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서재 사진을 클릭하면 엄청 큰 그림으로 뜨는 데

다래의 가지런한 이가 오늘따라 눈에 더 들어온다.

젖살이 아직 통통한 저 얼굴과 근심하나 없이 웃고 있는 저 모습.

지금은 윗니 아랫니 숭숭 구멍 뚫리고 눈에는 고집이 한 가득하고...

저 사진 다래가 예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표정에 꾸밈이 없고 시원스러워서 좋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예전만큼 보지 못 한다.

아침에 잠 깨우러 가면 뭐가 즐거운지 자면서도 웃던 아이들인데.

그 웃음을 이제 보기 힘들다.

공부해라, 학원가라 그러면서 아이들의 웃음을 저지한다.

그럼 이 아이들이 나중에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머루는 학교 갔다와서 엄마가 집에 없으면 따르르 전화하더니만

요즘은 집에 와서 엄마가 없으면 전화를 하지 않는다.

전화하고 싶지 않데나...

학습지 어디어디 풀어라하는 소리밖에는 못 들으니...

아, 내가 어쩌다 이런 엄마가 되었나.

다래는 저의 생기를 아직 간직하고 있지만

머루는 물에 불어 풀어진 미역같다.

노는 것이 좋고 책읽는 것이 좋고 레고나 카프라 학는 것이 좋은 아이를 책상앞에 붙들어 놓고 영어해라 수학해라 문제집 풀어라 그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성미산학교 얘기를 듣고 보면서 그 곳에 가면 머루나 다래가 행복해 질까 잠깐 생각했다.

어지간히 열심히 해서는 제 빛도 못 내고 허덕이는 아이들.

다이아몬드처럼 다듬어지면서 빛을 내기는 커녕 오히려 윤기를 잃는 아이들.

그 와중에 나는 머루를 영어 학원에 넣었다.

성미산학교는 무슨...

맘이 요란벅적하다.

자유롭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사고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사람.

이것이 엄마의 바램이자 소신이건만

오히려 기존의 틀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엄마가  고민해 볼께.

너희들의 밝은 웃음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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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6-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너무 올만에 오셨잖아요^^ 보고싶었는데 이제야 오시다니.ㅠㅠ

난티나무 2005-06-0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오랜만에 댓글 다는 것 같아요...^^
현실과 이상은 늘 함께 갈 수 없는 건 지, 저도 마음이 안타깝네요.

물만두 2005-06-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래의 미래는 지금과 달랐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님 많이 생각하시길... 그 날은 다래가 온전히 살아내야 하는 날들이잖아요^^

세실 2005-06-0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저도 늘 그런 고민속에 산답니다.
결론은 엄마가 공부를 시키면 애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다는 것.
학원 보내는 대신에 집에서는 맘껏 놀게 하지요.
책도 보고, 둘이 놀게하고.....요즘 보림이는 합창단 때문에 놀 시간 없지만..ㅠㅠ

조선인 2005-06-0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이렇게 고민하는 엄마가 있으니 머루와 다래는 다른 아이들보다 훠얼~씬 행복할 거에요. 그리고 행복한 다래의 옷을 입은 마로도 행복할 거구요. 히히히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685307

미설 2005-06-0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민되는 일일것 같아요.. 난티님 말씀대로 이상과 현실의 차이일까요..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는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나중에 덜 후회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다래, 머루, 그리고 미누리님 아자!

날개 2005-06-0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누리님, 이 문제는 울 나라 부모들의 영원한 고민이죠..^^ 뭐, 미누리님을 봐도 그렇고, 머루랑 다래는 잘 하지 않겠어요? ^^

미누리 2005-06-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비즈 시간에 만든 돼지도 사진 올려야 하는 데 말예요.
난티님, 그 합일점이라는 것이 있을 것만 같은 데, 그것은 신기루일 뿐일까요?
만두님, 생각만 하다가 머리에서 김이 오를 지경입니다.-__-
세실님, 공부도 시키면서 아이들과 부딪히지 않고 지내는 법 없을까요?
조선인님, 오히려 지나친 고민이 아이들을 잡게 하네요.
미설님, 공부가 힘들다고 피해가는 간단한 장애물은 아니니 역시 하긴 해야 하는 것이지요. 공부와 사이좋게 갈 수 있는 법 어디 없을까요?
날개님, 고민만 하다가 끝날까 두렵습니다. ㅠ.ㅠ
아이들 교육은 온통 물음표네요.

실비 2005-06-0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지 만드셨어용? 어여 보고싶어요~~ ^^

미누리 2005-06-0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돼지 사진 너무 늦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