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작은 놀이터가 있다는걸 알게 된건 얼마 안된 일이다. 여름이 한창인 시절이었는데, 걷기를 시작하신 어머니가 집에서 뒤쪽으로 돌아가면 놀이터가 있다는걸 아신거다. 제법 놀이터 치고 새단장을 했는지, 놀이터 주변으로 우레탄 -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놀이터에 아이들 다치지 말라고 까는 자재던데 - 을 깔아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해 놓았더라. 덕분에 근처 마을 아주머니들이 여름철에는 밤이면 밤마다 해만 떨어지면 걷는 운동을 하시는 통에 그곳에서 생각보다 많이 걸어다닐 수는 없었다. 재미있는건 그 때는 제법 날이 더워서인지 11시까지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비가 한두번 내리면서 날이 많이 추워졌다. 덕분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 현격하게 줄어든게 눈에 보일 정도. 여름에는 언제 나가도 사람이 트랙 위에 6명 이상은 있어서 좀 붐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언제 나가도 많아야 4~5명 정도이다. 때로는 1명 정도 밖에 없는 때도 있어서 걷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사실 걷는다고 하지만 많이 걷지는 못한다. 많이 걸어야 40분 정도이고, 나머지 10분 정도는 기구를 이용해서 허리 운동을 한다. 주로 시간은 평일에는 8~9시 사이에 운동을 시작하려고 집에서 나가고 휴일에는 그마저도 대중이 없다. 이것도 꾸준한건 아니어서 평균 한 주에 3~4번 정도일 뿐이다. 이때 주로 하는건 심심할까봐 라디오 듣기. 공유 - 왜 커피프린스에 나왔던 그 배우- 가 국군방송에서 DJ를 하는 줄 몰랐다. 참고로 시간은 8-9시 사이에는 확실히 들을 수 있다. 제법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기억하는데, 공유가 라디오로는 그런 목소리라는걸 몰라서 꽤 재미있었다. 사실 국군 방송의 특성상 국군 이야기를 해주는데 이거 참 -_-. 대략 저런 표정이다.

아무튼 하루에 30~40분 정도 가볍게 - 사실은 난 더 격하게 운동해야 하지만 - 걷는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우스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놀이터 주변을 걷고 있노라면 여름이 가을이 되고, 이젠 슬슬 늦가을이 되어 간다는걸 실감하게 되고, 이렇게 하루가 또 저물어 가는구나, 들어가서 일기써야겠다.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냥 오늘 걷다가 생각이 나서 써본 글이다.

아, 그리고보니 일기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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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동네에 사는 친구들, 혹은 아버지 친구분, 혹은 시골 친척 집에 놀러가면 했던 일은 그 집 전집 앞에 앉아있기였다. 내가 어릴 적에는 책 읽는게 유행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나를 제외한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 집에는 전집이 하나씩 있었다. 제법 종류도 다양해서 누구는 과학시리즈, 누구는 위인전 시리즈, 누구는 곰 이야기 시리즈, 머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보니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 시리즈는 없었네. 아무튼 책을 빌려주지도 않을 듯 하여 그들 집에 방문하면 책장 앞에 앉아서 오늘은 이 책을 봐볼까 하며 책을 읽고 했었다. 그리고보면 참 재미있었는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저렇게 책 읽기가 시작된지라 난 책을 거의 닥치는 대로 읽었다. 고등학교 때는 삼국지와 판타지 소설이  - 드래곤라자를 시작으로 대학시절까지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었다 - 살포시 수학정석 수2와 공존하던 그런 시기였다. 대학에 오니 등록금이 수업료라기 보다는 도서관 대여료라고 생각할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일본소설은 아예 일본소설 칸을 한칸씩 비워가며 읽었고 판타지는 날이 갈 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이 시절부터 난 한겨례와 논객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보니 지금도 난 소설부터 인문사회, 예술서를 거쳐 심지어 과학서까지 읽는다.(난 보았다.회사에서 배송된 수학책을 보고 경악하던 그 얼굴을) 이런 잡탕이다보니 내 취향과 일반적으로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의 취향이 상당히 다르더라는걸 난 몰랐다. 내가 재미있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며 현실감이 없다는걸 난 한 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난 지금도 책 추천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

책 추천이라는건 심봉사가 냇가에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책을 과거에 읽었고,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분야를 읽고 싶은지, 그리고 이 정도의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여러가지로 이리저리 재가면서 골라야 하는 것이다. 가끔 회사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주곤 하는데, 일요일 저녁이면 책장앞에 서서 가끔은 머리를 취어 뜯곤한다. 사실 난 내 책 취향도 몰라서 아직까지도 선택과 집중은 절대 못하고 닥치는대로 읽는 편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말 책을 추천한다는건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게 되는 그런 일이라 이말이다.

아 정말 책 추천은 어렵다.
하지만 참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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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좀비는 이 문제를 생태적 균형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좀비가 노동자로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거의 유일하게 열려 있는 조건이라고는 좀비들이 소비자로서 뭔가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어렵기는 하지만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시스템에서 결국 드라큘라들에게 피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좀비들이 지갑을 열었을 때 생겨나는 이윤인 셈인데, 생각을 한다면, 이 모델이 균형을 찾아갈 수 있는 두가지 틈새를 찾아볼 수는 있다. 

그 틈새 가운데 하나는 소비의 패턴을 바꾸어 드라큘라들이 피를 찾아가는 방식을 미세하게나마 바꾸게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드라큘라에게 직접 "그렇게 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다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긴 하다. 어쨌든 점잖게 앞의 것을 '소비패턴의 변화' 혹은 '생태적 책임소비'라고 부르고, 뒤의 것을 소비자 운동이라고 부른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이런 방법들이 과연 생태적 위기에 처한 시스템의 균형을 위해 의미 있는 벼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가? 이렇게 답이 있음에도 좀비들 스스로 논의를 거쳐 그 결론에 도달할 수 없기에, 조지 로메로 같은 B급 영화감독들이 대형 할인매장과 쇼핑몰 앞에 서 있는 소비자들을 좀비라고 부르는 것이다. (P.78-79)

 
   

 

우석훈의 생태 경제학을 말하는 책 1권 <생태요괴전>
회사에서 이 책을 읽고 있으나 누군가 'SF예요?' 이런다.
이 책을 다 읽으면 한권씩 책을 강제로라도(웃자고 하는 말이다) 읽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_-V 

'한국경제 대안시리즈'가 88만원세대라는 단어를 한국 사회에 공전의 히트작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 책도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인다. 사실 그의 이전 책의 흐름과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을 뿐이지만 반은 항상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마는 현실이 조금은 아쉽다. 사실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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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야구를 꽤 많이 봤던거 같은데, 지상파에서는 이젠 야구 중개를 안해주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면서 야구를 저 멀리멀리 가까이 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금 현재 야구를 본다는 사람들의 꽤 많은 수가 WBC와 올림픽 이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 가운데 나도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보면 난 야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특정한 선수를 아는 것도 아니고, 구단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 싶다. 오히려 야구 보다는 허구연씨의 해설을 더 좋아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결국 난 누가 이기느냐 보다는(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재미있겠지만) 누가 이기든 지든 정말 '재미있는 야구'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거다. 아참,그리고 난 절대 응원을 좋아하지 않아서 응원이 즐거워서 야구를 본다는 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난 정말 '재미가 있는 야구'가 아니면 별로 볼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몇 시간 전 2009년 두산 VS SK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끝났다. 우천으로 5차전이 연기되고 오늘까지 이어진 5차전은 대승이라는 말 밖에 말이 필요없는 경기였다. 한마디로 이번 5차전은 더 이상 재미없을 수는 없는, 최악의 야구였다. 무성의에 가까울 정도로 침묵에 빠진 두산 타선과 광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SK의 타자가 교묘히 비교되는 정말 자고나면 잊혀지기를 바라는 그런 경기였다. 

내가 이번에 야구를 다시 보게 된건, 두산과 SK의 경기를 DMB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하나이고 1차전이 명승부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재미있고 멋진 경기였기 때문이다. 1,2차전은 양쪽다 무릎을 칠만큼 아쉬운 장면들이 모두 하나씩은 있었고, 그에 상대해 주먹을 불끈 쥘만큼 멋진 호수비가 하나씩은 잇는 그런 경기였다. 적당한 타격과 멋진 투수진이 적당히 균형을 맞춰서 야구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게 야구야'라고 교과서로 제시를 해줘도 좋은 그런 경기들이었다. 3,4차전은 SK에 운이 좋은 경기들이었고 경기 내용은 1,2차전 못했으나 그럭저럭 볼만한 야구였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2009년 플레이오프는 1,2차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건질게 없는 그런 경기였다는 말이다. 

5차전은 SK입장에서도 두산의 입장에서도 씁쓸함이 가득남는 그런 야구였다.
5차전에서 두산은 냉정함을 읽은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고, 중심타선의 침묵은 치명적인 독이었다.

 
첨언 1. 지금 SK 감독의 이야기를 쓴 책을 읽고 있는데 꽤 재미나다.
SK팬이 읽으면 꽤 재미있겠으나 (우리 감독님 이라며 눈을 반짝이고 읽을 것 같다) 일반인이 읽기에는 조금 위험하다. 아집과 고집은 종이 한장 차이도 되지 않는거니까. 아무튼 시의적절한 책이다. 

첨언 2. 그래도 응원하는 팀이 있으면 조금 재미있겠다 싶은 마음에 두산을 응원했다.
이유인 즉슨은 작년까지 두산이 SK에 한국시리즈에서 2 패를 해서 준우승만 2번이란다. 난 절대 강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는 두산이 한번 그 징크스를 깨주었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 자고로 절대 강자가 없어야 재미있는 법인데. 그런 의미에서 기아! 화이팅! (후후후 -_-+)

첨언 3. SK 나주환 선수 홈으로 쇄도하던 플레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SK 선수를 도매급으로 넘긴 플레이였다. 두고두고 회자가 될 듯한 장면.(무덤을 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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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 >

이택광씨의 전작이 <근대 그림속을 거닐다>였다. 근대 그림을 통해 근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는데 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이택광의 이름을 간간히 검색하다가 걸린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책을 조금 보면 시리즈라는걸 알 수 있다.) 중세-근대-현대 3부작으로 계획된 책인 듯 하며 이 책의 끝 부분에는 현대부분이 곧 출간된다고 쓰여있다. 

전작 <근대 그림속을 거닐다>는 이미 중세미술에 대한 진중권이 책을 읽어서 인지 많이 가슴이 와닿을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중세미술에 대한 책으로 얼마전에 읽었던 <춤추는 죽음>이 너무 세세하고 인상적으로 읽어서 이택광의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 없지 않았다. 다만 진중권의 책은 너무 자세하고 긴 맛이 있어서 이택광의 책을 통해 중세 그림을 컬러로 '읽는' 재미를 느끼고 나서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을 읽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강력추천.


진중권의 신간 <교수대 위의 까치> 중대 겸임교수에서 물러나면서 나온 책이라 특히 관심이 생긴다. 사실 중대학생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진중권이라는 사람의 미학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였는데, 이제 그것도 사라졌군. 

<교수대 위의 까치>는 위에서 소개한 <춤추는 죽음>을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익숙할 그림들이 많이 실린 책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것을 알지 못해서 진중권식 그림 읽기가 얼마나 신선하고 조금은 기발한지 확인할 수 없다는게 조금 아쉬운 점이다. 난 이 책 하나로 진중권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읽고'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소개한 다른 그림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개한 책에 대한 갈증이 더 많이 남게 된 책이다. 전반적으로 일반인이 읽기에는 무난했지 싶다. 

2년 점 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인데 어떻게 2년만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책.
영화화 되어 개봉하는 후광을 누리고자 하는 - 일명, 영화의 원작 소설들 - 불순한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time table을 그려보지 않아서 얼마나 소설이 치밀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구성의 치밀함 보다는 아마도 감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서 감상의 포인트가 나와는 조금 다르지 싶다. 

결국은 시간을 여행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어린 시절부터 쭉 사랑한 -그야말로 거의 평생에 걸친 사랑이로군- 여자의 이야기이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났을 때, 남자는 30대, 여자는 6살. -_- 잘못하면 범죄가 되기 쉬운 - 내 사상이 불순한건가? - 이야기인데, 그 부분을 잘 넘겼지 싶다. SF와 스릴러와 로맨스의 중간에서 위태하다고나 할까?
아직 2권을 못 읽어서 확답할 수는 없으나 일단 읽어보고 싶기는 하다. 

한겨례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6인 6색 강연회. 올해는 화를 주제로 해서 강연회가 열렸던 모양이다.
올해는 다소 주제가 너무나 시의성이 맞는 것이라 생각을 하게 하는 주제라고 보기에는 2%가 부족했다.거짓말이나 상상력,자존심 시리즈가 상당히 좋았는데 조금은 아쉬운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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