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리뷰해주세요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서평을 적어나가기 힘든 책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현상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의 차이가 극도로 큰 책이기때문에 글로 표현하기가 이만저만 힘든 책이다. 글을 쓰다고 지우기를 몇번을 반복해야 할 만큼 아직까지 감정의 골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2009년 5월 23일은 한국현대사에 잊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날이다. 새벽부터 날아든 믿기지 않는 비보는 그를 지지하고 지원했던 사람이나 그의 반대편에서 그를 궁지로 몰고간 이들에게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불신과 민주주의의 후진성 그 자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면이었다. 

노전대통령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보이다. 바보의 내력은 3당통합의 반대에서 부터 시작된 그의 시련은 향후 벌어지는 각종 선거에서 정말 바보처럼 우직한 행보로 인해 측인지심까지 불러 일으키게 한 그의 행동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재임기간내내 이 바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우리가 흔히 한사람을 바보라 칭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사고적인 결핍을 보이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사용한다. 그 판단기준은 흔히들 말하는 보통의 사람기준일 것이다. 보통의 사람기준에서 보면 그는 정말 바보가 맞을 수 있다. 그래서 바보들은 세상의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3.1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4.19의 이념을 계승한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런 이념들을 위해서 한평생을 살아간 이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바보들은 보통사람들에 비해서 용감하다 그래서 바보인지도 모른다. 바보들은 보통사람에 비해서 이것 저것 속으로 저울질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맞다면 기름통을 들고 불속으로 뛰어든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바보라고 한다.
한편으로 이런 바보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통쾌하게 생각하기도 하면서 막상 우리 자신이 그런 현상에 직면하게 되면 슬그머니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바보는 외롭고 힘들다. 왜 남들이 알아주지 못하니까...
노전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시청앞과 봉하마을을 비롯한 전국의 분향소에 500만이라는 인파가 애도의 행진을 하고 눈물을 흘린 이면엔 바로 이런 바보에 대한 미안함을 애써 감추고 싶어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는 영악한 사람들이다. 나는 못하겠고 바보인 당신이 해라. 바로 이런 생각이 바보를 죽음으로 몰고간것은 아닐까. 

그런면에서 참여정부의 탄생 그자체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건국 이후 대접받지 못한 바보가 큰일을 냈기 때문이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나 어리둥절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있을수 없는 일이 일어 났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바보를 향한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보를 바보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바보를 마치 만능의 신처럼 생각하고 바라고 기대하는게 많아지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그의 존재자체를 부정해 버렸던 것이다. 역시 바보는 바보이다라고...

그가 우리와 작별한지 대략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짧은 그동안의 시간동안 노무현에 대한 각종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마치 사람은 죽어야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에 대한 인생역정에서 정치적인 소신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서적들이 서점의 가판대를 가득메우고 있다. 아마도 그가 살아생전 받았던 그 어떠한 평가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그래서 바보는 고구려의 온달처럼 죽어야만 대접을 받는게 이놈의 세상 이치인 것이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인 오현호가 퇴임 막바지 시기인 2007년에 청와대에서 노전대통령과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아마도 오현호대표는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집중적으로 노전대통령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행운아닌 행운을 누린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자신도 밝혀듯이 인터뷰 당시엔 발견하지 못한 노전대통령에 대한 생각들이 막상 그의 죽음앞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수긍가는 내용으로 다가왔듯이 우리에게도 노전대통령의 사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책은 노전대통령의 미완의 정치학 강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권력의 원천을 제대로 선 시민에서 찾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그 동안 현실과는 괴리된 개념이었고 이때까지 대한민국의 그 어떠한 정치권력자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니 그런 발상자체를 거부했던 시민권력에 대해서 그는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시민권력의 힘은 역사적으로도 보아왔듯이 혁명적인 개념이자 사고의 방식자체를 뛰어넘는 거대한 담론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에는 주연보다 조연이 더 부각받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권력이라는 것은 제도적인 틀속에서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 역량을 표출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틀이 권력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퇴색해버리고 권력보다 제도가 마치 본질인양 인식되면서 권력의 창출기반이 시민들의 위치는 위태로워 진것 또한 사실이다. 노전대통령은 이러한 권력의 흐름과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의 마지막 희망을 바로 선 시민에서 찾고자 하였다. 아마도 이러한 극히 위험한 발상자체가 거대한 제도권내의 권력위임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일 수 밖에 없었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입에 발린 공허한 주장으로만 와닿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우리곁을 떠나고서야 서서히 그의 생각에 대해서 하나둘씩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진정한 권력을 찾기 위한 대안에 대해서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노전대통령은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의 자유분방했던 어록이나 행동이 아닌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고 실천해 나갈 생각도 못했던 그의 정치관이 우리들의 뇌리속에 영원히 남았있는 한 그는 영원히 살아있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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