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많이 사랑해서
이거 쓰는 거야.
돈이 아까운지는 알지만
난 돈보다 너가 더
소중하니까...
너 나 기억하기 싫으면
이 돈 써."

어제 수퍼에서 거스름돈으로 받은 1천원짜리 지폐 한쪽에 또박또박 써있는 글귀.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체를 보자면 사춘기 소녀가 남자친구에게 써줬을 거 같다.
그 소녀는 이 지폐가 더 이상 남자친구의 수중에 없음을 알까?
이미 그녀는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쓸쓸하게 느껴지는 뒷면의 글귀.

"마지막으로 생각해줘.
너가 나 안 좋아해도
나 너 기억할 거라는 거."

어쩌면 그녀는 이미 소녀가 아니고 이 지폐를 까맣게 잊었을 지도 모르지만,
금새라도 비가 내릴 거 같은 겨울하늘을 보고 있자니, 좀 더 낭만을 기대해본다.
실수로 써버린 지폐를 찾아헤매고 있을 남자친구가 이 글을 보고 기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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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1-2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부리 2005-01-25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종이돈을 한편의 시집으로 만든 아름다운 글귀군요...

물만두 2005-01-2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2005-01-25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5-01-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원이 이렇게 낭만적일줄이야...
조선인님. 제가 사실은 감자탕 깍두기님 통해서 싸드릴려고 했는데..후천적 기억 감퇴증으로 그만 깜박하고..어쩌죠? 흑흑..

2005-01-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5-01-26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천원 지폐를 시집으로 만들어버린 저 감수성... 흑흑...
이래야 하는데 왜 전 첫느낌이,
뭐야, 이노무 자슥들, 누가 돈에 낙서하라고 했엇!!!
이거니... 정말... 반성하고 있습니다...

2005-01-2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01-2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수니나라님, 보내주셔봤자 어차피 못 받았을 거에요.
어제 야근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어요.
호랑언니, 실은요 저도 첫느낌은 사실 그거였어요. ㅋㄷㅋㄷ

진주 2005-01-2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구닥다리-범생이과인 걸 새삼확인합니다.
돈 천원 맹그는데 월매나 돈이 많이 드는데 워따 낙서질을 하는겨??하고 과격해지는걸 보면요..ㅡ.ㅡ;(죄송함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