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중간고사라 지난 주말부터 딸아이와 교과서 다시 읽기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어젯밤 마로가 꼭 할 말이 있단다.

"엄마, 엄마, 충고하는 말(국어 교과서 단원) 알지?"
"어, 엄마랑 토요일에 공부했잖아."
"우리 선생님은 충고하는 말 진짜 특별하게 잘 해! 들어봐. 00이가 참 재밌는 아이거든. 그런데 놀리는 말을 잘 해. 우리 선생님은 이럴 때 '00아, 친구를 놀리면 안 돼요.' 그냥 이렇게 말하지 않아. '00이가 친구들과 재미나게 노니 참 좋구나. 하지만 놀리는 말을 하면 그 말을 들은 친구가 서운할 수도 있어. 그런 말을 안 하고 놀면 더 재미나겠구나.' 이렇게 말씀하셔. 정말 멋지지?"
"와, 선생님이 아주 훌륭하시구나. 꼭 칭찬부터 하고 충고를 하시는구나. 본받아야겠다."
"응, 맞아,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빤히 보는데, 그만 항복.
그 어떤 책보다 딸래미 말 한 마디가 더 꽂힌다.
까짓 거 이번 시험 0점 맞아도 '충고하는 말' 하나는 완벽하게 건졌으니 그거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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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이런 걸 읽을 때마다 부모님들이 위대해 보여요.

다락방 2009-10-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아이가 아주 똑똑하네요. 아이야말로 배운걸 그대로 가르쳐주잖아요. 대단해요.

글샘 2009-10-2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러나... 엄마는 그게 안 되죠. ^^ 저도 저런 말 못하는 선생입니다. ㅎㅎㅎ

Kir 2009-10-2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로 정말 똑똑해요! 그리고 마로의 말에 바로 이렇게 반성하는 조선인님은 '멋진 엄마'가 틀림없습니다^^

라주미힌 2009-10-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자와 제자의 대화 같네요 ㅋㅋㅋㅋㅋ

조선인 2009-10-2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닥치면 다~합니다.
다락방님, 딸아이가 저보다 낫죠?
글샘님, 이렇게 페이퍼로 써놓으면 1번쯤은 실천하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 ㅋㅎ
kircheis님, 애들이 어른의 거울이라잖아요.
라주미힌님, 덕분에 한 수 배웠죠. ^^

바람돌이 2009-10-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딱부러지는 마로!
어쩜 저렇게 말도 잘하고 논리정연할까요? 엄마가 못이기는거 맞네요. ㅎㅎ

조선인 2009-10-2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원래 자식 이기는 부모 없죠. ㅋㅋ

순오기 2009-10-3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운 엄마 여기도 있어요.ㅜㅜ
우리큰딸이 교육학 배우니까 지들 키울때 엄마가 했던 언행을 평가하더라고요.><
그렇게 나쁜 점수는 아니었지만 알면서도 작심3일이라는 중병이 있잖아요.ㅋㅋ

조선인 2010-07-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작심3일... 정말 무서운 병이죠. ㅠ.ㅠ