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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첫아이 임신하고 한참은 어린이 프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살았었다. 바로 오후 다섯시가 조금 넘으면 빨간머리앤을 보기 위해서였다. 에니메이션이란걸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너무나 재미있게 봤고 책으로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다. 요즘..앤탄생 100주년이라고 어린 시절 매슈아저씨 집에 오기전의 모습도 나왔다는데 아직 못 보았다. 이 책은 앤이 초록 지붕에 오게되면서부터 퀸스에서 돌아온 이야기 까지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살지만 빨간머리앤도 언제 어디서나 실수 투성이인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실수는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똑똑함에 애처롭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비굴하지 않았으니 앤답다고 해야겠다. 내 옹졸한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너무나 대견스러운 아이이다.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앤이 자라는걸 보면서 흐뭇해하는 매슈아저씨의 넉넉함도 아주머니의 속 깊은 정도 너무나 마음 따뜻했다. 우리네 아빠들처럼 재잘거림에 귀 귀울이면서도 관심없는척 하는 모습이며 ..앤에게 필요한 것을 조용히 내미는 모습은 어쩔수 없는 아빠들의 모습이었다. 가끔 앤이 이들 오누이에게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이 오누이의 삶은 어떠했으며..얼마나 적막하고 외로웠을까..보통의 할아버지를 보면 내 아버지가 생각난다. 인자하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우주만큼의 사랑의 안고 사셨던 내아버지..적막함에 외로우실땐 앤의 발자국소리에도 반가움이 스며들고 큰소리에 시낭송을 할때의 그 귀 기울림..우리 아버지도 손주들의 재잘거림에 외로움도 잊으시고 적막함도 잊으셨겠지..그러고 보면 이들 오누이에게 앤은 그야말로 천사가 보내준 선물이지 않았을까..농장 일 잘 해줄 사내아이가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지..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다.
처음 역에서 사내아이가 아님을 알고 놀라워하는지도 모르고 매슈 아저씨의 마차를 타고 오면서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차 보이지만 정작 자신은 딱 한가지 때문에 그 행복을 만끽할 수가 없다고 했던 앤..그것은 자신의 빨강 머리 때문이며. 아무리 자신의 상상력이 뛰어나도 빨강 머리 만큼은 어찌 할 수 가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늘상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재잘거리며, 주위 모든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풍부하고 마음 넉넉한 멋진 재주가 있는 앤. 누가 이 낭만적인 소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가 있으려나..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얼굴엔 잔주름이 자글거려도 내맘속엔 언제나 사춘기 소녀인 또하나의 나를 품고 사는것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앤이 초록 지붕에 살게 된후 실수도 많이 하지만 매슈와 마릴라의 사랑을 받으면서 진정한 가족의 정도 느끼고 뭐든지 터놓고 이야기 할수 있는 다이애나를 만나 아름다운 우정도 키워가는데 둘의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너무나 사랑스러웠다.그러나 꼭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앤의 실수로 사랑하는 다이애나와 이별도 하고 다시 뜨거운 만남도 이어진다.. 아이들 싸움에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한 사건도 생기지만. 앤을 너무나 잘 아는 마릴라의 중재자 노릇엔 정말 애틋한 엄마같은 정을 느끼게 한다.
난 사실 이 중재자 역활을 정말 서툴게 했다는게 아이를 키우며 아쉬움으로 남은 적이 한번 있었는데 무조건 내 아이 입장에서만 그 아이를 나무라던 정말 철부지 엄마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철없던 엄마였다..그 후론 절대로 그런짓을 하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다.
책을 보면서도 앤의 주제가 멜로디가 들린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란머리앤..ㅋㅋ난주근깨 얼굴을 부끄러워 한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미라고 우기며 산다. 주근깨가 이쁜 앤처럼 특별하게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처럼 나도 외롭거나 슬프지 않으니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사랑스런 그 눈에 살짜기 서글픈 추억으로 다가오는 이 기분은 뭘까나..아..영상으로 남는것이 이런것인가 보다.
사랑스러운 앤앞날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길수 있는 힘과 용기가 있어 다행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초록빛의 아름다움만이 있는 것만은 아니기에 더 단단하게 자라는 것을 ~!만약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가 많이 안좋단 소릴 듣고도 자기 행복만을 찾아 떠나버렸더라면 정말 실망 했을 것이지만 앤은 그렇지 않았다. 항상 좋으나 싫으나 앤을 지켜 주고 보호해 주었듯이 앤이 마릴라 곁을 지켜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길버트와 화해하게 되어기뻤고 매슈 아저씨의 죽음은 슬픔 그 자체였다.
앤의 항상 긍정적인 사고와 수다스러움이 나는 좋다. 내딸아이도 빨간머리앤이 이렇게 나처럼 인상적인지 물으니 나와 같은 생각은 절대로 아니였다. 우리세대와 또 내 아이와의 세대의 감정폭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는것 같다.. 이유가 뭘까,뭘까를 생각해보니..요즘 아이들은 낭만이라곤 없다는게 내 작고 작은 가슴에서 흘러나온 생각이며 갑자기 울 사랑스런 아이들이 안스러워진다. 즐기는 공부가 아니라..즐기는 학교생활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서로 경쟁하기에만 급급한 세상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공원이나 작은 들판에 한번 나가더라도 하나라도 아이들 머릿속에 남게 해줄게 없나 이리 저리 찾으면서 공부인 교과서와 연결지으려고 하는게 부모인것을 어쩌란 말인고..내가 아이들을 이렇게 낭만도 없이 키우고 있었던 것을~!
하지만 우리아이들이 앤 처럼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며 풍부한 감정을 갖고, 낙척적으로 지식을 앞세우기 보단 지혜롭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많이 칭찬해주고 내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야겠다.. 책보다는 만화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이 글을 쓰기엔 책 읽고 썼다기보다 만화위주로 썼다고 해야 더 진실할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만화속의 앤이 불쑥 불쑥 나타나곤 했으니까.
누구에게라도 사랑스러운 소녀 앤과 함께라면 작은 들길을 걸으면서도 풀꽃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만난 앤을 더욱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