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메테우스님이 추천한 솔출판사의 편저를 사야겠다.

하지만 리상호씨가 번역했다는 삼국유사에도 솔찬히 마음이 끌린다.

3권이나 되는 열하일기를 보고 질렸지만, 막상 잡고선 놓치 못했던 터라.

그래서 리뷰를 보고 어느 걸 먼저 살 것인가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리상호씨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리뷰가 있다.

" 쉽게 읽힌다고 발문에 소개돼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네요. 교열까지 거쳤다는데 왜 그럴까요? 읽다가 너무 어렵고 짜증이 나, 예전에 샀던 문고판(삼중당) 삼국유사와 비교해 봤어요. 이 책의 번역이 너무 난삽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혹 이 책의 사진에 매료되어 책을 사시려는 분은 좀 고려해보셔야 할 듯 싶어요. 이 책이 사진집은 아니잖아요?

자, 임의의 한 대목을 비교하여 보여드릴께요. 제가 왜 투덜대는지 이해하실 거에요.

[까치판 삼국유사 269-270쪽]
삼보감통록에 의하면, 고구려의 요동성 옆에 있는 탑은 옛날 노인들이 전하여 말하기를, '옛날 고구려 성왕이 국경지방으로 순행하다가 이 성에 이르러 오색 구름이 땅을 덮는 것을 보고, 구름 속으로 가서 살펴보니 웬 중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그만 없어지고 멀리서 보면....

[삼중당 문고판 삼국유사(하) 38-39쪽]
'삼보감통록'의 소재다. 고구려 요동성 곁에 있는 탑은 옛 노인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내력을 가진 것이라 한다.
옛날 고구려 성왕이 국경 순행 차 이 성에 이르렀다. 왕 일행은 오색 구름이 땅을 덮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구름 속으로 찾아들어가 보았더니 한 중이 석장을 짚고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중 가까이에 가자 중은 문득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물러나와 멀리에서 바라보니 중은 또 도로 나타나 있었다.

잘못된(?) 번역으로 소중한 고전이 독자들에게 왕따당할까 걱정되네요."

곰곰히 봐도 어디가 잘못된 번역인지 못 찾겠다.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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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5-01-2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된 번역이라기 보다는 문장을 제 때 안 끊어줘서 난삽하다는 것이 맞겠네요. 이재호 교수 판본이 좋은 이유는 책 뒤에 색인이 붙어있다는데 있습니다. 말하자면 나중에 군데군데 뽑아 읽기가 쉽다는 얘기지요. 또 <균여전>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느낌표에서 선전했던 을유문화사 판본은 절대 고려하지 마세요. 번역이 죽이지요. ㅋㅋ

진주 2005-01-2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까치판 삼국유사는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군요.
케~켁.. 마침표 나올 때까지 읽다간 숨막혀 돌아가시겠어요..

panda78 2005-01-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길기는 해도 괜찮은 거 같은데..;; 전 위의 것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데요.

숨은아이 2005-01-2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중당 것이 더 난삽해 보이는데요.

쎈연필 2005-01-2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까치판이 더 재밌네요. 삼중당판에 비해서 문장이 더 경제적이고요. 게다가 옛 이야기를 듣는 맛이 나네요. 할머니 할부지가 들려 주던 이야기는 호흡이 거칠면서도 길었거든요.

starrysky 2005-01-2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까치판에 한 표. 저런 게 삼국유사 분위기에 걸맞는 글 호흡이잖아요. 몽상자님 말씀처럼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구수허니..
삼중당은 문장을 너무 스타카토처럼 탁탁 끊어치니 오히려 골치가 지끈거리네요.
결국 독자의 취향인 거겠지요 뭐. ^^

조선인 2006-02-1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메테우스님, 을유문화사는 좀 그렇죠?
진주님, 쉼표에서 쉬세요. 히히
판다님, 실은 저도 위가 마음에 들어요.
숨은아이님, 난삽하다는 좀 강력한 표현이지 않을까요? ㅋㅋ
또마님, 맞아요, 꼭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옛이야기 같아요.
별총총하늘님, 결국 독자의 취향인 걸 생각해보면 리뷰 쓸 때 조심스러워져요. ㅎㅎ
참, 뒤늦게도 다는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