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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지음, 정병규 북디자인 / 보림 / 2001년 7월
평점 :
얼마전 난티나무님이 올린 페이퍼에 따르면 이 책이 불어로도 번역되어 출판되었나 보다.
당연히 그러고도 남을 책이라 생각하며 내 일인양 기뻤다.
비가 오는 밤 우루루 꽝꽝쾅~ 번쩍번쩍 바깥 세상이 어수선하더라도
딸아이와 한 이불 덮고 이 책을 읽노라면 천둥 번개가 무서울 리 없다.
치타나 사자나 호랑이나 공룡이 무섭다고? 이 또한 천만의 말씀.
우산이 날아갈까봐 용쓰는 치타, 목 마른데 잘 됐구나 싶어 하늘 향해 입 벌리고 있는 사자,
첨벙첨벙 물장난 치는 티라노사우루스, 비 그치기만 기다리며 울상인 호랑이까지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게다가 이 책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거리를 준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개미는 무얼 할까?
이렇게 비가 오는 날, 토끼는 무얼 할까?
이렇게 비가 오는 날, 악어는 무얼 할까?
딸아이와 끝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면 어느새 딸아이의 목소리는 졸음에 겨워 잦아들고,
그럼 난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아빠는 지금 무얼 할까?
음, 마로 선물 사가지고 (하~~~품) 집으로 오고 있을 거야...
마침내 잠 들어버린 딸아이에게 뽀뽀 한 번 더 해주고, 얼른 옆지기에게 전화해야 한다.
빗길에 조심하고, 미안하지만 들어오는 길에 마로 선물 좀 사다줘. 알지?
이제는 옆지기도 이골이 난 터라 투덜대면서도 과일이나 책 한 권 사들고 올 줄 안다.
다음날 아침 폴짝폴짝 뛰며 아빠에게 고맙다고 뽀뽀를 퍼붓는데, 선물 안 사올 아빠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