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풍선 - 유태 동화 베스트 시리즈 3
오라 아얄 그림, 미리암 로트 글, 박미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인데,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3가지 꼽으라면 바퀴벌레, 풍선, 밑에 얼음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눈길이다. 그 사연이야 다 말할 수 없지만,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달동네 어린이 여름캠프를 돕게 되었는데, 하필 선생님께서 풍선장식을 지시하신 것이다. 난 겁에 질려 풍선을 불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그 일로 두고 두고 놀림을 받아야 했다. 이러니 난 길을 가다 아이에게 풍선을 나누어주는 홍보행사라도 발견하면 애돌아 피하는 한편, 딸아이는 31개월이 되도록 엄마가 주는 풍선을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었다.

하여 책읽는나무님께서 마로에게 이 책을 선물해줬을 때 고마움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아이가 책을 보고 풍선을 달라하면 어쩌나 하는 지레걱정에...

그러나 "펑! 풍선이 터졌어요"를 반복해 읽어주며 내 담이 커진 것일까. 아니면 "괜찮아, 울지마, 원래 풍선은 터지는 거야"를 읽으며 내 공포심이 위로를 받은 것일까. 이번 여름휴가에 난 처음으로 딸아이에게 풍선을 주어 놀게 했고, 사진도 찍어줬다. 비록 아이가 신나서 풍선을 들고 내게 달려왔을 때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긴 했지만, 이만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내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벗할 수 있었다면, 애시당초 풍선에 대한 공포는 안 생겼을지도 모른다. 겁많은 우리 딸이 풍선 터지는 소리에는 오히려 깔깔 웃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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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를 읽으면서 같이 치유가 되고, 새삼스레 깨닫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그래서 동화를 사랑하게 됩니다.

내 속의 너무나 아이 같은 감성이 만나서 어른으로의 발아를 준비하는 듯합니다.

책읽는나무 2004-08-2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들은 대부분 풍선을 좋아하더군요!!
요즘 어딜 가면 풍선없는 파티가 없잖아요...아이들은 쉽게 접할수 있으니 좋아하지만..

우리네들은 안그런것 같습니다...어릴때 풍선을 자주 접해본 기억이 별로 없는것 같아요..
이런책들....상상도 못했죠..^^
저도 풍선 엄청 무서워해요!!...불다가 터질것같아 그렇게 크게 못불거든요!!
그리고 불어놓은 풍선에 손가락으로 찍찍 긋는 소리도 엄청 소름끼쳐하거든요!!

민이는 내약점을 알고서 풍선을 들고 내귀에대고 손가락으로 찍찍 긋고 있어요!!
내가 싫다고 하지 말라고 하면 저는 더 신이나서 더해댑니다..
영락없는 개구쟁이더군요!!..ㅠ.ㅠ

이그림책 볼수록 괜찮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덕분에 민이는 지나다가 풍선을 보면 무조건 사줘야하지만요!!
아예 풍선을 색깔별로 불어서 거실에 놔두고 몇달을 산적도 있었어요..^^

설박사 2004-08-3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바퀴벌레'입니다.
바퀴벌레... 정말 악몽같은 놈들이죠. ㅋㅋㅋ
풍선은 별로.. ^^
이상하게 의겸이는 풍선을 무서워하던데요. 전혀 아픈 추억이 없을텐데...

로드무비 2004-09-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연이야 다 말할 수 없지만...하는 함축적인 설명으로
바퀴벌레와 얼음 깔렸을지도 모르는 눈길에 대한 공포의 원인은
넘어가시는군요.^^
헤헤, 아침부터 딴지 거는 건 아니고요.
최근 즐찾했으니 리뷰도 한 개씩 슬금슬금 꺼내어보는 중이에요.^^

프레이야 2004-12-3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풍선을 무서워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어요. 님도 그러네요. 마로의 주먹이 엄마못지않게 대단해보입니다. 님, 마음으로 힘을 부어드리고 싶어요. 새해에도 좋은 글, 의미있는 삶, 종종 들여다보고 갈게요. 올해 마지막 날 잘 마무리하시고 내내 건강하세요.

울보 2005-01-1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도 이겨보셔야죠, 재미 있잖아요, 아이들이랑 풍선불기 우리딸아이는 풍선을 요즘 작개나마 혼자 부는 데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은 작은 풍선이 아니라 그림있는 풍선을 원해서 마트에 갈때마다 하나씩 그 수소풍선을 터지지는 않는데 쉽게 바람이 빠지지를 않아서 거실에 풍선이 몇개씩 매달려 있는것이.....치우면 야단납니다.
님의 글을 읽고 옆집 아줌마가 떠올랐습니다. 그엄마가 풍선만 불면 도망가거든요,,,,,,,딸아이는 풍선을 얼마나 잘 부는데...한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