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미설님의 "멍게야~"

음음음, 저는요, 마로에게 일부러 '바보'라는 말을 가르쳐줬습니다. 사람이 늘 좋을 수만 없고, 옳을 수만 없는데, 그러한 감정을 표현할 말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서 더 나쁜 욕을 배우기 전에, 이럴 땐 '바보'라고 하면 되는 거야 라고 가르쳐줬다지요. 빨간 불에 길 건너는 사람은 '바보'이고, 휴지통이 아닌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바보'이고, 만의 하나 마로 속옷을 들춰보려고 하는 나쁜 '바보'가 있으면 꼭 엄마에게 고자질하라고 세뇌시켰습니다. 무단횡단하는 사람 뒤통수에다 대고 '저기 바보 있다'라고 마로가 소리지를 때면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바보인 건 맞잖아요. -.-;;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라는 동화를 읽고 생각했다.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이미 자기만의 감정이 있는데, 저도 생각이 있는데 그걸 무조건 부정하면 안 되겠구나 라고. 화를 내거나 짜증내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화나고 짜증날 때 어떡해야 하는지 가르쳐줘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찬가지로 나쁜 말이나 욕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욕하고 싶을 때 쓸 만한 무난한 말을 가르쳐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고른 게 '바보'.

미설님께 말씀드렸듯이 부작용은 있다. 가령 골나는 일이 있으면, '엄마는 바보야, 나 정말 화났어. 미워' 다다닥 쏘아붙이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닥거리니, 그 모양이 가소롭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다. 또 우리딸 성격이 꽤나 집요한데가 있어 길에서 '바보'를 발견한 날이면 따라다니며, "엄마, 저 아저씨 진짜 나쁜 사람이지. 바보지. 길에 쓰레기 버렸지." 나에게 끊임없이 조잘댄다. 건너편의 무단횡단한 사람 들으라고 입에 손을 모으고 "바보야" "바보야" 제 목청껏 부르기도 해서 이러다 행여 보복(?)이라도 당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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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2-2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바보 대신 딴 말을 가르쳐 주지 그랬어. 슈풍크 라던지...^^(말괄량이 삐삐 알지?)

줄리 2005-02-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마로가 '바보야' 그런다 해도 좋아서 웃을 것 같아요. 귀엽고 이쁜 마로 입에서 나오는 '바보' 는 아무래도 진짜 바보 라는 뜻은 아닐거 같거든요^^

울보 2005-02-2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옆집아이가 류보고 마음에 들지않으면 짱구야하고 소리를 지르면 류도 그소리가 싫은 모양입니다.
아이는 짱구아니라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나지요..
두돌정도 부터인가..그랬는데 요즘은 그런소리를 듣지 않아서 인지...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우리아이는 삐졌어하는데......

2005-02-26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2-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런 고민도 하게 되는군요^^의겸이는 뭐라할지 궁금 ....의겸이는 긍정적인말로는 '좋아' 부정적일때는 고개를 흔들던데...

미설 2005-02-2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도는 저 책 무섭다고 안봅니다^^

반딧불,, 2005-03-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벌써 사셨어요??
이런 류는 글쎄 그렇게 이르게는 아닌 듯 한데요.
어쨌든 아직도 못사고 있는 책이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