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때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는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이라고 정정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었고,
아직도 위키피디아에는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사회적으로도 파장이 많은 사건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와 내 친구들이
고2때 담임이었던 국민윤리 선생님을 왜 거북하게 여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 사건이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면서
등을 쓰다듬어 주시거나 다리를 토닥거리셨고,
공부 열심히 하네 라고 대견해 하면서
어깨나 팔을 주물러 주곤 하셨다.
여고생 시절 우린 이걸 딱히 거부하지 못 했고,
그저 속으로 징그럽게 여기는 게 고작이었다.
성희롱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뒤에야
그 분이 등을 쓰다듬으며 목에서 허리까지 더듬듯 했다는 것을,
오금에 가까운 허벅지를 토닥이다 한 번씩 꾸욱 잡았다는 것을,
어깨를 주무르다가는 귀에 숨을 불어넣었다는 것을,
팔을 주무를 때는 슬쩍슬쩍 손을 가슴에 댔던 것을
서로 털어놓았었더랬다.
지금이라도 우리 힘을 모아 그 사람을 고발할까?
하다못해 교육청에 진정이라도 넣어볼까?
동창회를 할 때마다 소소하게 의논하곤 했지만
말만 흩뿌리고 어느 누구도 주도적으로 나설 용기를 못 냈다.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됐는데
지금의 미투 운동을 보자니
우리의 소심함이 우리 후배 역시 피해자로 만들었을 수 있겠구나 후회된다.
이제와서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정년퇴직을 한 건지 보이지 않는다.
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