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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은 1970-80년대 상아탑속에서 바둥거렸던 세대들에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공산당선언과 더불어 대학 새내기들이 필히 의무적으로 읽어야할 책으로 대학의 교양과목 이상의 덕목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이들 책에 담겨져 있는 내용은 당시 외부세계와 차단된 지성인들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하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그리고 저자인 리영희의 진실과 혼이 담겨져 있었기에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책장을 넘기면 잔잔한 감동으로 와닿는 것이다.

사상의 은사라는 호칭보다 <의식화의 원흉>이라는 대명사로 더 알려진 리영희는 언론의 기능이 무엇이며 이에 종사하는 언론인은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에 대해서 명백한 길을 제시했다. 이러한 길을 그저 글이나 이념의 설파등으로 제시했다면 그를 감히 사상의 은사라 칭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리영희 자신은 언행의 일치를 손수 보여주었고 그 선택에 대해 일말의 후회를 가져본 적 없는 행동으로 움직이는 지성 그 자체였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질곡의 현대사속에서 수많은 인물들의 전향과 배신 그리고 독단을 목격해 왔기 때문에 유독 한길만을 고수한 그에게서 진정한 은사의 향을 맡을 수 있는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주저없이 "선생"이라는 호칭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묘한 시간의 조화라고 해야 할지 의도된 기획이라고 해야할지 몰라도 <리영희 평전>은 그가 타계하고 바로 출간됨으로써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해야겠다. 그동안 강준만교수등을 비롯해 리영희에 대한 저작들이 나왔지만 이번 책은 말그대로 평전으로 출간되었다. 한창 일제의 식민정책이 절정을 달하던 1929년 평안북도에서 출생한 그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굵직 굵직한 질곡의 세월을 같이 했다. 항상 현장에서 두눈으로 확인하고 냉철한 머리와 온화한 가슴으로 세월과 사투하면서 살아왔다가 자신이 맡은 1인분의 역활을 완수하고 간다는 변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비록 그가 남긴 물질적인 유산은 변변치 못하지만(그의 삶속에 이런말 자체가 어울릴 수 없지만) 그나마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엄청난 정신적 유산을 남겨 주었다. 그 유산은 세상과 자신을 보는 올바른 눈일 것이다.  

비록 리영희라는 일개 개인의 평전이지만 그와 한국현대사를 논외로 규정하기 힘들듯이 평전이라는 형식보다는 오히려 한편의 역사 다큐처럼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한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일제강점기에서 부터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이승만의 독재, 4.19혁명, 5.16군사쿠테타와 박정희라는 희대의 유신독재와 광주민중항쟁과 또다시 등장하는 군부독재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들이 리영희와 연계되어 있는 점을 보게 되면 정말 개인으로서 이만큼의 시대적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왔다는 그 자체에서 겸허한 마음을 금할수 없다. 특히 이러한 격동의 시대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바로 리영희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 그 자체이지 않을까 싶다. 서산대사의 답설야중거를 신념으로 외롭고 고된 길을 걸어왔지만 그런 그가 이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루쉰과 백범을 삶의 지표로 삼았고 모진 차별과 투옥등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변치 않는 자신의 길을 걸었던 그이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과 가족들에게 작은 사치하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표출할땐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가슴이 메이게 한다. 왜 그렇게 살았냐 약간의 타협도 하면서 살아간다고 대수가 되겠느냐라는 자기합리화적인 말을 수 없이 되뇌어 보지만 왠지 이런 어구들은 그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리영희는 모진 눈보라가 치는 눈길을 걸어갈때 앞만 보고 걸어간 것이 아니였다. 자신의 뒷에 따라올 이들을 위해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비록 힘들고 고되더라도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정도와 진실을 향해서 곧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가 걸어 갔던 길을 수 많은 후학들이 따라 걷게 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고 지금도 그 길은 진행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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