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흔히 잘못 쓰는 말들이 있어요.
딱히 신경쓰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 지 몰라 순간 주춤하게 됩니다.

1. 호상
올 2월 외할머니가 특별히 아픈 데 없이 여느 때처럼 집에서 주무시다 밤새 돌아가셨고(아흔 두 수),
며칠 전엔 외할아버지가 아침까지 잘 잡수시고 방에서 쉬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아흔 한 수).
남에게 자랑(?)해도 될 정도로 보기 드문 호상이긴 한데,
사람들이 너도 나도 '호상이네요'라고 인사를 해오자 맞장구는 치면서도 약간 난감하더라구요.
호상은 상을 당한 일가친지가 위안삼아 하는 말이고, 문상으로 하는 말은 아니거든요.
조금 뒷북이긴 하지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서요.

2. 수고하세요.
손위 사람 혹은 윗사람이 손아래 혹은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인 거 서재인들은 대부분 아실 듯.
하지만 메일이나 전화 끝에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붙이는 사람이 의외로 많네요.
친한 사람에겐 '네, 받들어 모시겠습니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정색하며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는 '수고하라'는 인사에 가끔 빈정상하기도 합니다.

3. 업무 관계의 지나친 높임말 남발
애당초 '께(서)'는 왕실어로 왕족에게만 쓰던 말이라 합니다.
'진지'가 '밥'의 높임말로 일반화되다시피 했듯이 '께서'도 높임어미로 퍼진 게 현실이라 하더라도,
고만고만한 관계에서 '께서'를 붙이는 건 과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심지어는 저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을'의 과장님이 저보고
'대리님께서 자리에도 안 계시고 전화를 안 받으셔서 말씀 못 드리고 저희끼리 먼저 먹고 왔습니다.
점심은 잡수셨어요?"라고 말해와 그만 체할 뻔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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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7-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심성이 삐뚤어졌는지....그 `을'의 과장이 하는 소리가 비꼬는 투로 보이는 듯
하네요..^^

mannerist 2006-07-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 대리님 만쉐이~

(지금 어린이 보호구역 관계로 구청 두개 돌고 왔는데 야마 이빠이 스핀데씁니다. 쿨럭;;;)

얼룩말 2006-07-0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세요..는 저도 쓰기 싫어서 직장 다닐 때 안 썼었는데요, 부장님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를 받았어요. 전화 끝날 때 '수고하세요'라고 말하라구ㅠ.ㅠ.... 근데 그럼 '수고하세요'대신에 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요. '안녕히 계세요'...? 어려워요.

조선인 2006-07-0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절대 그런 분 아니고요, 항상 극존칭을 써서 몸 둘 바를 모르게 하는 분이에요. 영업이라 더 그런 듯.
매너님, 야마 이빠이 스핀데쓰라뇨! 이쁜 말 쓰셔야죠. ㅋㄷㅋㄷ (그 심정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요새 시청 어르신들 모시느라 조금 힘들어요.)
얼룩말님, 전 '고맙습니다'를 가장 즐겨 써요.

건우와 연우 2006-07-0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맙습니다를 자주쓰는데 어떤땐 무의식적으로 수고하세요 그럴때도 많아요.
많이 들어서 세뇌가 된건가..
어쨌든 다시한번 조심하겠습니다.^^

ceylontea 2006-07-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능하면 감사합니다.. 등으로 전화를 끝내기도 하는데..
수고하세요가 그런 의미라는 것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요즘 직장인이나.. 대부분의 사람의 수고하세요의 의미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의 의미로 수고하세요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적당한 인삿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알면서도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구요..
그냥.. 시대에 따라 말이 변하듯.. 이것은 위아래 구분없이 범용적인 의미로 쓰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瑚璉 2006-07-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압존법은 요즈음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같습니다. 압존법이 뭐예요하는 분도 적지 않다니까요.

전호인 2006-07-0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상이라는 말 정말 잘 써야 하는 것입니다.
저도 문상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말을 쓰면 한마디 합니다.
사랑하는 분이 돌아가셨는 데 호상이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 말입니다.
늘상 듣기 좋으라고 쓰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분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쳐야 겠죠. 뭐!!!!

조선인 2006-07-0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실론티님, 내가 못된 건지 신입사원이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면 정말 민망해져요. 한 마디 해주고 싶다가도 잔소리 대마왕으로 찍힐까봐 눈치도 보이고. ㅋㅋ
호질님, 집이랑 회사가 다르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집안이 지나치게 평등(?)해진 걸까요? 또는 회사가 지나치게 위계적인 걸까요? 참 모르겠어요.
전호인님, 저도 언젠가 한 번 동료 조부상에 말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겪어보니 참 애매하더라구요. ^^;;

프레이야 2006-07-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심코 하는 말들 중 고쳐야할 것들이 많아요. 수고하세요, 이건 정말 습관적으로 나오기 쉬운데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