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 > 율곡 이이 - 자경문

 

자경문(自警文)

 율곡선생은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가 20세 되던 해 봄에 외가인 오죽헌으로 돌아와, 앞으로 걸어나갈 인생의 이정표를 정립하고,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세워 스스로 경계하는 글을 지어 좌우명을 삼았다.

이것은 율곡의 일생에서 커다란 삶의 전환을 의미하며, 그의 사상은 그 이후에 다방면으로 전개되며 더욱 깊고 정밀해졌으나 가장 골자가 되는 기초는 이 시기에 확립되었다.

이 자경문은 11조항으로 되어있다.

 

1. 입지(立志)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야 한다. 성인을 본보기로 삼아서, 조금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은 끝난 것이 아니다.

 

2. 과언(寡言)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 때가 된 뒤에 말을 한다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3. 정심(定心)

오래도록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이는 일은, 그런 힘을 얻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마음이란 살아있는 물건이다. 정력(번뇌 망상을 제거하는 힘)이 완성되기 전에는 (마음의) 요동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마치 잡념이 분잡하게 일어날 때에 의식적으로 그것을 싫어해서 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 분잡해지는 것과 같다. 금방 일어났다가 금방 없어졌다가 하여 나로 말미암지 않는 것같은 것이 마음이다. 가령 잡념을 끊어버린다고 하더라도 다만 이 '끊어야겠다는 마음'은 내 가슴에 가로질러 있으니, 이것 또한 망녕된 잡념이다.

분잡한 생각들이 일어날 때에는 마땅히 정신을 수렴하여 집착없이 그것을 살필 일이지 그 생각들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오래도록 공부해나가면 마음이 반드시 고요하게 안정되는 때가 있게 될 것이다.

일을 할 때에 전일한 마음으로 하는 것도 또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부이다.

 

4. 근독(謹獨)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서 유념하여 게을리함이 없다면, 일체의 나쁜 생각들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악은 모두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음'에서 생겨난다.

홀로 있을 때를 삼간 뒤라야 '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는 의미를 알 수 있다.

 

5. 독서(讀書)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나절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은 뒤에는 낮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그냥 가지만,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생각을 하여, 합당하게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그런 뒤에 글을 읽는다.

글을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일을 할 때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에 일을 살피지 아니하고, 오똑히 앉아서 글만 읽는다면, 그것은 쓸모 없는 학문을 하는 것이 된다.

 

6. 소제욕심(掃除慾心)

재물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과 영화로움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은 비록 그에 대한 생각을 쓸어 없앨 수 있더라도,  만약 일을 처리할 때에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것도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다. 더욱 살펴야 할 일이다.

 

7. 진성(盡誠)

무릇 일이 나에게 이르렀을 때에, 만약 해야할 일이라면 정성을 다해서 그 일을 하고 싫어하거나 게으름피울 생각을 해서는 안 되며, 만약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 일체 끊어버려서 내 가슴속에서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마음이 서로 다투게 해서는 안 된다.

 

8. 정의지심(正義之心)

항상 '한 가지의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9. 감화(感化)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악행을 가해오면, 나는 스스로 돌이켜 자신을 깊이 반성해야 하며 그를 감화시키려고 해야 한다.

한 집안 사람들이 (선행을 하는 쪽으로) 변화하지 아니함은 단지 나의 성의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10. 수면(睡眠)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눕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비스듬히 기대어 서도 안 된다. 한밤중이더라도 졸리지 않으면 누워서는 안 된다. 다만 밤에는 억지로 잠을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이 마음을 불러 깨워 십분 노력하여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리누르거든 일어나 두루 걸어다녀서 마음을 깨어 있게 해야 한다.

 

11.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를 하는 일은 늦추어서도 안 되고 급하게 해서도 안 되며,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늦추지도 않고 서둘지도 않으면서 죽을 때까지 해나가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면) 부모께서 물려주신 이 몸을 형벌을 받게 하고 치욕을 당하게 하는 일이니, 사람의 아들이 아니다.

  

自警文

자경문

1. 先須大其志 以聖人爲準則 一毫不及聖人 則吾事未了

   선수대기지 이성인위준칙 일호불급성인 칙오사미료

2. 心定者言寡 定心自寡言始 時然後言 則言不得不簡

   심정자언과 정심자과언시 시연후언 칙언불득불간

3. 久放之心 一朝收之 得力豈可容易 心是活物 定力未成 則搖動難安 若思慮紛擾時 作意厭惡

   구방지심 일조수지 득력기가용이 심시활물 정력미성 칙요동난안 약사려분요시 작의염오

欲絶之 則愈覺紛擾 숙起忽滅 似不由我 假使斷絶 只此斷絶之念 橫在胸中 此亦妄念也 當於紛擾時

욕절지 칙유각분요 숙기홀멸 사불유아 가사단절 지차단절지염 횡재흉중 차역망념야 당어분요시

收斂精神 輕輕照管 勿與之俱往 用功之久 必有凝定之時 執事專一 此亦定心功夫

수렴정신 경경조관 물여지구왕 용공지구 필유응정지시집사전일 차역정심공부

4. 常以戒懼謹獨意思 存諸胸中 念念不怠 則一切邪念 自然不起

   상이계구근독의사 존제흉중 염념불태 칙일절사념 자연불기

萬惡 皆從不謹獨生

만악 개종불근독생

謹獨然後 可知浴沂詠歸之意味

근독연후 가지욕기영귀지의미

5. 曉起 思朝之所爲之事 食後 思晝之所爲之事 就寢時 思明日所爲之事 無事則放下 有事則必思

   효기 사조지소위지사 식후 사주지소위지사 취침시 사명일소위지사 무사칙방하 유사즉필사

得處置合宜之道 然後讀書 讀書者 求辨是非 施之行事也 若不省事 兀然讀書 則爲無用之學

득처치합의지도 연후독서 독서자 구변시비 시지행사야 약불성사 올연독서 칙위무용지학

6. 財利榮利 雖得掃除其念 若處事時 有一毫擇便宜之念 則此亦利心也 尤可省察

   재리영리 수득소제기념 약처사시 유일호택편의지념 칙차역이심야 우가성찰

7. 凡遇事至 若可爲之事 則盡誠爲之 不可有厭倦之心 不可爲之事 則一切截斷 不可使是非交戰於胸中

   범우사지 약가위지사 칙진성위지 불가유염권지심 불가위지사 칙일절절단 불가사시비교전어흉중

8. 常以行一不義 殺一不辜 得天下不可爲底意思 存諸胸中

   상이행일불의 살일불고 득천하불가위저의사 존제흉중

9. 橫逆之來 自反而深省 以感化爲期

  횡역지래 자반이심성 이감화위기

一家之人不化 只是誠意未盡

일가지인불화 지시성의미진

10. 非夜眠及疾病 則不可偃臥 不可跛倚 雖中夜 無睡思 則不臥 但不可拘迫 晝有睡思 當喚醒

    비야면급질병 칙불가언와 불가파의 수중야 무수사 칙불와 단불가구박 주유수사 당환성

此心 十分猛醒 眼皮若重 起而周步 使之惺惺

차심 십분맹성 안피약중 기이주보 사지성성

11. 用功不緩不急 死而後已 若求速其效 則此亦利心 若不如此 戮辱遺體 便非人子

    용공불완불급 사이후이 약구속기효 칙차역이심 약불여차 육욕유체 변비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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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4-0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 유일하게 2번에 불만이 있는데요? 스트레스 풀 데 없는 아줌마의 수다는 무죄라고 생각하기에 ㅋㅋㅋ

파도너머 2004-04-0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인지 운명인지, 제가 며칠동안 고민해 더듬더듬 희미하게 찾아내가고 있는 문제들의 답들이 여기 고스란히 적혀있군요...몇개는 제 생각과 같고, 몇개는 정반대이긴 하지만...율곡선생은 20세, 전 30세...10년밖에 안늦었으니 할만합니다.

호랑녀 2004-04-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저노마는 스물에 저런 생각을 했구나, 난 스물에 무슨 생각을 했나... 했더니 나도 스물에는 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서른 여섯에 무슨 생각을 하느냐지요...
요즘은, 나이 들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가장 존경스럽습니다.
 


점심시간 동안 뒷산을 올랐습니다.

집 뒤는 수락산이요, 회사 뒤는 남산이니 참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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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곳으로 보자면, 제가 사는 곳이 님이 사시는 곳에 비하야 훨씬 아랫 쪽일텐데..
님이 사시는 곳엔 벌써 목련이 만발하군요.
저희 집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목련은 왜 아직도 꽃망울만 매달고 있는지...
이러다 하룻밤 새...어느 순간 활짝 피겠죠? ^^

조선인 2004-04-0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전 벌써 목련이 지기 시작하는 게 아쉬워 사진을 찍었는데 아직도 안 핀 목련도 있다니... 산의 꽃이야 햇빛 가리는 게 없으니 빨리 피고 그만큼 빨리 지나봐요.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꽃들이 참 불쌍해지네요.

프레이야 2004-04-0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어쩜 저리 고울까요. 꽃은 지는 순간이 있어 피어있는 동안 이토록 예찬을 받나봐요.

다연엉가 2004-04-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을 볼때마다 마당에 서있는 집보다 큰 목련나무를 베어버린것이 참 아쉽습니다..
(그땐 어른들이 나무가 집보다 크면 안된다나)
가슴이 확 트입니다.

waho 2004-04-1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대학교 다닐 때 목련이 많아서 곷 필 땐 항상 사진 찍고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참 혹시 복사꽃 보신 적 있나요? 강릉 장덕리란 곳에서 복사꽃 축제가 있길래 갔는데 너무나 예쁘더군요. 님도 시간되심 복사꽃과 배꽃 구경가세요...벚꽃과 목련과는 다른 또 다른 기쁨을 주더군요. 아이랑 사진 찍음 이쁘겠더라구요.ㅎㅎㅎ
 
 전출처 : 수련 > 고구려 고분벽화 제작기법

고구려는 4세기~7세기에 걸쳐 우리민족이 세운 가장 광대하고 강혁했던 정복국가였다 또한 문화적인 면에서도 삼국시대의 다른 나라들을 앞서서 이끌고 영향을 끼쳤던 나라였다. 그 문화는 호방하고 진취적이며 활력에 넘치는 것이였고 지역적으로는 중국과 서역(돌궐, 유연)의 문화를, 종교와 사상적으로는 불교와 도가사상을 수용하는 등 외래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국제적인 동북아 문화권을 형성하는가 하면 지극히 독자적인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기도 하였다. 고구려의 이러한 문화적 양상과 특성을 우리에게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이다. 만약 고구려의 고분 벽화가 남아 있지 않다면 우리는 고구려의 문화와 의식세계 그 냉요과 성격을 단지 추상적으로 짐작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당시인들의 생활상과 내세관, 문화생활 전반을 이해하는데 없서서는 안될 귀중한 자료이며 삼국시대 미술사뿐 아니라 고대동아시아 미술사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분벽화에 대한 지금가지의 연구 성과는 묘제형식이나 벽화의 회화사적 위치를 재고하는 미술사적 접근이 주를 이루게 되었으며 제작기법이나 벽화의 물리적 특징을 파악하는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런 현상은 제작기법이나 물리적 특성을 살피기 위해선 현장 관찰과 과학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하나 분단의  현실적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연구를 주도해온 고고학이나 미술사학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의 관점차이가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조지벽화(자연석 표면을 다듬어 화면을 조성한 후 그 위에 직접 채색 표현한 형식의 벽화)를 제외하고 화장지 벽화(벽체 조성후 회나 흙으로 벽면을 마감하여 화면을 구성하고 그 위에 채핵한 벽화기법)의 형식을 한 고분벽화에 대한 고고학계나 미술사학계의 기존 논문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묘실을 석재로 쌓고 들 표면에 석회를 바른 다음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2. 석회는 (또는 호분)두께가 0.5센티내지 1센티되도록 정제하여 바르고 표면을 매끈하게 마감한 다음 그림을 그렸다.

3.벽화는 붉은 색 또는 검은색 선으로 밑그림을 그린다음 다시 결정적인 먹선으로 백묘를 하고고 색을 칠해 완성하였다.

4.안료는 대체로 천연광물성이지만 식물성 역채채료도 일부 보존재로로 사용하였으며, 적,황, 녹, 흑, 백색등이 주를 이루고 금은박 및 옥,상감기법까지 동원하여 장식하기도 했다.

5. 안료는 주로 아교 특히 개가죽 아교에 섞어 그렸다.

6. 고구려고분벽화는 화면이 둗기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과 듣은 다음에 그리는 방법 두가지고 있고 앞의 기법은 프레스코화법과 유사하다.

이 외에 앞으로 안료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고 지금까지의 기법의 연구가 전체를 말 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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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경언니(제맘대로 언니삼아서 죄송해요)의 결혼기념일 페이퍼를 보고 갑자기 제 결혼과정이 기억나버렸습니다.

우리 부부는 5년간의 연애끝에 양가 집안의 반대로 결국 사고쳐서 결혼을 강행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마로에겐 고맙고, 몸져눕게 했던 친정어머니에겐 죄송하고 그러네요.

1. 날짜 소동 : 우리끼리 예식장 잡고 청첩장 찍고 살림살이 마련한다 어쩐다 정신없을 때 비로소 친정의 정식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아울러 인륜지대사인데 아무 날이나 잡을 수 없다는 엄명도 같이 떨어졌죠. 사주에 따라 나온 날짜는 9월 1일. 우리끼리 잡았던 날짜는 8월 중순이었던지라 다시 예식장 알아보고 청첩장 수정하고, 새로 연락 드리는 등 참 분주했습니다. 그나마 날짜가 미루어져서 다행이지, 앞당겨졌다면 예식장을 못 구했을 수도. -.-;;

2. 주례 소동 : 결혼식 날짜가 미루어짐에 따라 주례선생님에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평소 우리 둘이 존경하던 선생님께서 여름을 넘기며 건강이 악화, 입원하시게 된 겁니다. 게다가 그분의 주선으로 새로 주례를 맡게 된 선생님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시고. 그 와중에 시부모님께서는 당신 교회목사님이 주례를 봐야한다고 강권하시고, 신랑이랑 친정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뛰고. 우여곡절끝에 분에 넘치게도 범민련 의장님께서 주례를 맡아주셔서 우리로서야 영광이었지만, 결혼식 당일까지도 목사님을 모시고온 시어머님의 열성에 하마트면 신랑과 시어머니가 싸울 뻔 했다는...

3. 반주 소동 : 신랑과 저의 후배들이 결혼식날 합동으로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그 친구들이 반주도 해주는 줄 알고 예식장의 반주자는 필요없다고 계약해버렸습니다. 동시입장을 위해 신랑과 함께 입구에 서서야 비로소 결혼행진곡을 쳐줄 반주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장 관계자가 부랴부랴 자기네 반주자를 부르러갔으나 하필 이 사람이 외출을 한 터라 30분은 족히 더 기다려야했고, 저희는 하객중에 반주할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결혼식이 계속 지연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큰새언니가 상황을 파악하고는 반주자를 자처해주었습니다. 덕택에 15분 지각 결혼식을 무사히 올릴 수 있었지요. (후문-곱게 한복을 입고 반주를 한 신부친구?를 소개해달라는 신랑 친구들의 주문이 쇄도했더랬지요. ㅎㅎㅎ)

4. 부케 소동 : 양가의 도움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을 강행한 터라 결혼식 준비 과정의 최대 목표는 '최소 비용으로 결혼한다'였습니다. 다행히 식대만 내면 예복, 화장, 부케 등을 패키지로 무상제공하는 식장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생화장식이나 생화부케에 대해서만 꽃집에 추가비용을 내면 될뿐. 향 알러지가 있는 저로선 당연히 생화는 전혀 필요없다고 거절했죠. 그러나 아뿔사... 결혼식장에서 말도 없이 서비스로 생화부케를 준비한 것입니다. 그것도 향 진한 장미와 백합으로 화려하게... 덕택에 결혼식 내내 재채기와 현기증을 참느라 주례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했는지 하나도 듣지 못했고, 사진 찍을 때도 '신부님, 부케 좀 바로 잡으세요'라며 잔소리해대는 기사 때문에 옥신각신. 드디어 부케를 던지는 순서가 되자 어찌나 기쁘던지.

5. 클렌징 소동 : 전국을 떠돌며 산(?) 이력 때문에 나름대로 여행(?)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가방 싸는데 꽤 고심을 했지요. 어쨌든 꽤 알차게 짐을 쌌다고 생각했는데... 숙소에 도착하고서야 결정적인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화장과 담을 쌓고 살다보니... 클렌징 제품이 단 하나도 없는 겁니다. 신부화장이라는게 수미리에 달하는 겹겹의 색칠이라는 거 당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비누칠로는 절대 안 지워지는 초강력 접착이라는 것도요. 피로연에서 꽤 시간을 끌었고, 렌트카 회사랑 연락이 잘못 되어 자정이 다되서야 숙소에 도착했던 터라 문 연 가게를 찾는 것도 힘들었고, 당연히 화장품 파는 곳은 더더구나 없었습니다. 결국 편의점 한 곳에서 클렌징 폼을 사는걸 성공한 뒤 그걸로 수십차례의 세수를 반복했지만, 아이라이너와 립스틱은 끝까지 얼룩을 남기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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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0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이라 하면 제가 날 밤을 새도 할 말이 많죠..

sunnyside 2004-04-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두 기억에 많이 남는 결혼식이셨겠어요. 결혼식 많이 다녀봤지만, '이야기할만한' 결혼식은 많지 않던데... 훗날 두고두고 되새길 추억이니.. 것두 행복이시죠. ^^

조선인 2004-04-0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울타리님의 결혼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2004-04-0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정말 파란만장했네요.
저희는 주례를 맡아주시기로 한 목사님이 늦으셔서
(잠실쪽 교통이 그리 막히는지 모르셨나봐요......).
땜쟁이 주례가 주례를 하는 슬픔을 겪었답니다...어흑...

비누칠로는 절대 안 지워지는 초강력 접착 →
아...정말 매일 이 접착을 하고 다닐수도 없고 내 얼굴 돌리됴~ 입니다...^^



sooninara 2004-04-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식과 아이 낳는 이야기라면 아줌마들은 밤새울수 있지요?
 


(1) '마'
'마'는 아가가 제일 먼저 습득하게 되는 입술소리입니다. 하기에 유아어에는 '엄마' '맘마' 등 '마'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마'는 어원상 '진짜' '으뜸' '신성한 것' '큰 것' '중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2가지 사실은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추측하지만 관련한 자료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2) '마립간'='마로'
신라 시대의 왕 이름을 보면 자비마립간(慈悲麻立干),소지마립간(炤知麻立干) 등 마립간이 여러 곳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의 간(干)은 징기스칸의 칸(汗)과 어원이 같은 것이며, 마립(麻立) 역시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마로'의 차음표기입니다.  '마로'는
일본으로까지 전해져 일본 귀족들 사이에는 '마로'가 이름끝에 붙은 사람이 많습니다.

(3) '마루'='마로'
'마로'는 고어로 '산마루' 또는 '정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전남 순천시 '마로현', 충남 보은군 '마로면' 등 마로가 들어간 지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4) 이름으로서의 '마로'
- 고려말의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에 보면 '마로'스님이 앉는 것만 익히고 화두에 참구함이 없을 때 남악스님께서 기왓장을 갈으니 마로가 보고 기왓장을 왜 갈으십니까?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기왓장이 어찌 거울이 됩니까? 그럼 너는 앉아만 있으면 성불이 되느냐 하고 수레가 안 갈 때 수레를 때려야 하느냐 소를 때려야 하느냐 하는 일화가 있다고 하더군요. '직지심체요절'은 현재 전해지고 있는 금속활자로 찍은 책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우리나라가 200여년을 앞서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것을 증거해주는 귀한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반환 요구에도 불구하고도 하권 1권만이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을 뿐입니다.
- 고구려 3대 대무신왕의 신하중에 적곡사람 '마로'가 있었다고 하네요.

-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만화책에도 나와요. 불의 검의 남자주인공 이름이 바로 '산마로'입니다. ^^

(5) '마로'에게 놀러가자.
- 별마로천문대 : 강원도 영월군 영흥리 봉래산 해발 799.8m의 정상에 건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공립 시민 천문대입니다. 아마추어 천문인을 위해 심야에도 개방되며, 숙박도 가능합니다. 동강에서 올려다보이고요, 산림욕장과 활공장도 있습니다.
- 마로산성 : 전라남도 기념물 제 173호. 광양읍 용강리 뒤편, 해발 200미터인 마로산 정상부에 자리한 마로산성은 600년경에 돌을 쌓아 만들어진 백제시대 산성으로, 통일신라시대까지 꾸준히 활용되어 왔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광양읍성의 회복을 위해 왜군과 공방전을 벌인 곳입니다.
마로산성에는 남과 북에 두 개의 봉우리를 이용한 망루가 있어 광양읍성, 중흥산성, 광양만등 사방을 한 눈에 바라볼수 있습니다.

(6) '마'가 들어있는 다른 단어들
- '마'가 들어있는 호칭은 '마마' '마님' 등 존칭일 경우가 많습니다. '마누라' 역시 존칭이었으나 한자어인 부인에 밀려 지금은 낮춤말로 여겨지곤 합니다. 과부가 미망인에 밀린 것처럼 씁쓰름한 일이지요.
-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 보면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마니산'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때 첫아이의 이름은 무조건 마로라고 지으리라 결심했더랬지요. 그 사연은 좀 긴데...

당시 저의 오랜 친구네 집에는 사촌여동생이 유학(?)을 와 있었습니다. 사촌의 집은 남도의 섬인데 남동생이 파도에 그만 변을 당하자 하나뿐인 자식이라도 잘 공부시키기 위해 서울로 보낸 겁니다. 그 집은 다시 아이를 가지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계속 실패만 했고, 결국 완전히 포기할 즈음, 뜻밖에도 태몽을 꾼 겁니다. 산신령이 나타나 지성에 감복했다며 새로 아들을 보낼테니 이름을 '마로'라고 지을 것을 당부했다나? 그 후 정말로 아들을 낳게 되었지만, 귀한 자식이 또 변을 당할까 두려워해 작명소에서 명 긴 이름을 새로 받았다고 하더군요.

전 그때 처음으로 '마로'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뜻까지 듣고서는 그렇게 좋은 이름이 버려진 게 너무 아까왔습니다. 그래서 덥썩 그 이름을 사버렸고(뭘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이제 그 이름은 내꺼라고 친구랑 그 부모님, 사촌에게 다짐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결과 우리 딸의 이름이 마로가 되었답니다.

사실 신랑은 딸의 이름을 '마로'라고 짓는 걸 조금 반대했습니다. 태명으로 마로를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 없더니, 새언니의 여우짓으로 미리 딸이란 걸 알게 된 후부터 반대하더군요. 너무 남자이름 같다나? 하지만 임신 9개월 때 전치태반 진단을 받고, 절대안정을 취하라는 지시에 따라 회사도 못 나가고 수술날짜만 기다리며 계속 우울해하자, 신랑이 우리딸 마로를 생각해 더 밝게 지내야한다며 위로해주더군요. 결국 '마로'라는 이름으로 무사히 출생신고까지 마쳤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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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듣는 순간부터 '마루'와 약간의 관련은 있겠다 싶었는데, 마로의 뜻을 알고 나니 정말 더 예쁜 이름같아요. ^^

조선인 2004-04-0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지금은 좀 잠잠해졌는데, 마로 가졌을 때, 낳았을 때는 워낙 마시마로가 선풍을 일으키던 참이라 놀림 많이 받았어요. 이쁘다고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4-04-0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라는 이름, 처음 만났을 때 심상치않은 의미가 있겠거니 싶었는데 이런 좋은 의미가 담겨있군요. 여자아이이름으로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정말 좋아요. 평생 불리는, 자신에게 걸리는 주문같은 것인데, 얼마나 중요한가요. 근데 님, 고등학생때 이미 아이의 이름을 결정해놓고 있었다니, 가히 놀라워용~ 역시 의식있는 엄마 슬하의 마로는 뭔가 큰일을 하는 우리의 여대장이 될 거라 믿어요. 감복했습니다^^

다연엉가 2004-04-0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의미있는 이름이네요.

sunnyside 2004-04-0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이름 이쁩니다. 저도 후에 아기가 생기면, 마로처럼 의미 깊고, 흔치 않은 이름으로 지어줄래요. (제 능력으로 그런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는 모르겠습니다만.. ^^; )

조선인 2004-04-0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울 친정조카 이름은 더 이뻐요. '해든'-해를 든 아이라는 뜻으로 우리 오빠가 만들어냈어요.

. 2004-04-1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진짜 멋진 이름이네요. 그런데 사학하셨어요?

조선인 2004-04-1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저... 신문방송학과 나왔고, 여성학과 다니다 때려치고... 지금은 둘 다 상관없는 일을 한다는... -.-;;

sunnyside 2004-04-15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신문방송학과 나왔는데.. 히히요. ^^;

조선인 2004-04-1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정말 반가와요. 아무래도 양지님? 아님 노른자님?과 인연이 있는듯.

하늘바람 2005-11-0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늦게 왔지요. 정말 좋은 공부가 되었어요

조선인 2006-01-1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하늘바람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