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굼님의 페이퍼를 읽고 나니.

울 어머니의 건망증도 대단했는데,
저녁을 차리기 위해 상을 닦았던 행주가 감쪽같이 사라져 어머니를 속상하게 하더니,
다음날 냉동실에서 꽁꽁 언 채 나타난 건 약과.

찌게 끓이려던 묵은김치 보시기가 이틀 뒤에서야 작은방 옷장에서 나오니,
잘 입지도 않는 양장까지 몽땅 세탁소에 보내 드라이클리닝 하느라 돈도 꽤 들었다.
'아이구, 도둑이 들었었나 보다' 하여 온 집안을 긴장시켰던 은수저들은
요란한 굉음과 함께 빨래돌리던 세탁기에서 나왔던 건 다행이지만,
툭 하면 냄비나 다리미판까지 홀랑 태워먹으니,
이러다 어머니만 계실 때 큰 일나면 어쩌나 불안해하곤 했다.

명절이면 가족들 모여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수다 떨다보면
어머니 건망증 레퍼토리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놀려먹을 수도 없고,
새로운 레퍼토리가 생길 일도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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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14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수저를 세탁기에 넣으신 건 좀 심하네요^^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죠.

털짱 2005-02-1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하시다는 생각이...
남들 이야기로 들을 땐 그저 웃을 수 있는데 지켜보는 가족은 그렇지 않지요.
자주 냄비를 태우시는 제 할머니가 생각나요. 요새 더 심해지셔서 가끔은 저도 두려워지는데..

▶◀소굼 2005-02-1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냄비는 저도 종종...라면끓여놓고 해놓은 지 있었다가 타는 냄새맡고- _-;;
아직까진 상대방이 즐거워할 건망증만 있어서 다행이에요; 심각한 것은 없으니;;

숨은아이 2005-02-1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태워먹은 주전자가 몇 개인지. --;;;

반딧불,, 2005-02-1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매번 걱정입니다.
그게 하는 것에 완벽하게 몰입하기에 그렇지만, 어쨌든...휴..
치매 될까 두려울 적이 있어요.

조선인 2005-02-1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따우님, 따우님!!!
고마와요. 와락. 부비부비. 찌잉~ ㅜ.ㅜ

sweetmagic 2005-02-1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그래요 ........힝
오늘은 손에 칫솔들고 학교 갈뻔 했다구요 힝힝힝.....
저 어떻해요 ~ 힝힝힝힝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