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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풍선 - 유태 동화 베스트 시리즈 3
오라 아얄 그림, 미리암 로트 글, 박미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인데,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3가지 꼽으라면 바퀴벌레, 풍선, 밑에 얼음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눈길이다. 그 사연이야 다 말할 수 없지만,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달동네 어린이 여름캠프를 돕게 되었는데, 하필 선생님께서 풍선장식을 지시하신 것이다. 난 겁에 질려 풍선을 불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그 일로 두고 두고 놀림을 받아야 했다. 이러니 난 길을 가다 아이에게 풍선을 나누어주는 홍보행사라도 발견하면 애돌아 피하는 한편, 딸아이는 31개월이 되도록 엄마가 주는 풍선을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었다.
하여 책읽는나무님께서 마로에게 이 책을 선물해줬을 때 고마움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아이가 책을 보고 풍선을 달라하면 어쩌나 하는 지레걱정에...
그러나 "펑! 풍선이 터졌어요"를 반복해 읽어주며 내 담이 커진 것일까. 아니면 "괜찮아, 울지마, 원래 풍선은 터지는 거야"를 읽으며 내 공포심이 위로를 받은 것일까. 이번 여름휴가에 난 처음으로 딸아이에게 풍선을 주어 놀게 했고, 사진도 찍어줬다. 비록 아이가 신나서 풍선을 들고 내게 달려왔을 때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긴 했지만, 이만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내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벗할 수 있었다면, 애시당초 풍선에 대한 공포는 안 생겼을지도 모른다. 겁많은 우리 딸이 풍선 터지는 소리에는 오히려 깔깔 웃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