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주말에 뭘 했는지 전혀 기억에 남는게 없다. 정말 이번 주말에는 잠을 잔 기억 밖에 없다. 그도 그럴게 날도 화창했던 지난 주 금요일 회사의 장(長)과 연봉협상이라는걸 했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연봉협상이지, 약간의 면담과 연봉통보 정도 였지만.

 

그리고보면 작년에는 다면 평가라는걸 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평가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내 윗 상사가 나를 평가해서 꽤 긴장이 많이 되었었다. 재작년과 올해 동안 내가 한 일이 특별히 변한건 없고, 사람이 어디 가는건 아니니 비슷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했던건 내 착각이었다. 아무튼 금요일 그 상담과 협상의 여파로 주말에는 끝이없는 수면 속에서 허우적 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난 고민이 있을 때는 항상 잠들어 버리는 편이다. 그리고보면 어머니는 먹는다고 하시던데, 난 잠을 자버리는 타입이라 다행이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유독 많은 잠을 깊게 자는듯하면 가족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 편인데, 주말에는 거의 하루 12시간씩은 잠든거 같다. 금요일의 여파에 피곤함이 겹치면서 계속 주구장장 잠들었던 주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떴는데, 회사를 어떻게 가야 하나 라는 막막함이 느껴지는거다. 그리고보니 내가 회사를 생각할 때 막막하다라는 기분을 오늘처럼 느낀건 처음이었지 싶다. 그 어떤 음악도 위안이 되지 않고, 그 어떤 풍광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 막막함이란.

 

물론, 지금도 그 막막함은 여전하다.

 

 

*****

 

난 여의도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덕분에 가끔 벛꽃구경을 하곤 한다. 사실 제대로 된 꽃놀이 라기 보다는 점심 시간에 강변을 걷는다라는 기분이 강하지만, 이렇게라도 보지 않으면 꽃구경은 내게 너무 요원한 일이다.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홀짝이며, 한강에 참게가 돌아오고 있다더라. 버드나무가 초록색이라서 좋은데,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들다. 금요일에 비가 내리면 벛꽃도 끝이다. 여의도에서 일하면 뭐하냐 주말에 회사 근처로 실수로 오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면서 조잘조잘 잘도 이야기하며 돌아 다녔다.

 

내일은 점심 약속도 없는 날이니, 카메라를 매고 운동화를 신고 Nell의 이번 신보를 들으면서 걸어다녀야 겠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Nell의 이번 앨범은 정말 ... 크... 싶은 곡이랄까? 봄에 나와서 그런가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 봄이구나 싶은 앨범이다. 음, 그래 내일은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카메라를 매고, Nell과 버스커 버스커의 앨범을 들으면서 걸어야지.

(아, 새로 산 운동화 사진과 오늘 점심 때 찍은 벛꽃 사진은 내일 회사가서 올려야지)

 

아, 이번 Nell 앨범의 가장 자주 듣는 곡은 In Days Gone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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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사 고민해서 해결되는게 없더라.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거지 뭐.

 

아 그리고보니 올 봄에는 꼭 책을 좀 정리해야겠다.

알라딘 중고샵에다가 책을 팔아볼까나. (근데 어떻게 파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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