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의 원근법>을 리뷰해주세요
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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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학자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세번째 이야기 <고뇌의 원근법>은 예술작품 특히 미술작품에 대한 시각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책이다. 특히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보고 감상하면서 그 미술 작품에 대한 최우선의 가치를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에 작은 돌맹이 하나를 던져준다. 모든 예술 작품의 본연적인 가치이자 추구하는 이상은 다름아닌 미학일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미학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최상의 그리고 마지막 도구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미학이 잘 구현된 작품을 보게 되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고 예술작품에 빠져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 본성중의 하나인 미에 대한 추구는 고대에는 신화를 창조하였고 문명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예술작품이라는 시각적인 보조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면 이런 미술작품은 미학이외 다른 가치는 없는 것일까? 미학만인 미술 작품이 추구하는 절대적인 가치일까? 이에 대해 필자는 에밀놀데,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오토 딕스, 펠릭스 누스바움, 카라바조등의 독일화가들을 통해서 미술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또한 인상파의 거두인 고흐의 원근법을 통해서 고흐의 작품속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고흐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화가들은 흔한 잣대인 미학으로 제단 한다면 잘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도 없고 더구나 예쁘다라는 표현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는 작품들이다. 오토 딕스를 비롯한 독일작가들의 작품은 세계양차대전의 한복판에서 느낀 폭력, 잔혹,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인간성상실에 대한 상처와 좌절로 표현되는 작품들이다. 나치즘이라는 거대한 파도속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한 인간의 심성을 고스란히 작품에 표현했다. 이들 보다 앞선시대를 살아갔던 고흐 역시 자신의 작품에서 자신과의 삶에 대한 투쟁과 극복 그리고 화해를 담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원근의 묘사나 색채의 선택, 터치의 질감등이 후대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그의 작품이 후대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고흐는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이승을 떠났다. 그 이유는 아마도 미학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그자신의 표현때문이었을 것이다. 고흐는 그림을 잘그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생각을 그렸을 뿐이다.  

이처럼 미술작품은 미학을 전제로서만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한장의 사진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듯이 이들의 작품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은 아닐지라도 작가가 살아갔던 그 시대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것 또한 미학 못지 않게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예술 또한 시대적 담론에 거역할 수 없지만 그런 담론을 온몸으로 거부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시대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우리의 예술계는 아쉬운점이 많은것 역시 사실이다. 잘 그리고 예쁜그림만이 대접받는 풍조가 못내 아쉽다. 필자는 이들 화가들을 통해서 진정한 미학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고 있다.

이번 필자의 서양근대미술 기행을 통해서 기존의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미학이 고려되지 않는 작품은 우리들의 시각적인 감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학만이 최고의 가치로 형성된 작품은 우리의 가슴속에 오래 기억되지 못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예술작품을 평가할때 어느 부분이 상위의 가치인지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수는 없는 것이지만 작가의 시대적인 담론과 삶에 대한 투영이 없는 작품은 단지 그림으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그림이 진정한 예술작품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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