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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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과 옮음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시대, 그 경계에서 `어디까지가 둘의 경계일까요?` 그걸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묻는 책. 전작에 비해 실례를 바탕으로 풀어서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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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음

 

[그녀가 떠날 때]는 보는 내내 꼭 심장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독일에서 자란 아랍 문화권의 여인이 결혼 후 이스탄불에서 살고 있다. 결혼 후 그녀의 삶은 너무나 피폐하다. 폭력적인 남편과 그를 방조하는 집안. 이 모든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독일,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큰 결심을 하고 돌아온 집에서 가족은 말한다. 돌아가라고, 이곳은 니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너는 집안의 수치라고. 처음에는 차분하게 그녀를 다시 남편에게 보내려던 가족은, 강제로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아들을 이스탄불로 보내려고 한다.  집안이 속해있는 공동체에서 그녀의 일탈은 가족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공통체에서 버려질 것인가, 아니면 한 때 딸이자 언니였던 가족을 버릴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선택한다.

 

떠나고 또 떠난다

영화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떠난다. 이스탄불에서 떠나고, 남편에게서 떠나고, 집에서 떠나고, 가족에게서 떠나고, 보호 시설에서 떠나고, 친구의 집을 떠나고. 그녀의 삶은 끝이 없는 도피의 연속이다. 보는 동안 피가 흐르는 것 처럼 느껴질만큼 이 영화는 시종일관 아프고 슬프다. 이 이야기가 피가 흐를만큼 아프게 다가오는건, 그녀의 가족과 그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가족은 그녀가 '일반적인 아랍문화의 여인'으로 돌아오기를 종용한다. 남편에게 순종하고, 구설수에 오르지도 말고, 집안의 수치가 되지 말것을 종용한다. 여동생의 결혼식장에 찾아가 내쳐지는 순간, 술에 취한 오빠가 보호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순간, 그녀의 심장에서는 새빨간 피가 넘쳐 흐른다.

 

그녀는 가족과 절대 멀어지고 싶지 않다. 자신의 삶을 찾고 싶고,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에게서 내쳐진다. 언니의 일탈 행위로 공동체에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가족의 불안감은 영화를 보는 나의 불안감과는 분명 다르다. 아버지는 그녀와 남은 가족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한다. 그리고 딸은 말한다.

 

너와 공동체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너를 선택하지 않을 거야. .

 

언젠가는 날 선택하실 거예요. 아버지는. .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자신을 아버지가 선택해줄 걸로 믿는 그녀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날 용서하거라. 그리고 나서야 극단적인 가족의 선택이 밝혀진다. 아버지와  동생와 오빠는 명예살인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집안의 수치로 지명되는 여성을 집안의 남자들이 살해하는 바로 그 명예살인. 가장 가깝고 지켜줘야 할 것 같은 가족이 말이다.

 

가족 그리고 가족

하지만 그 가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거짓일까. 딸과 남은 가족의 미래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아버지에게 딸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공통체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리고 다른 가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동생을 언니의 행실로 파혼을 당하고, 오빠와 동생은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이 생활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의 문제는 그 가족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게 분명 있는거다. 행복은 하나의 모습이지만, 불행은 가정의 수 만큼이라고 하지 않는가.

 

물론, 명예살인이라는 문화와 제도에 대해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명예살인을 하는 다른 가족의 마음도 알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내가 이 이야기에 피를 흘리는 것 처럼 아픈 이유는, 끊임없이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한 여인의 마음과 그 여인을 도저히 다시 가족으로 받아 줄 수 없는 가족의 마음이 둘다 모두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에게 마음을 편하게 쉴 가족은 이미 어디에도 없어져 버린 이 슬픈 가족이,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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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4-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이 글 나중에 볼게요. 맨 위에 문장 보고 식겁 ( '')ㅎㅎ
요새는 영화를 통 안 보네요. 헌혈 한 번 하고 영화티켓을 받아야겠어요~

하루 2012-04-23 14:49   좋아요 0 | URL
정말 심장에서 피가 흐르는거 같은 영화예요
꼭, 꼭, 꼭 보셔요!!!!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는 내 손에서 길게 떠난 적이 없다. 왠만하면 항상 같이 읽는 책 중에 - 난 여러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 한 권은 꼭 들어있으니까 사실은 1년 내내 읽고 있는 셈이다. 그도 그럴게 총 권수가 15권인데 잘 읽으면 1년에 한 시리즈를 한번 쭉 읽는거다. 그리고보니 정말 잘도 열심히 꾸준히 난 이 시리즈를 읽고 있구나 싶다.

 

 

 

 

 

 

 

 

이번 회차(?)는 작년 겨울부터 드문드문 읽고 있는데 , 어제 막 5권이 끝났다. 5권의 제목이 [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하)] 이다. 제목을 보면 당연히 4권도 카이사르 이야기라는걸 알 수 있겠지. 항상 난 4권과 5권을 읽을 때마다 이버에는 카이사르의 위대함(?)에 대한 엄청난 작가의 경탄에 내가 공감해야 하는데, 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책을 읽으면 그는 정말 매력적인 인간이기는 한데, 어떤 부분에서 천재적인거지 라고 물음표를 띄우게 된다. 마치,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났을 때, 어디에서 박수를 쳐야하지 라고 물음표를 얼굴에 띄우는 것처럼.

 

시오노 나나미의 출간된 모든 책을 읽어 본 - 고등학교 적 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아 그리고보니 제일 처음 읽은 책은 [바다의 도시 이야기]였을 거다 - 입장에 시오노 나나미라는 사람이 인정(?)라는 인간이라는게 어떤 사람인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꼴사납지 않은 매력남이라고 해야하나. 그녀의 책들을 쭉 읽어보고 인물에 대한 평가를 읽어보면 그 인간이 악한지 선한지는 그녀의 평가 기준에서 저 멀리 던져져 있다. 체사레 보르자를 보고 카이사르를 보면 명확하다. 그녀의 남자관(?)을.

 

시오노 나나미가 서술하는 카이사르는 능력은 말할 나위 없는 사나이이다. 출중한 전략가이고 - 물론 전쟁과 정치 모두에서, 전쟁과 전투 모두에서 승리할 줄 아는 남자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도 굉장히 잘 감지해서 그가 대중을 향해 사용한 언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기막힌 능력만 있어도 좋은데 성격까지 호탕하다. 쾌남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런 남자에게 쓰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니까. 평생 많은 애인을 두었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벌어진 적은 없었고, 젊은 시절에는 산더미 같이 지고도 빛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었던 - 오히려 끌려 다닌건 채무자가 아닌가. 만화 같은 일이다 - 카이사르 라는 인간 매력에 풍덩 빠졌다랄까?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에게 칼을 들이 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소. 내가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로마인이야기 5 율리우스 카이사르(하)

 

사실 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저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저 한 구절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게 자신에게는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멋진 점은 어떤 말로도 깍아 내릴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점이다. 빠른 변화와 적응을 강요받는 이런 때에, 매일이 고민의 연속인 이런 때에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산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난 별로 만나 본 적이 없다. 물론 나도 저런 확신을 가지고 살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서 난 시오노 나나미의 홀딱 반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가 정말 매력적인 인간이라는건 인정할 수 있다.

 

오늘도, 작년처럼 저 몇 줄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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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주말에 뭘 했는지 전혀 기억에 남는게 없다. 정말 이번 주말에는 잠을 잔 기억 밖에 없다. 그도 그럴게 날도 화창했던 지난 주 금요일 회사의 장(長)과 연봉협상이라는걸 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연봉협상이지, 약간의 면담과 연봉통보 정도 였지만.

 

그리고보면 작년에는 다면 평가라는걸 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평가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내 윗 상사가 나를 평가해서 꽤 긴장이 많이 되었었다. 재작년과 올해 동안 내가 한 일이 특별히 변한건 없고, 사람이 어디 가는건 아니니 비슷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했던건 내 착각이었다. 아무튼 금요일 그 상담과 협상의 여파로 주말에는 끝이없는 수면 속에서 허우적 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난 고민이 있을 때는 항상 잠들어 버리는 편이다. 그리고보면 어머니는 먹는다고 하시던데, 난 잠을 자버리는 타입이라 다행이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유독 많은 잠을 깊게 자는듯하면 가족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 편인데, 주말에는 거의 하루 12시간씩은 잠든거 같다. 금요일의 여파에 피곤함이 겹치면서 계속 주구장장 잠들었던 주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떴는데, 회사를 어떻게 가야 하나 라는 막막함이 느껴지는거다. 그리고보니 내가 회사를 생각할 때 막막하다라는 기분을 오늘처럼 느낀건 처음이었지 싶다. 그 어떤 음악도 위안이 되지 않고, 그 어떤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 막막함이란.

 

물론, 지금도 그 막막함은 여전하다.

 

 

*****

 

난 여의도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덕분에 가끔 벛꽃구경을 하곤 한다. 사실 제대로 된 꽃놀이 라기 보다는 점심 시간에 강변을 걷는다라는 기분이 강하지만, 이렇게라도 보지 않으면 꽃구경은 내게 너무 요원한 일이다.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홀짝이며, 한강에 참게가 돌아오고 있다더라. 버드나무가 초록색이라서 좋은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들다. 금요일에 비가 내리면 벛꽃도 끝이다. 여의도에서 일하면 뭐하냐 주말에 회사 근처로 실수로 오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면서 조잘조잘 잘도 이야기하며 돌아 다녔다.

 

내일은 점심 약속도 없는 날이니, 카메라를 매고 운동화를 신고 Nell의 이번 신보를 들으면서 걸어다녀야 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Nell의 이번 앨범은 정말 ... 크... 싶은 곡이랄까? 봄에 나와서 그런가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 봄이구나 싶은 앨범이다. 음, 그래 내일은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카메라를 매고, Nell과 버스커 버스커의 앨범을 들으면서 걸어야지.

(아, 새로 산 운동화 사진과 오늘 점심 때 찍은 벛꽃 사진은 내일 회사가서 올려야지)

 

아, 이번 Nell 앨범의 가장 자주 듣는 곡은 In Days Gone By

 

*****

 

인생만사 고민해서 해결되는게 없더라.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거지 뭐.

 

아 그리고보니 올 봄에는 꼭 책을 좀 정리해야겠다.

알라딘 중고샵에다가 책을 팔아볼까나. (근데 어떻게 파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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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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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교적 폭넓게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나같은 편협한 인간이 조금이라도 덜 편협해지는건 가리지 말고 다양한 분야와 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읽는 책이 너무 범위가 넓다고 놀래지만 사실 딱히 싫어하는 분야가 없는 이상 별로 어렵지 않다. 그냥 읽으면 되는게 아닌가.

 

하지만 물론 나도 사람이라 손이 선뜻 가지 않는 부분은 분명 있다. 정말 특별한 이유 - 학생 시절에는 레포트를 쓴다던지 - 가 아니면 경영책이나 자기개발서로 분류되는 책에는 정말 손을 대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난 책을 읽어서 나를 개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난 책을 그런 이유로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런 내가 읽는 것도 부족해서 무려 구입을 한 첫 책이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이 책은 내게 그래서 조금 특별하다.

 

한마디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나의 욕망을 어떻게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말하는 책이다 . 당연하지만 이런 류의 방법론에 대한 책은 매일매일 트럭으로 실어 나를만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왜 유독 이 책만이 이렇게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걸까. (아마 내가 알 정도면 이 분야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맞을거다), 다른 방법론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 이를태면 이것만 알면 협상가가 혹은 심리의 설득학 이런 류의 책 말이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굉장히 심플한 방법론을 제기하고 있는게 인상적이다. 특히 실례가 많아서 '에이 이정도는 나도 하겠다'싶은 부분이 꽤 많다.

 

그리고보니 협상이나 설득의 기술은 통상 심리학을 이용해서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설득해봐!라고 말하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는 쉬운 방법을 잊지 말고 사용하라고 가르친다. 저자가 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설득보다는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일단 설득이라고 하면 논리적인 면을 다듬어서 상대방을 납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협상은 논리로 상대를 납득시키는게 전부가 아니라 그 외에 다른 요소들이 그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아랴 한다는게 핵심이다. 상대방의 상태를 관찰하고 감정을 이해해야 하고, 그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줘야 하고, 모두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기준을 상기시켜야 하고.

 

그래서 생각해보면 특별할게 없는 방법론인듯 한데, 책에 나온 실례를 읽고 있으면 말이 되는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난 이 책이 재미없다. 별로 실용성도 없어 보이고 내게는 이 책을 읽어서 타인과 협상을 할 일도 별반 없을 듯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을 목적의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분명하게 원하는 만큼을 얻어 낼 거라고는 생각한다. 내가 이 책과 맞지 않는건 이 책의  '출판의도'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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