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커피 향 가득한 매장에선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무슨 노래가 저렇냐는 타박도 있었으나, 피아프는 굴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이 그러했듯.
에디트 피아프의 선율엔, 뭔가 퇴폐적인 커피가 어울린다.
그 퇴폐 커피에는 '빠담빠담'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참고로, 빠담빠담(padam padam)은 '두근두근'이라는 뜻이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은 두근두근댄다. 생을 사는 순간도 두근두근이었으면 좋겠다.
커피 같은 사랑의 순간들이 두근두근.
피아프는 계속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던 것이고, 계속 잘 할 수 있는 유일했던 것.
타인의 이해를 굳이 구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타인에게 구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건 잘 알았을 테니까.
가벼운 위로가 때론 슬픔을 더 돋우는 법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얻는다. 타인들은 그걸 극복하라고 격려하지만 사실 그게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제까지 울던 친구가 오늘 웃는다고 상처가 사라질 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삶이 지속된다는 건 사실이다. 삶은, 어쨌든 지속된다. 그게 삶의 긍정적인 면이자 끔찍한 면이다. 삶의, 빌어먹을 속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쨌든, 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던 걸 계속 한다. 상처와 슬픔은, 그냥 내버려둔 채 끌어안고 간다. 우리는 코린 베일리 래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그녀가 하던 걸 계속, 잘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 타인의 이해란, 겨우 그 정도다. - 차우진 -
2008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뒤 슬픔을 품고서도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깊어진 코린 베일리 래에 대한,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의 글귀다. 차우진(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피아프가 그랬고, 코린이 그랬다.
피아프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여전히 커피를 뽑고 있었다.
하던 걸 계속 하는 것이다. 무람하게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나도 그랬고, 그럴 것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이해도 겨우 그 정도.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 그 슬픔과 상처를 끌어안고 간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빠담빠담. 두근두근. 공감의 다른 이름.
10월11일, 오늘의 커피는 빠담빠담. 피아프의 48주기다.
☞ 사랑하고 노래했으므로, 에디트 피아프
(* 김진숙 위원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 오른 지 279일째다.
그를 지키는 정흥영, 박영제, 박성호 씨가 오른 지 107일째 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