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그러니까 그게 벌써 작년 8월초 일이다.
모 직원께서 관 쓰신 분들 대접한다고 내 만델링을 홀라당 써 버렸던 게.
그날 돌아갈 때 그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커피 사서 꼬옥~ 보내드릴게요."

그 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에 회의가 있어 갈 때마다 마주쳤는데,
그 때마다 그녀의 대답 "아, 맞다. 제가 깜박했어요. 곧 사서 보낼게요."
어언 반 년을 넘겨버린 지난 2월 10일, 일부러 여러 사람 있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000씨, 그거 언제 보내줄 거에요?"
무슨 얘기냐고 묻는 동료에게 그녀는 심드렁하게 답했고,
난 사흘을 더 기다린 뒤 전화를 했다.
개인 물건에 허락도 없이 손 대놓고 번번이 보낸다 말만 하냐고.
기분 나쁘고 더 이상 못 참겠으니 오늘중에 커피사서 제깍 보내달라 요구했다.

그 다음날 인편으로 받은 건 이탈리아 라바짜의 '카페 크레마'.
전광수 수마트라 만델린 대신 온 커피는 내 취향보다 신 맛이 강하고 담백하다.
전화로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고 굳이 더 비싼 커피를 보낸 것도 나름 성의겠지만,
이왕이면 어떤 커피를 원하냐고 물어봐줬으면 진짜 사과를 받았다는 느낌일게다.
어쨌든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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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3-0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무 외적인 일로 대놓고 기분 나쁘다, 화난다고 한 건 직장 경력상 처음 있는 일이다.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는 동료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업무 외로 부딪힐 일이 아예 없었던 것... 흠...

Mephistopheles 2010-03-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봤을 땐 그 분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므흐흐

꿈꾸는섬 2010-03-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때 글 기억나요. 이렇게 몇개월만에 갚긴 갚으셨는데 성의가 정말 없네요. 조선인님의 취향에 맞는 걸로 보내주셨어야 했는데 말이죠. 여하튼 받으셨으니 원한은 좀 풀렸겠어요.^^

루체오페르 2010-03-0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습니다. 참 매너없는 분이네요.
메피님 말씀처럼 그냥 유야무야 하려고 했었는데 어쩔수 없어서 이제라도 보내준듯 하군요;
여튼 다행...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던데...

조선인 2010-03-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제가 좀 집요해서요. -.-;;
꿈꾸는섬님, 이 페이퍼로 다 훌훌 털기로 했어요. 헤헤
루체오페르님, 평소 업무처리는 참 유능한 친구에요. 커피문제만 아니었으면 부딪힐 일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쩝.

조선인 2010-03-0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슬비님, 헤헤

같은하늘 2010-03-0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커피사건 읽은 기억이 있어요. 그분 말로만 때우고 넘어가려 하셨나본데요. 정말 싫어요. 그런 사람들... '우리 언제 밥한번 먹자.'해놓으면 그래 도대체 언제 먹을건데? ㅎㅎ 그렇게 말로 때우는 사람에겐 집요하게 받아야해요.

조선인 2010-03-0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솔직히 고백하면 괜히 받아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커피가... 정말... 취향이 아니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