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커피나무 심는 여자
[박진창아가 만난 사람] 커피농사꾼 노진이의 모험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진창아
 

 



▲  제주에서 커피나무를 심은 노진이씨
1980년대 초입, 중학생이던 나는 시험을 앞두고 바짝 긴장했다.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신기한 물질에 대한 정보를 들은바 있어, 기어이 어른들이 마시는 일제 커피의 쓰디쓴 커피 맛을 알게 되었으니. 시험결과는 기억이 안 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부터 나는 커피의 충실한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셔서 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놀림을 받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 맛은, 황금비율 커피믹스가 나온 이후로도 하루 7~8잔은 기본으로 이어졌다. 그 달달한 맛이 헝클어지고 부서지고 건조하던 시절에 위로가 되어주고 나름 창조적 활동에 기여한바 크니, 몸에 해로운 것이 정신에 이로운 이놈의 독한 '중독'이라니.
 
게다가 요즘은 핸드드립 커피 맛을 알게 되어 핸드밀과 드립주전자를 이고 다니는 달팽이족이 되었다. 나의 커피중독은 어쩌면 한국 사람의 커피소비 바로미터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로스팅 전문가에서 커피농사꾼이 되다
 
제주도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는 그녀, 노진이(42)님을 만났다.
 



▲ 제주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는 노진이(42)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의 커피벨트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는 무대뽀 여자! 어떻게 커피나무를 심을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안경너머로 흘러나오는 눈웃음에 버무려진 짧은 대답이 돌아온다. “신선한 커피를 볶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했거든요.”
 
커피 로스팅(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상태로 굽는 것) 전문가인 그녀의 호기심 가득한 모험은 북위 33도에 위치한 제주도에서 3년 전에 시작되었다.
 
2008년 미국 종묘사를 통해 해발 10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아라비카종 씨앗을 들여왔는데, 파종이 잘 안되어 실패하기를 여러 차례! 커피를 아는 전문가는 검정 고무신을 신은 커피농사꾼이 되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처녀 농군’. 난(蘭)전문가인 노명철님(노진이 커피공동체의 든든한 일꾼이기도 한)의 도움으로, 커피나무의 생장점을 따고 절개하여 배지에 생장점을 심고, 무균 병에 넣어 6개월을 기다리는 배양과정과 6만 번이 넘는 화분갈이를 통해 2만주의 커피나무를 키워낸 것이다.
 
지금은 파종한 것까지 포함해서 2만5천주의 커피나무가 제주 땅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왜 제주도였을까?
 
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본 순간
 
‘화산토, 적당한 해양풍, 15~25도 사이의 기온’이 커피나무를 키우기에 딱 들어맞았다는 제주 땅은 바로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워낙 병약하세요. 심부전증이라는 지병이 있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지요. 집에 환자가 있다는 거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 커피 로스팅 전문가 노진이씨
오랫동안 신어서 많이 낡은 버선코를 덧대고 기워낸 듯한 생활의 피로감과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어머니가 환자인 탓에 직장생활은 엄두를 낼 수가 없었어요. 대학생 때부터 과외를 하며 용돈을 벌고, 어쩌다 돈이 필요하면 신문배달, 촬영보조, 화실에서 그림 배우며 일을 하기도 하고... 늘 뭔가 배우는 게 재밌었어요.”
 
수학교육과를 졸업하여 수학 과외만 10여년을 한 그녀에게 세상은 어쩌면 영어처럼 어려운 곳이었다. “직장생활을 안 해봐서인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려웠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사소한 일에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되새김질 하듯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그냥 너무 어려웠던 거다.
 
질 좋은 커피가 만들어지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듯이 한 사람이 온전한 자신을 찾는 길 역시 때가 있나보다.
 
“어느 날부턴가 남의 집에 신발 벗고 들어가는 것이 이상한 거예요. 알바비를 깎거나, 제때에 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우리 아이는 이러니까 저러니까하는 요구 사항들이 많아지고… 과외에 환멸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예요.”
 
스스로에게 1년의 파업기간을 주고 생전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한껏 매력을 느껴 일본어 공부까지 하는 열정까지. 문득 말괄량이 삐삐가 떠오른다. 호기심 많고, 모험가인데다 하고픈 것은 해야만 하는 기질이 쏙 빼닮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대단히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의식도 없고, 돌아가신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먹먹해지는 거예요.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는데 해놓은 것도 없고, 결혼은 생각도 안 해봤고, 뭘 하고 살아야할지도 모르겠고… 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본 순간이었죠.”
 
떡잎을 드러낸 ‘노진이 커피공동체’
 



▲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한 '노진이 커피공동체' 농장    © 박진창아
어머니 병수발을 하며 전문적으로 커피를 배우기 위해 아카데미를 다니며 바리스타와 로스팅(커피콩 볶기) 전문가과정을 밟았다. 까다로운 눈썰미와 입맛으로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며 카페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커피마니아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이레하우스, 신비의 사랑, 쇼코아르, 슬로우가든 등의 공간들이 그녀의 꼼꼼한 카페 컨설팅을 거쳐 탄생하였다.
 
커피나무가 2~3년이 지나서야 빨간 체리를 맺듯이 그녀도 그렇게 자신의 열매를 알차게 키워낸 것이었다.
 
“커피 열매는 산지에서는 1년에 두 번 수확한다는데 열매가 맺히고 6개월 뒤에 커피체리를 수확할 예정이에요. 올해 10월~11월중에는 직접 수확한 커피 체리를 로스팅한 제주도산 커피를 맛볼 수도 있죠.” 땀 냄새나는 커피농사꾼의 얼굴이 커피나무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제주도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한 그녀의 1700여평 커피농장에는 커피가 좋아 함께하는 ‘노진이 커피공동체’의 멤버인 노명철, 선우경애님이 있다. 그들은 무대뽀인 그녀를 두고 대놓고 이렇게 말한다.
 
“계산이 없는 사람 같아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고 덤벼드는데 뭔가 된단 말이죠.” 수학 과외만 10여년을 했다는데 계산이 없다니…
 
커피가 워낙 노동집약형 농산물인데다 처음 시도하는 거라 어찌될지도 모르고 빚도 많고, 커피가 나도 잘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인데다, 인건비며 기름 값이며 여러모로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쩌겠는가! 뒤로 물러설 수 없을 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뿐이니.
 
제주도에는 ‘노진이’라는 멋진 이름을 내건 행복한 커피공동체가 튼실한 떡잎을 드러내고 있다.
 




기사입력: 2010/05/24 [19:13]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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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0-05-2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에 살면서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삼양에 농장이 있었군요. 제주에는 커피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얘기를 아직도 많은 어른들이 하시더라구요. 근데 지금 누군가 몇년째 재배를 시도하고, 성공단계라고 들었는데 이 분 얘기였었나봐요. 아는 사람있으면 찾아 가 보고 싶어집니다.. ;;;;

L.SHIN 2010-05-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그렇지만, 열정과 신념이 있는 사람은 멋집니다.
반드시 성공하길 바래요. 그러나 개인적 만족을 넘어서 더 큰 무언가를 이루기를 -

같은하늘 2010-05-3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분이시네요. 전 커피를 안 마시지만 꼭 성공하셔서 대박나시면 좋겠어요.^^

조선인 2010-06-01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제주올레 가게 되면 우리 여기서 데이트해요, 네?
L.Shin님, 제주 커피, 이름만 들어도 설레요.
같은하늘님, 제가 화산지형에서 나는 커피를 좋아하거든요.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1991년 봄, 새내기인 나에게 대학은 아직 낯설었다.
난 OT때 이미 선배들에게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꼴통으로 찍혔고,
개학하자 과동아리중 '사회과학학회'에 들어갔는데, 선배들은 괴롭겠다며 뒤로 혀를 찼다 했다.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나 '역사란 무엇인가'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권의 신탁 반탁 논쟁에서 그야말로 제대로 충돌했다.
책도, 선배들도 못 믿겠다고 선언한 나는 그 후 학회에 나가는 대신
도서관에 살며, 각종 관련 도서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 때의 난 좀 외롭고, 약간 두렵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 딱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지 못했던 난,
성년의 초입에서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게 그저 어색하고 버거웠다. 
그리고 그 무렵 본 영화가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이문열의 소설을 읽은 뒤라 줄거리야 빤했지만, 책보다도 영화가 더 깊게 다가왔다.
눈밭을 헤매는 정보석의 절망에 난 마냥 몰입했고,
정보석을 따라다니며 어색한 연애수작과 밑바닥의 인간애를 보여줬던 배종옥에게 열광했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배종옥을 좋아하게 된 건 진짜 굉장한 사건이다.
난 지금도 연기 못 하는 배우 못지 않게 목소리 나쁜 배우를 싫어하고,
배종옥의 목소리는 지금도 내가 정말 싫어하는 목소리다.
게다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난 배종옥이 못 생기기까지 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배우 배종옥이 좋아졌다는 건 그녀가 정말 특별한 여배우라는 거고,
그만큼 '젊은 날의 초상'이 내 아픈 곳을 두드려준 영화라는 거다. 

그렇게 곽지균 감독의 청춘영화와 함께 나의 스물을 시작했건만,
그의 후속영화는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이제서야 그게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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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5-2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바람 2010-05-2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저 영화 극장에서 보며 울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었어요. 참 안타깝네여

노이에자이트 2010-05-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이젠 40대가 된 정보석,배종옥의 20대 시절 영화...배종옥 목소리가 좋다고 한 남자들도 있었죠.

비연 2010-05-2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2010-05-26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0-05-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어라? 님이 저랑 동갑?
노이에자이트님, 제가 목소리에 좀 과민합니다.
비연님, 네, 정말 안타까운 세상입니다.
속닥님, 아, 솔직히 저도 말리고 봅니다. -.-;;

2010-05-27 0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0-05-27 08:24   좋아요 0 | URL
속닥님, 고마워요. 전 아래로 알았어요. 와우.

같은하늘 2010-05-27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살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예요.ㅜㅜ

조선인 2010-07-0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기호 2  
  • 정당명 민주당 
  • 생년월일 1960/07/25 (49세)
  • 주소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 직업 환경기술사
  • 학력 서울대학교 농화학과 졸업
  • 경력 (전)노무현대통령 비서관(현)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 재산신고액(천원) 533,381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토지,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풍림아파트-배우자소유, 2007년식 아반떼-배우자소유, 예금
  • 병역신고(본인) 군복무를 하지아니한 사람 (근시우, 부동시-양쪽 시력 현격차이), 아들(현역예정)
  • 납부액(천원) 31,341
  • 체납액(천원) 0
  • 현체납액(천원) 0
  • 전과유무(건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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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년월일 1959/07/28 (50세)

  • 주소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 직업 정당인

  • 학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졸업

  • 경력 (전)제44대 보건복지부장관(전)16, 17대 국회의원

  • 재산신고액(천원) 433,199 (대구 수성구 중동 토지-모친 소유, 고양시 화정1동 은빛마을 아파트-배우자 소유, 관악구 봉천동 전세권-큰딸, 2003년식 SM3, 예금, -채무

  • 병역신고(본인) 군복무를 마친사람

  • 납부액(천원) 58,121

  • 체납액(천원) 0

  • 현체납액(천원) 0

  • 전과유무(건수) 1건(1984년,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징역1년, 서울대 학원프락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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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호 7 
  • 정당명 진보신당 
  • 생년월일 1962/08/22 (47세)
  •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 직업 노인의료복지시설장(대표)
  • 학력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졸업
  • 경력 (現)원천중학교운영위원장(前)김상곤교육감선거연락소장
  • 재산신고액(천원) 83,000
  • 병역신고(본인) 군복무를 마친사람
  • 납부액(천원) 24,399
  • 체납액(천원) 1,946
  • 현체납액(천원) 0
  • 전과유무(건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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