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이 기말고사란다. 벌써 4학년말이라는 거, 꽤나 충격적이다.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누.
하여간 시험기간이라니 매일 한 과목씩 정해 교과서 3번씩 읽고 다높이를 하라고 시키는 중.
그러다 지난주에 깜짝 놀라게 된 게...
우리 딸이 광역시 6개를 줄줄 외긴 하는데, 막상 그 위치가 어딘지 모른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광주는 전라도여행길에 슬쩍 들린 게 다고, 대전은 현충원만 드나들었다는 거,
나머지 광역시는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는 거 등등이 생각났다.
앉아서 시험공부만 하면 뭐하나 싶어 일요일 아침 갑작스레 인천 탐방을 계획했다.
인천은 지리적 특징상 예로부터 해양교통이 발달하였고,
특히 중국과 뱃길이 이어져 심청이가 빠졌던 인당수가 바로 백령도 앞바다라는 사실,
현재는 광양과 울산에 제2의 무역항 자리를 내줬지만,
현재도 중국 보따리 무역상이 많이 오간다는 거,
그런 얘기를 하려고 인천국제여객터미널까지 쫓아간 것이다. ㅎㅎㅎ
사진은 인천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 멀리 각종 화물선과 바다가 살짝 보인다.
다음으로 간 건 신포시장.(A)
군것질이 목적이었는데 원조닭강정과 정통공갈빵은 늘어선 줄이 장난이 아니고 바람도 세고,
아쉽지만 바로 먹을 수 있는 신포만두 본점에 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체인점과 달리 직접 만드는 건지, 쫄면발이 옛날 면발처럼 굵고 질길 정도로 탱탱하고,
튀김만두도, 김치만두도 속에 마늘이 정말 듬뿍 들어있어 맛있었다.
일요일이라 은행이 문을 안 연지라 신포동 신한은행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쭈욱 걸어다녔다.
신포동에서 역사문화의 거리로 넘어가다가 본 재미난 술집. (B)
건물 외벽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집이야 흔할 수 있겠지만, 가까이 보시라.
모두 색색깔의 병뚜껑이다. 초록색은 몽땅 00맥주고, 주황색과 노란색은 000주스...
개항지 건물 중 제일 먼저 만난 건 구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 (C)
지금도 중구음식업지부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석조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더 씁쓸했다.
연달아 있는 건물은 구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 현재는 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5백원, 어린이 2백원으로 아주 저렴한데,
현존하는 근대건물과 소실된 근대건물이 사진과 모형으로 제법 구색을 갖추고 있다.
탁본체험코너가 있어 인천개항장의 모습을 담은 기념품을 만들어 올 수 있고,
브로셔에도 기념도장 찍는 칸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가볼 만 하다.
조금 더 걸어올라가면 중구청이 나온다. (D)
중구청 앞으로 난 길에는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이 역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참 기분이 묘하다.
쭈욱 직진해도 차이나타운으로 연결되지만 오른쪽 청일조계지 경계계단을 택했다. (E)
이 계단을 기준으로 왼쪽이 차이나타운, 오른쪽이 지금껏 걸어온 일본식 건물인 거고,
아래쪽은 일본 조계지, 위쪽은 차이나타운으로 갈리는 셈이다.
흡사 그 기준점이 되듯 계단 중간에는 공자상이 있는데, 공자상이 차이나타운쪽을 보고 있다.
계단위에서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길은 삼국지벽화거리로 꾸며져있다. (F)
나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도원결의를, 옆지기는 삼영전여포를 꼽았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도원결의뿐이다. 히히
차이나타운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먹으러 갔다. (G)
아침도 먹고, 신포만두도 들렸지만 3시간쯤 걸어다닌터라 살짝 배도 꺼졌고, 무엇보다 추워서..
옆지기는 좀 오래 줄을 서더라도 공화춘 짜장면을 먹고 싶어했지만,
기다리기 싫은 나는 그냥 1박2일에서 은지원이 먹었던 자금성의 사천짜장을 택했다.
월남고추를 빼고 먹었음에도 제법 입이 얼얼했고, 짬뽕도 꽤나 매웠는지 마로도 절레절레.
점심 먹은 직후 아이들은 양고기꼬치구이와 화덕만두까지 섭렵하는 위대함을 보여줘,
관광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자유공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계단에 낙서라고 하기엔 꽤나 정교한 작품(?)이 많아 눈요기가 되었다. (H)
자유공원에 올라가니 월미도와 인천앞바다가 내려보여 경관은 좋았으나 맞바람이 끝내줬다.
몸도 녹일 겸 부랴부랴 들어간 곳은 '제물포구락부'. (I)
건물만 원형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을 뿐 안에 있는 시설은 다 새로 꾸민 거긴 하지만,
각 나라의 특색있는 기념품들을 모아놓은 터라 아이들이 좋아했고 무엇보다 정말 따뜻했다.
제물포클럽에서 생각보다 지체하여 인천시 역사자료관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나는 가수다 때문에 서둘러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이동시간 빼고 대략 6시간 정도 돌아다닌 듯.
날이 제법 차가웠는데도 마로며 해람이며 군소리 없이 걸어다닌 게 참 기특했다.
겨울방학에는 대전광역시나 대구광역시에 가볼 계획을 새로 세워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205/pimg_76463318371745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