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미설님의 "멍게야~"
음음음, 저는요, 마로에게 일부러 '바보'라는 말을 가르쳐줬습니다. 사람이 늘 좋을 수만 없고, 옳을 수만 없는데, 그러한 감정을 표현할 말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서 더 나쁜 욕을 배우기 전에, 이럴 땐 '바보'라고 하면 되는 거야 라고 가르쳐줬다지요. 빨간 불에 길 건너는 사람은 '바보'이고, 휴지통이 아닌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바보'이고, 만의 하나 마로 속옷을 들춰보려고 하는 나쁜 '바보'가 있으면 꼭 엄마에게 고자질하라고 세뇌시켰습니다. 무단횡단하는 사람 뒤통수에다 대고 '저기 바보 있다'라고 마로가 소리지를 때면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바보인 건 맞잖아요. -.-;;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라는 동화를 읽고 생각했다. 아무리 어린 아기라도 이미 자기만의 감정이 있는데, 저도 생각이 있는데 그걸 무조건 부정하면 안 되겠구나 라고. 화를 내거나 짜증내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화나고 짜증날 때 어떡해야 하는지 가르쳐줘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찬가지로 나쁜 말이나 욕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욕하고 싶을 때 쓸 만한 무난한 말을 가르쳐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고른 게 '바보'.
미설님께 말씀드렸듯이 부작용은 있다. 가령 골나는 일이 있으면, '엄마는 바보야, 나 정말 화났어. 미워' 다다닥 쏘아붙이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닥거리니, 그 모양이 가소롭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한다. 또 우리딸 성격이 꽤나 집요한데가 있어 길에서 '바보'를 발견한 날이면 따라다니며, "엄마, 저 아저씨 진짜 나쁜 사람이지. 바보지. 길에 쓰레기 버렸지." 나에게 끊임없이 조잘댄다. 건너편의 무단횡단한 사람 들으라고 입에 손을 모으고 "바보야" "바보야" 제 목청껏 부르기도 해서 이러다 행여 보복(?)이라도 당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