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흔히 잘못 쓰는 말들이 있어요.
딱히 신경쓰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 지 몰라 순간 주춤하게 됩니다.
1. 호상
올 2월 외할머니가 특별히 아픈 데 없이 여느 때처럼 집에서 주무시다 밤새 돌아가셨고(아흔 두 수),
며칠 전엔 외할아버지가 아침까지 잘 잡수시고 방에서 쉬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아흔 한 수).
남에게 자랑(?)해도 될 정도로 보기 드문 호상이긴 한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호상이네요'라고 인사를 해오자 맞장구는 치면서도 약간 난감하더라구요.
호상은 상을 당한 일가친지가 위안삼아 하는 말이고, 문상으로 하는 말은 아니거든요.
조금 뒷북이긴 하지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서요.
2. 수고하세요.
손위 사람 혹은 윗사람이 손아래 혹은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인 거 서재인들은 대부분 아실 듯.
하지만 메일이나 전화 끝에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네요.
친한 사람에겐 '네, 받들어 모시겠습니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정색하며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는 '수고하라'는 인사에 가끔 빈정상하기도 합니다.
3. 업무 관계의 지나친 높임말 남발
애당초 '께(서)'는 왕실어로 왕족에게만 쓰던 말이라 합니다.
'진지'가 '밥'의 높임말로 일반화되다시피 했듯이 '께서'도 높임어미로 퍼진 게 현실이라 하더라도,
고만고만한 관계에서 '께서'를 붙이는 건 과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심지어는 저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을'의 과장님이 저보고
'대리님께서 자리에도 안 계시고 전화를 안 받으셔서 말씀 못 드리고 저희끼리 먼저 먹고 왔습니다.
점심은 잡수셨어요?"라고 말해와 그만 체할 뻔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