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어제 만난 친구들중 한 친구의 아들은 벌써 군대를 갔다오고 제 밥벌이를 하고 있는데,
그 아들은 무려 요리사!!
서울 인사동 한 레스토랑(이라 부르나요, 파스타 전문점이라 부르나요? 도대체 뭐라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에 막내 요리사로 근무중이고 우리는 '거기 한 번 가보자!'라고 진작부터 말이 나왔는데
그 날이 바로 어제였다.
수원에서 서울 인사동까지는 좀 먼 거리고, 난 내 저녁 약속을 위해 1시간쯤 일찍 퇴근하는 뻔뻔함을
강행하며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집에 차를 주차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비가 살살 내렸지만 귀찮은 마음에 우산은 챙길 생각도
안하고 4호선 타고 충무로에서 3호선 갈아타고 안국에서 내렸지만 친구가 출구를 잘못 알려줘서
다시 지하로 들어가서 정 반대방향, 제일 먼 곳으로 나가는 수고로움을 겪었다.
참 오랜만에 인사동엘 나갔다. 종로도 마찬가지로 오랜만 :)
쌈지길 바로 앞 골목 안에 자리한 가게는 한옥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했는데 약간 어두운듯한
느낌이었지만 안보여서 음식 못 먹고 내 자리 못 찾을 정도 아니니까 크게 상관 없었고,
태어날때부터 봐 왔던 엄마 친구 이모들을 조카는 반갑게 맞아줬고
친구는 요리사에게 '메뉴는 네가 알아서 준비하라'는 애매한 주문을 미리 했다고
막내 요리사는 차례차례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와인도 준단다 +0+
메뉴판에도 없는 음식을 만들어서 특별히 우리만 준단다 +0+
이미 먹은것 만으로도 배가 차 오려고 하는데 아직 스파게티랑 피자는 나오지도 않았단다 +0+
거기다 스파게티를 세 가지를 준비했단다 +0+
우리는 부디 하나는 취소하고 두 가지만 달라고 부탁(!)을 했고 곧
Seafoods spaghetti - with tomato broth in a Korean hot pot | |
해산물 뚝배기 전골 파스타 (전복.새우.소라.관자.갑오징어.홍합.바지락) |
와
Shrimp spaghetti - with in parmesan cream sauce | |
시금치로 만든 면과 새우크림 스파게티 |
를 정말 맛있게 먹었더니 이어서
Grilled steak pizza - with fresh vegetable toppings and extra mozzarella cheese | |
신선한 야채와 모짜렐라 치즈를 곁들인 그릴 스테이크 피자 |
까지 주는데 결국 피자 한 조각을 남기고 말았다 ㅠㅠ
다 먹고 나서는 홍차+아이스크림+티라미수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대접받고 10시가 다 된 시간에
아쉬운듯한 인사를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굵은 글씨는 메뉴를 외우지 못하는 탕이가 홈페이지에서 검색해서 복사해다 붙인것;;)
아.. 이런 뿌듯함이라니~~~
가장 사내아이 같던 친구가 제일 먼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그 애가 자라면서 스스로 고민해서
스스로의 앞날을 결정지어 차곡차곡 밟아 가는 기특한 모습이라니.. T^T
공부도 제법 해서 대학나와 누구나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갖길 원했던 부모와는 전혀 반대로
고3 1년동안 조리기술을 배워 자격증 취득하고 전문대 호텔조리과에 들어가더니
군대 취사병 다녀와서는 학교는 중퇴해 버리고 바로 취업을 하더란다.
휴학을 하라는 부모말은 '대학은 언제든지 가고 싶을때 가면 되요'라고 설득을 하는 자신감.
많은 요리들중에 이태리 요리가 좋다며 돈 벌어서 유학도 다녀오겠다고 먼 시간까지 계획을
잡아 놓는 치밀함.
엄마 친구들도 다정하게 맞아주는 자상함.
우린 올해로 만난지 30년 된 친구들이다.
어제 만난건 친구 아들 가게를 찾아가 보자,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30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다녀오자, 의견을 모아보기 위해 만난 이유가 더 컸다.
그렇지만 네 친구의 의견이 다 달라 여기저기 목적지만 나열하다 더 알아보자며 마무리를 짓지
못했지만 우린 친구 아들의 대견한 성장에 모두 뿌듯해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