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야구를 꽤 많이 봤던거 같은데, 지상파에서는 이젠 야구 중개를 안해주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면서 야구를 저 멀리멀리 가까이 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금 현재 야구를 본다는 사람들의 꽤 많은 수가 WBC와 올림픽 이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 가운데 나도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보면 난 야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특정한 선수를 아는 것도 아니고, 구단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 싶다. 오히려 야구 보다는 허구연씨의 해설을 더 좋아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결국 난 누가 이기느냐 보다는(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재미있겠지만) 누가 이기든 지든 정말 '재미있는 야구'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거다. 아참,그리고 난 절대 응원을 좋아하지 않아서 응원이 즐거워서 야구를 본다는 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난 정말 '재미가 있는 야구'가 아니면 별로 볼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몇 시간 전 2009년 두산 VS SK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끝났다. 우천으로 5차전이 연기되고 오늘까지 이어진 5차전은 대승이라는 말 밖에 말이 필요없는 경기였다. 한마디로 이번 5차전은 더 이상 재미없을 수는 없는, 최악의 야구였다. 무성의에 가까울 정도로 침묵에 빠진 두산 타선과 광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SK의 타자가 교묘히 비교되는 정말 자고나면 잊혀지기를 바라는 그런 경기였다. 

내가 이번에 야구를 다시 보게 된건, 두산과 SK의 경기를 DMB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하나이고 1차전이 명승부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재미있고 멋진 경기였기 때문이다. 1,2차전은 양쪽다 무릎을 칠만큼 아쉬운 장면들이 모두 하나씩은 있었고, 그에 상대해 주먹을 불끈 쥘만큼 멋진 호수비가 하나씩은 잇는 그런 경기였다. 적당한 타격과 멋진 투수진이 적당히 균형을 맞춰서 야구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게 야구야'라고 교과서로 제시를 해줘도 좋은 그런 경기들이었다. 3,4차전은 SK에 운이 좋은 경기들이었고 경기 내용은 1,2차전 못했으나 그럭저럭 볼만한 야구였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2009년 플레이오프는 1,2차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건질게 없는 그런 경기였다는 말이다. 

5차전은 SK입장에서도 두산의 입장에서도 씁쓸함이 가득남는 그런 야구였다.
5차전에서 두산은 냉정함을 읽은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고, 중심타선의 침묵은 치명적인 독이었다.

 
첨언 1. 지금 SK 감독의 이야기를 쓴 책을 읽고 있는데 꽤 재미나다.
SK팬이 읽으면 꽤 재미있겠으나 (우리 감독님 이라며 눈을 반짝이고 읽을 것 같다) 일반인이 읽기에는 조금 위험하다. 아집과 고집은 종이 한장 차이도 되지 않는거니까. 아무튼 시의적절한 책이다. 

첨언 2. 그래도 응원하는 팀이 있으면 조금 재미있겠다 싶은 마음에 두산을 응원했다.
이유인 즉슨은 작년까지 두산이 SK에 한국시리즈에서 2 패를 해서 준우승만 2번이란다. 난 절대 강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는 두산이 한번 그 징크스를 깨주었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많다. 자고로 절대 강자가 없어야 재미있는 법인데. 그런 의미에서 기아! 화이팅! (후후후 -_-+)

첨언 3. SK 나주환 선수 홈으로 쇄도하던 플레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SK 선수를 도매급으로 넘긴 플레이였다. 두고두고 회자가 될 듯한 장면.(무덤을 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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