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시어머니께 의지하며 산다. 마로에게 할머니 정을 알게 해주겠다는 핑계를 대며, 내 무의식이 어머니 정을 목말라 한다.

어머님은 나보다 먼저 그런 속내를 알아차리셨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친정엄마 대신한다 라는 말씀을 꼭 하신다. 난 더욱 속편하게도 어머님께 자꾸 짐을 드린다. 회사가 멀어져 몸이 너무 고달프다고 마로에게 미안하다는 흐느낌도 어머님께 떠넘겼고, 여름휴가에 아무데도 못간다는 하소연도 어머님께 늘어놓았다. 어머님께 신랑 흉보는게 제일 속시원하기도 하다. 난 실컷 떠들어놓고 돌아서 잊어버리는데, 어머님은 며느리 한 마디 한 마디를 고이 쟁여놓으셨나보다.

모처럼 놀러오신다길래 우리 퇴근시간 맞추시기 힘들까봐 미리 열쇠를 맡겨놓겠다고 했다. 아뿔싸, 당신은 아예 일찌감치 오시어 김치를 담그시고 계시단다. 오이지도 담그시겠단다. 입짧은 신랑때문에 힘들다고 투덜댄게 마냥 미안하다. 난 왈칵 목이 메어 고맙다는 말씀도 못 하고 끊었다. 못난 며느리에게 친정어머니 몫까지 베푸시는 어머님을 시집살이시킬까봐 이래서야 도저히 같이 살자고 못하겠다. 우짜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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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1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리 편하게 여겨주시는 것이 아마...더욱 좋은 것일꺼예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가장 힘드니까요..

비로그인 2004-08-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나요~

호랑녀 2004-08-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나두 눈물이 나네.
님이 마음이 착해서 그래요. 못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그렇게 오시는 것두 싫다우.
엄마 사랑까지 많이 받고, 엄마께 못해드린 것까지 많이 해드리시길 바래요.

마냐 2004-08-1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그대로만 하셔도 아름답습니다. 같이 살자는 둥...이런건 뒤로 미루실 고민이구요. 좋은 어머님 만나는 것도 며느리 복이라 하였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08-1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시어머니도 좋으신 어른 같지만 님도 참 예쁜 며느리세요...

다연엉가 2004-08-1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마로 엄마 정말 감격했어요.

털짱 2004-08-1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좋은 할머니가 있어서 더 예쁘게 크겠네요. 음... 국제적인 미녀로다 키워서 국위선양 및 세계평화에 이바지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