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시어머니께 의지하며 산다. 마로에게 할머니 정을 알게 해주겠다는 핑계를 대며, 내 무의식이 어머니 정을 목말라 한다.
어머님은 나보다 먼저 그런 속내를 알아차리셨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친정엄마 대신한다 라는 말씀을 꼭 하신다. 난 더욱 속편하게도 어머님께 자꾸 짐을 드린다. 회사가 멀어져 몸이 너무 고달프다고 마로에게 미안하다는 흐느낌도 어머님께 떠넘겼고, 여름휴가에 아무데도 못간다는 하소연도 어머님께 늘어놓았다. 어머님께 신랑 흉보는게 제일 속시원하기도 하다. 난 실컷 떠들어놓고 돌아서 잊어버리는데, 어머님은 며느리 한 마디 한 마디를 고이 쟁여놓으셨나보다.
모처럼 놀러오신다길래 우리 퇴근시간 맞추시기 힘들까봐 미리 열쇠를 맡겨놓겠다고 했다. 아뿔싸, 당신은 아예 일찌감치 오시어 김치를 담그시고 계시단다. 오이지도 담그시겠단다. 입짧은 신랑때문에 힘들다고 투덜댄게 마냥 미안하다. 난 왈칵 목이 메어 고맙다는 말씀도 못 하고 끊었다. 못난 며느리에게 친정어머니 몫까지 베푸시는 어머님을 시집살이시킬까봐 이래서야 도저히 같이 살자고 못하겠다. 우짜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