할 수는 없고 사실 할 필요도 없다. 이해하는 만큼 감탄할 수 있는만큼 읽으면 딱 좋을 책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잘 만든 교양 수학서는 꽤나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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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9-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독 해보겠습미다~

하루 2020-09-04 13:08   좋아요 1 | URL
추천합니다~~~
 
지식인의 두 얼굴
폴 존슨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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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하면 사회면에 등장하고, 통상 경찰서에서 나오는 모습을 배경으로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인터뷰가 나오곤 한다. 본인의 죄 유무와는 상관없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신 것만으로도 죄송하다고 한다. 그래서 공인이라는 사람은 어떤 이들인지,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한동안 생각한 적이 있다.

[지식인의 두 얼굴]은 너무 유명해서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사람들의 사생활 혹은 그들의 감춰진 모습을 다룬 책이다. 톨스토이, 헤밍웨이, 러셀, 샤를르트, 노엄 촘스키까지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인물들이다. 문제는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그 지식인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혹은 믿었던 사실들은 전부 무엇인가 싶을 정도이다. 톨스토이의 부인은 3대 악처로 이름의 날정도로 톨스토이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걸로 유명하지만, 이 책의 톨스토이를 만나면 분명 그 생각을 재고해야 한다. 톨스토이의 작품 속 여성들의 모습은 현실에서는 매춘을 하고 있어도 사실 그녀는 성녀와 같은 숭고한 존재로 그려진다. 현실 속 톨스토의 여성관은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매춘부를 찾아다녔고, 자신보다 낮은 계층의 여성을 끊임없이 유혹했다. 그는 여성과 관계를 맺었지만 자신과 관계맺은 여성을 혐오하고 자신의 주변에 있던 부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형적으로 그는 여성을 성녀와 매춘부로 나누어 세상을 인지한 작가였다. 그의 부인도 그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람 중 으뜸이다 라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이렇다. 하나 같이 납득되지 않고, 들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이걸 굳이 내가 읽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소위 '사실'이 정말 그런지까지도 의심스럽다. 어디서부터 믿고, 어디서부터 의심해봐야 할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을만큼 이 책은 내게 너무나 파격적이다. 모든 지식인들의 사생활이 혹은 그들의 인격이 그들의 말하고 다녔던 바나 그들의 성과에 버금가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도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하나 같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 들 뿐이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이 책을 믿어야 하는것일까.

이 책을 찬찬히 다시 읽고, 내가 읽어봤던 책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더 이상 [전쟁과 평화], [노인과 바다]가 예전과 같이 읽을수는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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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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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는 다작 작가인듯 하지만, 이 책 한권으로 충분하고 이 이야기가 최고이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가 재밌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면, 이 책을 거기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덧붙인다. 단연 이 책이 그의 작가 인생에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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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17-10-2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기간, [템테이션]과 [더 잡]까지 3권을 몰아 읽고 난 후의 결론이다.
이 이야기가 최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