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굼님의 페이퍼를 읽고 나니.
울 어머니의 건망증도 대단했는데,
저녁을 차리기 위해 상을 닦았던 행주가 감쪽같이 사라져 어머니를 속상하게 하더니,
다음날 냉동실에서 꽁꽁 언 채 나타난 건 약과.
찌게 끓이려던 묵은김치 보시기가 이틀 뒤에서야 작은방 옷장에서 나오니,
잘 입지도 않는 양장까지 몽땅 세탁소에 보내 드라이클리닝 하느라 돈도 꽤 들었다.
'아이구, 도둑이 들었었나 보다' 하여 온 집안을 긴장시켰던 은수저들은
요란한 굉음과 함께 빨래돌리던 세탁기에서 나왔던 건 다행이지만,
툭 하면 냄비나 다리미판까지 홀랑 태워먹으니,
이러다 어머니만 계실 때 큰 일나면 어쩌나 불안해하곤 했다.
명절이면 가족들 모여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수다 떨다보면
어머니 건망증 레퍼토리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놀려먹을 수도 없고,
새로운 레퍼토리가 생길 일도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