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많이 사랑해서
이거 쓰는 거야.
돈이 아까운지는 알지만
난 돈보다 너가 더
소중하니까...
너 나 기억하기 싫으면
이 돈 써."
어제 수퍼에서 거스름돈으로 받은 1천원짜리 지폐 한쪽에 또박또박 써있는 글귀.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체를 보자면 사춘기 소녀가 남자친구에게 써줬을 거 같다.
그 소녀는 이 지폐가 더 이상 남자친구의 수중에 없음을 알까?
이미 그녀는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쓸쓸하게 느껴지는 뒷면의 글귀.
"마지막으로 생각해줘.
너가 나 안 좋아해도
나 너 기억할 거라는 거."
어쩌면 그녀는 이미 소녀가 아니고 이 지폐를 까맣게 잊었을 지도 모르지만,
금새라도 비가 내릴 거 같은 겨울하늘을 보고 있자니, 좀 더 낭만을 기대해본다.
실수로 써버린 지폐를 찾아헤매고 있을 남자친구가 이 글을 보고 기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